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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의 산재 기업 때리기, 제재만이 능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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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휴가에서 복귀하자마자 “앞으로 모든 산재(산업재해) 사망 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산재 사망 사고가 잦은 기업을 겨냥해 강도 높은 메시지를 던졌다. SPC 삼립공장 대회의실에서 SPC그룹 회장 등을 상대로 “월급 300만원 받는 노동자라 해서 그 목숨값이 300만원은 아니다”고 질타했고, 포스코이앤씨 산재 사고 때는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까지 했다.

‘소년공’ 시절 산재를 당한 대통령의 발언에선 절박감이 느껴진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강력한 산재 근절 의지를 밝히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기업이 경각심을 갖고 더 노력하면 산재 예방에 도움이 된다. 특히 국내 건설업의 사고 사망률은 다른 업종은 물론 선진국에 비해서도 몇 배 높다. 최근 한 벽돌제조 공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비닐로 지게차에 결박한 사건이 보여주듯 노동자가 산업 현장에서 부품처럼 취급되는 전근대적 관행이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기업이 현장 노동자를 이윤보다 앞세우라는 대통령 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대통령이 개별 건설사의 해체로 이어질 수 있는 방안까지 꺼내 든 것은 지나치다. 이 대통령은 올해 산재 사고가 잇따른 포스코이앤씨를 겨냥해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포스코이앤씨가 도마 위에 올랐지만 다른 건설사도 산재 위험에 노출돼 있기는 마찬가지다. 2020~2024년 5년 동안 포스코이앤씨의 산재 사망자 수는 5명으로, 10대 건설사 중 가장 적었다. 이 기간에 10명 넘는 산재 사망자가 나온 건설사도 4곳에 달했다.

대통령 지시에 당정은 산재 사망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건설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법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이 법안대로면 10대 건설사 대부분은 순차적으로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과도한 조치다. 해당 업체와 협력사에 고용된 직원과 가족의 생계는 물론 주택 공급 차질, 아파트 계약자 피해 등 사회·경제적 피해는 가늠하기 어렵다. 국내 건설업에서 산재 사망 사고가 멈추지 않는 원인은 외국인 노동자 증가와 다단계 하도급, 저가 수주 등 복합적이다. 처벌 강도만 높인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정부의 제도 개선과 감독 강화, 기업의 안전 투자, 노동자의 안전수칙 준수 노력이 같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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