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보증기금 부산 본사 전경./ 기술보증기금 제공 |
이 기사는 2025년 8월 8일 16시 38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기술보증기금(기보)이 13억원 넘는 보증을 지원한 배달형 푸드코트 스타트업 로칼을 집중 사후관리 대상에 올렸다. 벤처캐피털(VC) 투자금 유치를 근거로 보증을 승인했지만, 창업자가 배임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파악됐다.
8일 VC업계에 따르면 기보는 최근 로칼을 집중 사후관리 대상인 ‘관찰 대상 기업’으로 지정하고 보증기업 분류를 ‘S3’(사업 안정성 취약)로 하향 조정했다. 기보 리스크준법부가 보증기업의 부실 가능성을 재평가해 내린 조치로, 이전까진 최고 등급인 ‘S1’(정상)으로 분류됐다.
기술보증기금은 기술력은 갖췄지만, 담보가 부족한 벤처기업에 보증을 제공하는 정책금융기관이다. 기업이 대출을 갚지 못하면 대위변제에 나서야 하는 탓에 기보는 보증기업을 각각 일반기업(S1·S2)과 사업 안정성 취약 기업(S3·S4)으로 분류·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등급 하향은 기보가 로칼로 총 13억5000만원 규모 보증을 지원한 지난 3월 이후 약 4개월 만에 이뤄졌다. 당시 로칼은 지난해 7월 보광인베스트먼트, 스마트스터디벤처스 등 VC로부터 35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는 점을 활용, 투자연계보증 상품을 신청·승인받았다.
로칼은 유명 맛집의 조리법을 가져와 로봇 등으로 조리 후 배달하는 이른바 ‘딜리버리 푸드코트’ 운영사로, 2023년 설립됐다. 예비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으로도 불렸던 배달대행 플랫폼 ‘부릉’ 창업자의 연쇄 창업이라는 점으로 스타트업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기보의 보증 등급 조정에는 로칼 창업자인 유정범 대표의 법적 리스크가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유 대표가 앞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단독] ‘부릉’ 창업자 유정범 대표 1심서 징역 4년... 새 회사 투자사들 손실 위기)
유 대표는 2022년 말 부릉(당시 회사명 메쉬코리아)이 유동성 악화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상황에서 이사회 결의나 법원의 허가를 받지 않고 회삿돈 30억원을 무단 인출해 소비한(배임) 혐의로 2023년 8월 기소됐다.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기보는 배임 혐의 형사 사건이 로칼 창업자 대표 개인 관련이지만, 재판 결과에 따라 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집중 사후관리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기보 측은 “부실 징후를 조기에 포착해 구상권 행사 등 보증사고 처리에 빠르게 나서려는 조처”라고 전했다.
유정범 전 부릉 창업자 대표가 지난 2023년 설립한 배달형 푸드코트 운영사 로칼 CI. |
일각에선 기보의 투자연계보증 상품 심사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투자연계보증은 VC가 일정 금액 이상을 투자한 기업에 대해 기보가 보증을 연계 지원하는 제도로, 창업자의 도덕성이나 법적 리스크가 사실상 검증 대상에서 누락되는 구조인 탓이다.
실제로 기보는 보증 심사 당시 유 대표가 형사 재판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보증기업 등급 하향 역시, 로칼 창업자의 배임 실형 관련 내용이 보도되고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실 등의 국회 질의가 이어진 뒤에야 이뤄진 후속 조치였다.
스타트업 업계 한 관계자는 “로칼과 같은 초기 창업 기업의 경우 창업자 대표의 영향력이 큰 탓에 법적 리스크는 보증사고로 이어질 여지가 많다”면서 “당장 징역 4년 형이 확정돼 대표 부재 상황이 벌어질 경우 기업 운영이 계속될 수 있을지마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한편 기보는 앞서 유 대표가 창업한 기업인 부릉에도 50억원 규모의 보증을 제공했다가 보증사고를 겪었다. 2022년 11월 부릉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해당 금액을 기보가 대위변제했다. 이후 대위변제 금액은 이듬해 hy(에치와이)가 부릉을 인수한 뒤에야 상환됐다.
배동주 기자(dont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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