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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韓·日 모두서 이방인” 재일 작가 곽덕준 별세

조선일보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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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 작가 곽덕준이 지난 4월 23일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 55주년 특별전  1부 전시장에서 대표작 '대통령과 곽' 앞에 서있다. /갤러리현대

재일 작가 곽덕준이 지난 4월 23일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 55주년 특별전 1부 전시장에서 대표작 '대통령과 곽' 앞에 서있다. /갤러리현대


재일 작가 곽덕준(88)이 지난달 26일 일본 교토의 한 병원에서 급성 심부전으로 별세했다고 갤러리현대가 7일 밝혔다.

곽덕준은 일본 교토에서 재일한국인 2세로 태어났다. 일본과 한국이라는 두 개의 사회에서 동시에 이방인으로 살아가며 정체성의 문제를 작품을 통해 풀어냈다. 생전 작가는 “한국에서도 이질적인 존재, 일본에서도 이질적인 존재, 이 두 가지가 뒤섞인 상태에서 생겨난 독자적인 세계관이 내 작업의 근원이 됐다”고 말했다. 2003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올해의 작가전’을 계기로 국내에 이름을 알렸다.

지난 4~5월 갤러리현대 '55주년 한국 현대미술의 서사' 1부 전시에 곽덕준 사진 연작  '대통령과 곽'이 걸린 모습. /갤러리현대

지난 4~5월 갤러리현대 '55주년 한국 현대미술의 서사' 1부 전시에 곽덕준 사진 연작 '대통령과 곽'이 걸린 모습. /갤러리현대


1960년대 후반까지 일본 전통 염색 기법을 활용한 독특한 회화 작업을 선보였고, 1970년대부터 개념미술로 방향을 틀었다. 설치, 사진, 퍼포먼스, 판화, 영상 등 다양한 매체로 예술실험을 펼쳤다. 1974년 대표작 ‘대통령과 곽’을 통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미국 ‘타임’지 표지를 장식한 미국 대통령 얼굴 절반과 자신의 얼굴 절반을 결합한 사진 연작이다. 지난 4~5월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열린 개관 55주년 특별전 1부에 제럴드 포드부터 버락 오바마까지 연작 10점이 큼직하게 걸렸다. 생전 그는 “이 작품엔 3개의 얼굴이 등장한다”며 “절대 권력을 상징하는 미국 대통령의 얼굴, 권력이라곤 전혀 없는 제 자신의 얼굴, 그리고 그 둘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얼굴”이라고 했다.

지난 2020년 갤러리현대 전시장에 나온 재일 작가 곽덕준. 폐결핵 투병 중이던 20대에 그린‘위선자의 미소 667’(1967) 옆에 섰다. /갤러리현대

지난 2020년 갤러리현대 전시장에 나온 재일 작가 곽덕준. 폐결핵 투병 중이던 20대에 그린‘위선자의 미소 667’(1967) 옆에 섰다. /갤러리현대


도형태 갤러리현대 대표는 “지난 4월 23일 전시장을 방문한 작가가 ‘대통령과 곽’ 연작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담소를 나눈 것이 마지막 인사가 됐다”며 “그때까지만 해도 컨디션이 좋으셨는데 갑작스런 소식에 안타깝다”고 전했다. 갤러리 측은 “굴곡진 현대사의 소용돌이 속 인간의 실존을 블랙 유머적인 개념미술로 승화시킨 현대미술의 거장”이라며 “작가의 예술을 향한 끊임없는 도전과 헌신의 여정을 기리며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유족으로 부인 김나나씨, 딸 리리씨가 있다.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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