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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플법'이 뭐기에 트럼프까지 나섰을까 [스터디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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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영 기자]

미국이 한국에 이례적인 서한을 보냈습니다. 골자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의 플랫폼 규제 법안이 미국 기업을 겨냥하고 있다. 입법이 우려된다." 요즘 한미 무역협상에서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온플법' 이야기입니다. 미국은 왜 이 법안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선 걸까요?


온플법이 한·미 무역 협상에서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사진 | 연합뉴스]

온플법이 한·미 무역 협상에서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사진 | 연합뉴스]


"한국의 법안이 미국 기업을 부당하게 겨냥할 수 있다." 지난 7월 24일 미 하원 법제사법위원회가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에 보낸 서한의 내용입니다. 짐 조던 법사위원장은 서한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공정위가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을 모델로 삼은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법안은 혁신을 억제하고 연구·개발(R&D)을 저해하며, 적대적 국가에 이익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낳는다."


그러면서 미 하원 법제사법위 측은 7일까지 해당 법안이 미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는 브리핑을 열어달라고 공정위 측에 요구했죠.[※참고: 공정위가 어떤 답변서를 보냈는지는 후술했습니다.]


■ 질문① 무슨 일일까 = 그럼 이들이 말하는 법안은 무엇일까요. 바로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온플법)'입니다. 미 하원이 언급했듯 EU가 운영 중인 디지털시장법과 유사한 법안입니다. 거대 플랫폼 기업을 사전에 지정해 규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죠.


좀 더 자세히 볼까요? 온플법은 특정 기준에 따라 플랫폼 기업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합니다. 법안이 규정한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시가총액 또는 그에 준하는 공정시장가치가 15조원 이상, 연평균 매출액 3조원 이상, 그리고 월평균 이용자가 1000만명 이상이거나 이용 사업자가 5만곳 이상입니다.


플랫폼 기업의 시장 독점을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은 꽤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습니다. 2023년 12월 공정위가 온플법의 전신인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을 통과시키겠다고 발표한 게 신호탄이었죠.


하지만 미국과 재계의 반대에 부딪혀 국회(21대)의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공정경제'를 강조한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입법에 다시 탄력이 붙었지만, 미국의 공개적 반대로 상황이 어지러워졌습니다.

■ 질문② 이유가 뭘까 = 그렇다면 미국이 온플법을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속내는 분명합니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애플 등 미국 기업들이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서비스 무역은 미국이 중시하는 분야 중 하나입니다. 미국은 현재 이들 기업의 서비스를 수출하며 큰 이익을 보고 있죠. 미국의 서비스 무역 수출 규모를 확인해 볼까요?



1999년만 해도 2780억100만 달러였던 수출 규모는 2006년 4230억8600만 달러, 2017년 8374억7400만 달러로 가파르게 늘어났습니다. 지난해엔 1조1527억4700만 달러로 더 커졌죠. 미국의 상품 수출에서 서비스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 미국의 상품 수출 규모는 2조798억 달러였는데 이중 서비스 수출액은 1조1527억4700만 달러였습니다. 미국 상품 수출의 55.4%가 '서비스'에서 나왔다는 겁니다.


당연히 미국은 서비스 무역을 통해 큰 흑자를 남기고 있습니다. 지난해 미국은 EU와의 서비스 무역에서 756억 달러의 흑자를 냈습니다. 캐나다와 중국과의 서비스 무역에선 각각 349억 달러, 318억 달러의 흑자를 달성했죠. 한국과 일본에서도 각각 107억 달러, 50억 달러 규모의 서비스수지 흑자를 올렸습니다.


이렇게 '큰돈'을 벌어다주니, 미국으로선 '자국 플랫폼'을 보호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이 부유해지면서 서비스가 점차 경제의 중심이 됐다"며 "이제 중요한 것은 포드나 제너럴모터스가 아니라, MS·알파벳(구글 모회사)·JP모건체이스와 같은 기업들"이라고 평가했습니다.


■ 질문③ 어떻게 해야 할까 =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 협상 의제로 '비관세장벽'을 포함한 이유도 '서비스 수출'과 맞닿아 있습니다.[※참고: 비관세 장벽은 관세 외 무역 장벽(trade barrier)을 의미합니다.] 미국은 관세 부과, 미국 시장 접근 제한 등을 내세워 상대국들이 미국 빅테크를 규제하는 것을 막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의 압박에 모든 나라가 똑같이 대응하는 건 아닙니다. EU는 "자신들의 플랫폼 규제 법안은 미국과의 협의에서 논의 대상이 아니다"고 못 박았습니다. 토마 레니에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6월 30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EU의 디지털시장법과 디지털서비스법은 미국과 협의에서 논의 대상이 아니다"며 "제정법이 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캐나다는 반대 케이스입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6월 27일 '디지털 서비스세' 도입을 빌미로 무역 협상을 중단하자 이틀 만인 29일 디지털세를 폐지하기로 했습니다.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캐나다의 결정을 두고 "이제 다시 협상 테이블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고, 실제로 협상은 재개됐습니다.


■ 질문④ 한국의 선택은 = 이런 복잡한 상황에서 한미정상회담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선 한미정상회담이 8월 넷째주에 개최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읍니다. 이 회담에선 7월 30일 타결된 한·미 무역협상에서 다루지 않은 디지털 규제 문제가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이 자리에서 한국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요? 한미 무역협상에 나섰던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온라인 플랫폼법 등 여타 비관세 조치에서 미국 기업들이 차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지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8월 6일)" 온플법 문제에서 한국이 한걸음 물러설 가능성을 내비친 겁니다.


지난 7일 공정위가 미 하원 법사위에 보낸 답변서의 내용도 결이 비슷합니다. "현행법 집행은 물론 향후 입법 논의에 있어서도 국내외 및 외국 기업 간 차별 없이 동일한 법적 원칙과 기준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온플법은 국회의 추가 논의가 필요한 바, 향후 입법 논의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의견을 지속 수렴하는 등 한·미 간 협조를 강화하겠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요? 온플법은 이제 '물 건너간 이슈'에 불과한 걸까요? 지켜볼 일입니다.

조서영 더스쿠프 기자

syvho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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