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중국 위, 촉, 오 삼국시대는 소설 '삼국지연의'의 배경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중 촉나라의 인구와 면적은 위나라의 10분의 1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50년간 시종일관 공세를 유지하며 중원을 위협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역대 국가의 흥망성쇠를 분석한 통치자의 교과서, 당 태종의 '정관정요'에 답이 있다.
“제갈량은 촉나라를 다스리면서 사면을 시행하지 않았는데도 나라가 잘 다스려졌다. 그러므로 나는 천하를 차지한 뒤로 절대 사면을 시행하지 않았다. 지금은 천하가 안정되었으니 특별한 은혜를 자주 베풀면 안 된다. 사면을 시행하면 어리석은 자가 요행을 바라며 법을 어기고 잘못을 뉘우치지 않을까 걱정이다.”
유비가 죽은 뒤, 제갈량은 어린 황제(유선)를 대신해 촉나라를 다스렸다. 너그러운 유비와 달리 제갈량은 가혹하리만치 엄격한 사람이었다. ‘읍참마속’이라는 고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제갈량은 집권 기간 내내 단 한 번도 사면을 시행하지 않았다. 조그만 촉나라가 거대한 위나라에 맞설 수 있었던 것은 그렇게 법질서를 유지한 덕택이었다.
편집자주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면 신발 끈을 묶는 아침. 바쁨과 경쟁으로 다급해지는 마음을 성인들과 선현들의 따뜻하고 심오한 깨달음으로 달래본다.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지난 7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를 나서고 있다.법무부는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사면심사위원회를 열고 광복절 특별사면 및 복권 후보자를 심사했다. 과천=뉴시스 |
중국 위, 촉, 오 삼국시대는 소설 '삼국지연의'의 배경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중 촉나라의 인구와 면적은 위나라의 10분의 1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50년간 시종일관 공세를 유지하며 중원을 위협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역대 국가의 흥망성쇠를 분석한 통치자의 교과서, 당 태종의 '정관정요'에 답이 있다.
“제갈량은 촉나라를 다스리면서 사면을 시행하지 않았는데도 나라가 잘 다스려졌다. 그러므로 나는 천하를 차지한 뒤로 절대 사면을 시행하지 않았다. 지금은 천하가 안정되었으니 특별한 은혜를 자주 베풀면 안 된다. 사면을 시행하면 어리석은 자가 요행을 바라며 법을 어기고 잘못을 뉘우치지 않을까 걱정이다.”
유비가 죽은 뒤, 제갈량은 어린 황제(유선)를 대신해 촉나라를 다스렸다. 너그러운 유비와 달리 제갈량은 가혹하리만치 엄격한 사람이었다. ‘읍참마속’이라는 고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제갈량은 집권 기간 내내 단 한 번도 사면을 시행하지 않았다. 조그만 촉나라가 거대한 위나라에 맞설 수 있었던 것은 그렇게 법질서를 유지한 덕택이었다.
사면은 법을 잘 지키는 사람에게는 해당이 없다. 사면의 혜택을 입는 사람은 범법자뿐이다. 그래서 전국시대 제나라 재상 관중은 “사면은 백성의 원수”라고 했다. 사면을 남발하면 법치의 근간이 흔들리고, 법치의 근간이 흔들리면 피해를 입는 것은 선량한 백성이기 때문이다.
사면은 법이 생긴 이래로 항상 존재했다. 지금도 여전히 세계 여러 나라가 법치를 근간으로 삼으면서도 사면 제도를 없애지 않고 있다. 법이 완벽할 수 없으므로 법을 보완하는 수단으로서 사면을 존치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다. 사면은 어디까지나 예외적이고 불가피한 수단이어야 한다. 사면은 항상 법치를 흔들 위험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건국 이래 100번이 넘는 사면을 시행했다. 거의 1년에 두 번꼴이다.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특별사면은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설날, 추석, 광복절, 성탄절, 해마다 한 번도 아니고 서너 번씩 사면을 저울질한다. 이번 광복절도 예외가 아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겨우 두 달이 지났다. 국정 원칙을 세우고 흔들림 없이 지켜야 할 때다. 법치를 어지럽히는 사면 카드를 만지작거릴 때가 아니다. 박근혜 정부도 써먹었고 윤석열 정부도 써먹었으니, 이번에도 써먹겠다는 건가. 아니면 그들의 사면은 ‘나쁜 사면’이고 이번 사면은 ‘착한 사면’이라는 건가. 해마다 반복되는 비정상적 관행을 이참에 근절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누가 집권하든 사면을 명분으로 비리 정치인 풀어주기는 마찬가지라는 정치 혐오를 부채질할 뿐이다.
장유승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