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신호, 스위치처럼 온·오프... KAIST '바이오전기합성 플랫폼' 구현

전기 신호로 원하는 신호물질을 합성하는 바이오전기합성 플랫폼 모식도 및 정밀제어 결과

우리 몸속 세포들은 신경·면역·혈관 기능 조절을 위해 신호 분자를 주고받는다. 그중 일산화질소(NO)와 암모니아(NH₃)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불안정하거나 기체 상태로 존재해 외부 생성이나 조절이 어려웠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이광형) 연구진이 전기 자극만으로 세포 안팎에서 원하는 신호 물질을 생성하고, 세포 반응을 마치 전기 스위치처럼 켜고 끌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했다.

전자약, 전기유전학, 맞춤형 세포 치료 등 미래형 의료 기술 핵심 기반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KAIST는 박지민 생명화학공학과 교수팀, 김지한 생명화학공학과 교수팀이 전기 신호만으로 NO·NH₃ 신호 물질을 원하는 순간에 생성할 수 있고 세포 반응 시점, 범위, 지속 시간까지 조절할 수 있는 '바이오전기합성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연구팀은 몸속 질산염 환원효소가 작동하는 것에 아이디어를 얻어, 하나의 물질(질산염)로부터 생체 신호 물질인 NO·NH₃를 선택적으로 생성할 수 있는 전기 기반 기술을 구현했다.

연구팀은 촉매에 따라 만들어지는 신호 물질이 달라지는 점을 기반으로, 질산염을 단일 전구체로 사용해 구리-몰리브덴-황 기반 기본 촉매(Cu₂MoS₄)와 철이 들어간 촉매(FeCuMoS₄)를 활용해 NO·NH₃ 신호 물질을 각각 선택적으로 합성했다.

사진 왼쪽부터 박지민 교수, 이명은 박사과정, 이재웅 박사과정, 김지한 교수.

전기화학 실험과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FeCuMoS₄를 쓰면 NO가 더 잘 만들어지고, Cu₂MoS₄를 쓰면 NH₃가 더 잘 만들어졌다.

연구팀은 이 플랫폼으로 인간 세포에 발현시킨 TRPV1(통증·온도 자극을 느끼게 하는 센서)와 OTOP1(pH 변화 감지 센서) 같은 이온 채널들을 전기 신호로 작동시키는데도 성공했다.

또 전압 세기와 작동 시간을 조절해 세포 반응 시작 시점, 반응 범위, 종료 시점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음도 실험으로 입증했다. 전기 스위치를 켜고 끄듯이 세포 신호 조절이 가능해진 것이다.

박지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기로 다양한 신호 물질을 선택적으로 생산해 세포를 정밀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신경계·대사질환을 대상으로 한 전자약 기술 확장 가능성도 크다”고 밝혔다.

이명연·이재웅 KAIST 생명화학공학과 박사과정이 제1 저자로, 김지한 교수가 공저자로 참여했고 연구 결과는 '앙게반테 케미'에 지난 7월 8일 게재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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