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표 관세로 美 AI 비용 증가…혁신 저해" 美전문가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 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8월 7일을 공식 '국가 퍼플하트의 날'로 선언하는 선언문에 서명하고 있다. 2025.08.08.

[서울=뉴시스] 김난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글로벌 관세가 미국의 인공지능(AI)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워싱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속 필립 럭 국제비즈니스 석좌는 7일(현지 시간) 공개한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100% 반도체 관세로 미국 내 AI 서버 비용이 최대 75% 상당 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자국 내 AI 육성을 열의 있게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달 23일에는 세계 AI 경쟁 승리를 목표로 대규모 데이터 센터 건설 등 세부 내역을 담은 AI 액션 플랜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다방면 관세가 AI 관련 비용을 크게 증가시킨다는 게 럭 석좌의 지적이다. 그에 따르면 반도체 관세가 아니어도 각종 관세로 미국의 AI 인프라 비용은 향후 5년간 750억~1000억 달러 증가할 전망이다.

럭 석좌는 구글,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대규모 AI 투자를 거론, "행정부의 무역 정책 우선순위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라고 했다. 산업계 흐름과 배치되는 정부 정책이 기술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취지다.

특히 각 기업의 투자로 미국 내 일자리와 생산량이 증가할 수는 있지만, 아직 AI 기술에 필요한 반도체, 서버, 냉각 시스템, 변압 장치, 첨단 전력 장비 등은 국제 공급망과 깊숙이 연결돼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럭 석좌는 특히 변압 장치를 거론, "데이터 센터는 변압기 등 전력 인프라 요소와 관련해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라며 미국 내 핵심 변압 장치 부족 및 기운영 변압 장치 수명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데이터 센터 확장이 기여하는 수요 증가에도, 미국 변압 장치 제조 업체는 수요의 20%만 충족한다"라며 "나머지는 주로 멕시코나 중국에서 충당한다"라고 했다. 국가별 관세가 이런 상황을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변압 장치 제조에 필수적인 방향성 전기강판은 명백한 예외 조치가 없다면 무역법 232조에 따라 50%의 관세 대상이 된다"라고 했다. 이밖에 구리 관세 역시 잠재적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그는 분석했다.

럭 석좌는 "미국은 더 빠르고 저렴한 AI 인프라를 요구하면서 그 핵심 부품을 더 비싸게 하는 정책을 동시에 추진할 수 없다"라고 꼬집었다.

향후 반도체 관세가 현실화하면 이런 모순은 더욱 깊어진다. AI 작업에 필수적인 GPU가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는 상황에서 대안 없이 데이터 센터를 구축할 경우 관세로 인해 더 많은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경우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거대 기업은 단기적으로 비용 증가를 감당할 수 있다. 그러나 비교적 소규모의 AI 연구소와 스타트업은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밖에 없고, 자연히 미국 기술 혁신 생태계를 저해하게 된다.

럭 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가 "즉각적으로는 AI 경쟁력 유지에 필요한 미국 기업의 투자에 세금을 매기는 효과"라며 "현재로서는 무역 정책이 핵심 산업 우선순위를 지원하기보다 약화시키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오늘날의 경제 성장을 책임지고 미래에는 더욱 중요해질 산업을 지지하기 위해, 행정부는 핵심 기술 투자를 방해하는 게 아니라 관세 정책을 재조정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imz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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