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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약 끊겠다” 경찰이 풀어준 마약 판매책, 석방 당일 필로폰 투약했다... 검찰이 잡아내 구속

조선일보 이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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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여죄 수사 준비 중이었다” 반박
검찰이 필로폰 투약사범 사건을 경찰에서 송치받은 후 보완수사를 통해 이들의 상선과 투약사범 3명까지 총 5명을 추가로 구속해 기소한 것으로 11일 전해졌다. 중간 판매책 중 1명은 마약을 끊기로 약속하고 풀려난 뒤 석방된 당일 동료 판매책의 집을 찾아가 필로폰을 투약했다고 한다.

춘천지검 원주지청./뉴스1

춘천지검 원주지청./뉴스1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춘천지검 원주지청 형사1부(부장 류주태)는 지난달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마약 중간 거래책 한모씨 등 5명을 구속 기소했다. 앞서 경찰이 또 다른 중간 거래책 김모씨와 매매 알선책을 지난 6월 말 구속 송치한 게 발단이 된 사건으로, 김씨의 바로 윗선인 한씨는 이에 앞서 올 3~5월 사이 필로폰을 3차례에 걸쳐 사들이고, 4번에 나눠 투약한 혐의로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그러나 한씨는 경찰 조사 때 범행을 자백하고 마약을 끊겠다고 다짐해 석방됐고, 불구속 상태로 송치됐다. 이때 한씨는 경찰에 상선의 정보도 제공하는 등 수사에 협조했다고 한다. 한씨가 마약 범죄 초범인 점도 고려해 석방이 결정됐다고 한다.

이 사건을 넘겨받은 류미래(변호사시험 10회) 검사는 경찰이 한씨와 김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하지 않은 사실에 주목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들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분석한 결과, 한씨가 경찰에서 풀려난 당일 김씨의 주거지를 찾아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한씨가 석방 이후 베트남으로 출국해 현지에서 필로폰을 산 뒤 투약한 정황도 검찰은 확인했다. 검찰은 한씨를 주거지에서 긴급체포한 뒤 구속하고, 지난달 11일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한씨 휴대전화를 포렌식해 마약을 구매해간 투약사범 3명도 추가로 적발했다. 이들 중엔 ‘계’를 이뤄서 마약을 사들인 경우도 있었다는 게 검찰 관계자 설명이다. 경찰은 초기 수사 과정에서 김씨의 여자친구인 황모씨가 필로폰을 1g 산 뒤 두 차례에 걸쳐 투약한 정황을 확인했고, 검찰은 이를 토대로 황씨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황씨가 마약을 구매한 경로를 추적하다 한씨와 김씨의 상선인 A씨의 정체를 밝혀냈다. A씨가 필로폰 3g을 김씨와 황씨에게 팔고, A씨가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까지 수사로 밝혀냈다. 또 A씨가 우체국택배라는 대중적인 수단을 통해 마약을 거래한 정황도 확인했다.

반면 경찰은 이번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직구속한 마약사범 5명을 모두 사전에 인지하고, 수사를 준비 중이었다고 밝혔다. 중간 거래책 김씨를 구속 수사하는 과정에서 한씨의 석방 당일 필로폰 투약 정황을 확인해 강제수사를 준비 중이었다는 것이다. 황씨와 A씨의 범행도 확인해 강제수사를 준비 중이었고, 이 과정에서 검찰의 직접 수사 요청이 있어 사건을 넘겼다는 것이다. 또 한씨는 중간 거래책이 아닌 단순 투약 사범이라고도 했다. 여죄를 수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수사 협조를 요청했고, 경찰이 이에 따랐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경찰은 수사 당시 김씨와 한씨의 휴대전화를 확인했지만, 압수 절차나 포렌식 없이 반환했다”며 “검찰에서 압수 수색영장을 다시 발부 받아 공범 투약 사진 등 증거를 새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또 “경찰이 한씨의 석방 당일 투약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도 입건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며 “검찰은 김씨 사건을 송치 받은 뒤 추가 수사를 통해 한씨를 체포, 구속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김씨의 여자친구인 황씨에 대해서도 경찰이 추가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어 검찰이 직접 수사한 것이라고 밝혔다.

류 검사는 “20대들이 자신의 마약 투약 사실을 당당히 밝히며 동창들과 계모임을 만들고, 마약 중독자들끼리 만나 연애나 결혼을 하며 공동으로 마약을 사들이는 등 삶 속에 마약이 너무나 만연해 있다”며 “검찰은 마약 수사에 대한 전문성, 기술력, 신속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 경찰 단계에서 확인되지 않는 다수 공범들과 여죄를 밝혀낸 것”이라고 했다. 한 검찰 관계자도 “경찰 수사망을 빠져나간 마약사범을 잡아낸 우수 수사 사례”라며 “검찰수사권 박탈은 곧 마약범죄 대응력 저하로 이어지고, 피해는 일반 시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검찰과 상호협력을 더욱 강화해 마약 범죄 엄단에 기여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류 검사는 올해 상반기 대검찰청 우수 검사로 선정된 바 있다. 류 검사는 단순 스토킹으로 구속 송치된 사건을 원점에서 재수사해, 피고인이 의붓딸인 피해자가 중학생일 때부터 20여 년에 걸쳐 성폭행을 저질러 여러 차례 임신과 낙태를 반복하게 한 사실, 아이 셋을 출산하게 했음에도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피해자를 협박한 사실을 밝혀내 기소했고, 피고인에겐 징역 25년이 선고됐다.

[이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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