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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예보와 현장을 잇는 AI 브리지

이데일리 손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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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언 기상청장
[장동언 기상청장]날카로운 빗소리도 하늘을 찢는 천둥소리도 없이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를 덮었다. 햇빛은 바람조차 짓누르고 나무 밑 그늘마저 열기에 젖어들며 아스팔트는 뜨겁게 뒤틀려 아지랑이를 토해낸다. 체온보다 높은 기온 탓에 하염없는 부채질은 마른 바람만 불어내고 허공을 긁는 선풍기도 더위를 미처 날려버리지 못한다. 소리 없는 투명한 맹독가스처럼 열기가 온 사방에서 퍼져 나와 사람들을 쓰러뜨리는 계절, 바로 폭염의 시간이다.

장동언 기상청장

장동언 기상청장

한때 폭염은 ‘조금 더 더운 날’ 정도로 여겨졌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연평균 폭염 일수는 약 8일, 열대야 일수는 약 3일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기후변화는 폭염을 매년 반복되는 일상적 재난으로 바꿔 놓았다. 2000년대까지는 8∼10일 수준이던 연평균 폭염 일수가 2010년대 들어 약 15일로 크게 뛰었다. 최근 10년(2015∼2024년) 동안 연평균 폭염 일수는 약 16일이다. 열대야 일수는 더욱 극적이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열대야 일수는 약 11일로 1980년대에 비해 4배 가까이 높다. 실제 지난해를 복기해 보면 추석이던 9월까지 폭염이 이어져 무려 약 30일의 폭염 일수와 약 25일의 열대야 일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기상청도 이에 맞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2008년 폭염 특보를 처음 도입하고 2019년부터 폭염 영향예보를 운영, 2023년에는 폭염 특보 기준을 기온에서 체감온도로 바꾸기도 했다. 올해부터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선제적인 폭염 발생 가능성 정보를 시범 생산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아무리 빠르고 정확한 예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국민의 행동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결국 아무도 지킬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얼마나 정확히 알리느냐’만큼 ‘어떻게 움직이게 하느냐’는 것이 중요하다.

행동하게 만드는 힘은 이성이 아닌 감성에 있다. 특히 적극적인 행동은 감성적 공감이 동반돼야만 가능하다. 한편 위험 상황에서 제시하는 행동 요령은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같은 기온에도 어떤 이에겐 가벼운 제안이, 어떤 이에겐 강한 경고가 필요할 수 있다. AI는 두 측면 모두에 큰 강점이 있다. 다양한 정보를 빠르게 분석한 맞춤형 정보를 친절하고 공감 가는 말로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기상청에서는 지난 6월부터 독거노인 등 취약 계층에 보급한 AI 스피커를 통해 “많이 더우시죠. 체감온도 34도 이상으로 어르신들에겐 ‘경고’ 수준이에요. 온열질환이 발생할 수 있으니 물을 자주 드시고 가급적 야외활동은 피하세요”와 같은 맞춤형 폭염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단순 기상정보에 공감과 대응 요령을 담아 전달함으로써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다. 또한, 주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는 AI 케어콜 서비스(AI와의 음성통화 서비스)를 통해서도 폭염 관련 위험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민관 협력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AI 기술을 내부적인 예보 생산기술에 적용하던 것을 넘어 실질적인 대국민 서비스의 개선에까지 확대 적용해 가고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극단적인 기상현상의 빈도가 늘고 강도가 세지는 만큼 기상정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예보의 정확성은 물론 더 나아가 기상정보가 현장에서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만큼 기상청의 책임도 점점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더 이상 단순 ‘날씨 정보 생산기관’으로서는 국민의 목소리에 호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제 기상정보를 넘어 언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까지 안내해 피해를 막고 생명을 지키는 ‘행동 유도형 정보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를 위해 AI 등 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보다 널리 활용할 필요가 있다. 무더위 속에서도 국민의 곁을 지키는 예보, 현장에서 생명을 살리는 정보가 되려면 그 사이를 잇는 다리가 필요하다. AI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예보와 일상, 정보와 감성, 위기와 대응을 연결하는 다리다. 예보가 끝이 아닌 시작이 되도록 기상청은 앞으로도 기술과 사람을 잇는 가교 역할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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