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왼쪽)과 라이언 도널드 주한미군사 공보실장이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2025년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 한·미 공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권혁철 | 통일외교팀장
기자로 생활하며 출입처가 바뀔 때마다 그 분야의 생소한 말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었다. 수습 마치고 법조 출입을 시작했을 때 법대 출신이 아니고 법을 따로 공부한 적도 없어 법률용어가 낯설었다.
예컨대 기각과 각하가 헷갈렸다. 법원이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원고가 졌다)는 결과 측면에서 기각과 각하가 같아 보이는데, 법적으로는 아주 다른 개념이었다. 기각은 법원이 재판을 열어 원고의 주장을 살펴보고 손을 들어주지 않은 것이다. 각하는 원고가 소송을 낼 자격이 없는 등 절차적 문제가 있을 경우 재판조차 시작하지 않고 끝내는 것이다. 원고 기준에서 보면 기각은 소송에서 진 것이고 각하는 소송도 못 해 보고 진 경우다.
국방부 출입하면서 기사 쓸 때 군사용어 때문에 골치 아플 때가 종종 있다. 일단 영어를 한국어로 직역한 군사용어나 영어 약어로 된 말은 들어도 무슨 뜻인지 모호하다. 가령 전투 중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를 최소화했다’는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뜻이다.
원래 영어였던 군사용어를 우리말로 번역하면서 일상용어의 뜻과 달라지곤 한다. 일상생활에선 비슷한 말로 사용하는데도 군사용어로는 전혀 다른 뜻이 되곤 한다. 대표적으로 ‘연합’과 ‘합동’, ‘연습’과 ‘훈련’이 그런 경우다. 일상용어로는 연합이나 합동은 `여러 사람이 힘을 모으거나 합친다’는 뜻으로 유사어다. 의미에 큰 차이가 없으니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하면 된다.
하지만 군사용어로는 연합과 합동이 전혀 다른 뜻이다. 먼저 연합(Combined)은 2개 이상의 나라가 공통 목적을 위해 협력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과 미국이 오는 18~28일 준비하는 ‘을지 자유의 방패’(UFS)를 한-미 연합연습이라고 한다.
합동(Joint)은 같은 국가의 군대 종류인 육해공군 가운데 2개 이상이 참가하는 작전이나 활동을 말한다. 가령 육군과 공군이 함께 작전하면 합동작전이라 한다. 한국군의 화두인 합동성 강화는 육해공군이 자군 이기주의에 빠져 따로 놀지 않고 하늘과 바다, 육지에서 유기적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뜻이다.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국군이 미군 등 외국 군대와 함께하면 연합이고, 육해공군이 같이하면 합동이다.
일상용어로는 훈련이나 연습이나 비슷한데 군사용어로는 둘이 엄연히 다르다. 군은 연습(Exercise)을 ‘연합·합동 작전 과정에서 작전술 제대의 작전 기획·준비·시행을 포함한 군사 기동 또는 모의된 전시작전 시행 절차 숙달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연습은 공격·방어 등 작전계획을 시행하므로 최대한 실제와 같도록 실시한다. 연습에는 합동참모본부나 한미연합군사령부 등 한반도 전구(전쟁구역)급 지휘부와 지휘소 연습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훈련(Training)은 ‘전술 제대의 개인 및 부대가 부여된 임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기술적 지식과 행동을 체득하는 조직적인 숙달 과정’이다. 유격 훈련, 사격 훈련, 혹한기 훈련 등이라 전구급 작전계획은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훈련은 연대나 대대급 이하에서 많이 한다.
연습이 훈련보다 훨씬 크고 중요하다. 흔히 한-미 훈련이라 불리는 ‘을지 자유의 방패’는 훈련이 아니라 연습이다. 하지만 기자들은 한-미 훈련이라고 보도한다. 어감상 연습보다는 훈련이 익숙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이 이번 ‘을지 자유의 방패’에서 야외 기동훈련 40여건 중 20여건을 다음달로 연기했다. 보수 쪽에서는 야외 기동은 연합훈련의 핵심인데 북한 눈치 보며 훈련이 연기됐다고 반발했다. 한-미 연합연습인 ‘을지 자유의 방패’의 핵심은 전면전 상황을 가정해 작전계획을 시행하는 지휘소 연습이다. 전술 훈련이 아닌 한반도 전구급 연습이다. 야외 기동훈련은 ‘전사의 방패’(워리어 실드)란 이름이 따로 있다. 연습과 훈련을 구별 못 하면 야외 기동훈련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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