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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 르포①] '제2의 린츠'를 꿈꾸는 광양...산업도시에서 문화도시로, 변화의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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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구 기자] (문화뉴스 이동구 기자) [저녁 빛이 항만 크레인 사이로 스며들자 금빛 파도가 부두 끝까지 번졌다. 쇳덩이와 컨테이너가 부딪히는 묵직한 소리 속에서, 광양은 여전히 산업의 심장으로 뛰고 있었다. 그러나 발걸음을 시내로 옮기면, 천년의 시간을 품은 성곽과 오래된 골목, 그리고 작지만 강한 문화의 숨결이 이 도시의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광양은 왜 아직도 '산업도시'로만 불릴까. 백제와 조선의 역사를 품고, 섬진강과 광양만의 풍광을 안고 있음에도, 문화도시라는 이름은 좀처럼 붙지 않는다. 이 오래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지금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시작되고 있다.

광양은 오랫동안 한쪽 날개로만 날아온 도시였다. 산업이라는 강한 날개가 도시를 멀리까지 날게 했지만, 다른 한쪽 날개인 문화와 역사는 오랫동안 접혀 있었다. 이제 광양은 그 접힌 날개를 펼치고, 더 넓은 하늘로 오르려 한다]

광양항 컨테이너부두 야경

  광양항 컨테이너부두 야경


컨테이너 야드의 거대한 크레인이 저녁 노을을 배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하역 신호음과 쇳덩이가 부딪히는 소리가 광양항 부두를 가득 메웠다. 수십 년간 광양을 규정해온 이 소리는 분명 이 도시의 심장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다른 리듬이 숨어 있었다.

구릉 위의 옛 성곽, 오래된 골목길의 한옥, 그리고 지역 예술인의 손끝에서 태어나는 작품들이 그것이다. 산업과 항만의 강한 이미지 속에 가려져 있던 문화와 역사의 결이, 최근 들어 서서히 빛을 드러내고 있다.

기자는 이 장면에서 어느때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을 지낸 황지우 시인을 광양의 선배 기업가인 황재우 회장의 소개로 만나서 인터뷰를 하면서 도시발전의 시작이 바로 의식과 의지가 있는 소수의 사람들의 발상의 전환이 시발이라는 이야기에 촉이 끌려 관심을 가지고 있던차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오스트리아 린츠를 이야기를 하고 싶다. 린츠 역시 한때 쇠락한 철강 도시였다. 그러나 2009년 '유럽 문화수도'에 선정되며 도시의 DNA를 완전히 바꾸었다. 핵심은 기존 산업을 버리지 않고 재해석한 전략이었다.

철강과 기계산업의 이미지를 미디어아트와 결합해 '아트+테크놀로지'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만든 것이다. 다뉴브강변에 세운 미디어아트센터와 매년 열리는 '아르스 일렉트로니카'는 린츠를 유럽의 창의 수도로 자리매김시켰다.

광양은 린츠와 닮은 점이 많다. 세계적 항만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도시이면서, 백제와 조선의 역사를 품고 있고, 천혜의 수변 자원인 섬진강과 광양만을 안고 있다. 그러나 이 잠재력을 하나의 스토리로 엮어내는 작업은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다.


취재 과정에서 기자는 지역 발전과 문화 융합 전략을 이야기하는 한 전직 항만 CEO를 만났다. 그는 수십 년간 국내외 항만을 누빈 경험을 바탕으로, 산업과 문화·기술을 결합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도시의 정체성을 바꾸려면 하드웨어보다 먼저, 사람들이 마음속에 새 이미지를 품게 해야 합니다. 그게 시작입니다." 그는 나름대로 지역발전에 대한 실행 가능한 구체적 전략을 조용히 풀어냈다.

광양의 수변 공간에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관객의 직접적인 참여와 상호작용을 통해 실시간으로 변화하며 완성되는 기술 기반의 참여형 예술)를 설치하고, 지역 예술인과 청년 창작자를 산업 현장과 연결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구상이었다.


광양은 지금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산업도시라는 안전한 궤도를 계속 달릴 것인지, 아니면 역사·문화·기술이 함께 흐르는 새로운 궤도를 그릴 것인지. 린츠의 변화가 증명했듯, 그 첫걸음은 도시 스스로의 정체성을 재발견하는 데 있다.

기자는 이번 연재를 통해 광양의 잠재력, 이를 현실로 만드는 전략, 그리고 그 변화를 설계할 수 있는 주체들을 차례로 조명할 예정이다. 산업의 소리와 문화의 숨결이 한데 어우러지는 순간, 광양의 두 번째 심장이 뛸 준비를 마치게 될 것이다.

2부= '뿌리 깊은 문화와 역사, 광양의 DNA를 깨우다'

사진=여수광양항만공사

문화뉴스 / 이동구 기자 pcs819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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