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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한국마사회, 에르메스 홈페이지 |
[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말은 인류 역사에서 교통수단을 넘어 권력과 우아함, 속도와 자유의 상징이었다. 고대 그리스의 전차 경주부터 중세 기사의 위엄 있는 기마행렬, 근세 유럽 귀족의 사냥과 승마까지. 말은 지배층의 권위와 세련된 취향을 대변했다. 특히 19세기 유럽에서 승마는 스포츠를 넘어 상류사회의 필수 교양이자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상징이었다.
이러한 역사적 상징성은 현대 패션계에서 여전히 영감의 원천으로 작용한다. 세계적 명품 브랜드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핵심 모티브가 된다. 에르메스, 구찌, 랄프 로렌 등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모두 말과 승마 문화에서 출발하거나 정신을 계승, 오늘날 럭셔리 산업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에르메스(Hermès) ; 마구에서 시작하다
버킨백과 켈리백으로 유명한 에르메스는 말과 인연에서 시작한 브랜드다. 1837년 마차가 파리 거리를 누비던 시대에 티에리 에르메스(Thierry Hermes)는 마들렌 광장 근처 바스 뒤 랑파르에 작은 마구점을 열었다. 안장과 마구류를 전문으로 하는 작은 공방은 철저한 수공예 방식을 고수했다.
산업혁명의 물결에도 에르메스는 이탈리아 장인의 전통적인 바느질 기법과 견고함을 추구했다. 당시 최상류층 귀족의 까다로운 요구를 완벽하게 충족시켰다. 1867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수상한 이후 에르메스 마구의 명성은 더욱 높아졌다. 최고급 가죽과 정교한 제작 공정, 독창적인 바느질 기법으로 프랑스 왕실의 신뢰를 얻었다. 러시아 황제의 안장까지 제작했다.
시간이 흐르며 가죽 가방, 스카프, 의류로 영역을 확장했지만 브랜드 DNA엔 여전히 말의 정신이 새겨져 있다. 에르메스는 여전히 안장 등 승마 용품을 생산할뿐만 아니라 시그니처 ‘카레(Carre)’ 실크 스카프엔 말과 기수, 마구를 주제로 한 디자인을 지속해서 둔다. 매장 곳곳에서는 말 조형물 등을 발견할 수 있다. 듀크와 마차부가 그려진 에르메스의 상징적인 로고는 오늘날에도 브랜드의 뿌리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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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한국마사회, 구찌 홈페이지 |
◇구찌 ; 승마 장비서 태어난 이탈리아 럭셔리
구찌의 아이코닉한 홀스빗 로퍼에 장식된 ‘홀스빗(Horsebit)’은 말의 재갈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이다. 구찌 역시 승마용품을 기원으로 하는 브랜드다.
1921년 피렌체에서 구찌오 구찌(Guccio Gucci)가 설립한 이 브랜드의 창립자는 젊은 시절 런던 사보이 호텔에서 근무하며 영국 상류층의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이탈리아로 돌아온 그는 모던한 기술과 최상급 소재로 제작한 승마용 가죽 제품을 선보이며 귀족 사회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점차 핸드백과 일반 가죽 제품으로 영역을 넓혔다.
이 과정에서 그는 구찌의 불후의 심벌이 된 디자인 요소를 창조했다. 말 안장을 고정하는 스트랩에서 영감을 얻은 그린-레드-그린 웹 스트라이프와, 홀스빗(말 재갈) 장식이 대표적이다. 고객 대부분 승마를 즐기는 상류층이었다. 이를 고려해 말발굽부터 안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승마 관련 요소를 디자인에 접목시켰다. 현재까지 구찌의 가치를 증명하는 핵심 심벌로 기능하고 있다. 홀스빗 장식은 가방, 벨트, 주얼리 등 다양한 제품군에서 변주돼 사용, 브랜드 헤리티지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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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한국마사회, 랄프 로렌 홈페이지 |
◇폴로 랄프 로렌 ; 폴로 경기서 출발한 아메리칸 클래식
랄프 로렌(Ralph Lauren)은 말과 가장 직관적으로 연결된 브랜드다. 1967년 창립 당시부터 ‘폴로(Polo)’라는 명칭을 전면에 내세웠다. 브랜드 로고엔 말을 탄 폴로 선수가 말렛을 든 모습이 역동적으로 그려져 있다. 랄프 로렌은 실제 폴로 경기를 본 적 없었지만, 승마 스포츠가 상징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매료돼 브랜드명으로 선택했다.
친구의 초대로 처음 폴로 경기를 관람한 경험은 그의 브랜드 철학을 확고하게 만들었다. 말과 기수가 하나 돼 경기장을 질주하는 역동성, 이를 둘러싼 상류층의 우아한 분위기에서 그는 꿈꾸던 브랜드의 모든 것을 발견했다. 말은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자유와 귀족적 품격, 미국적 가치를 구현하는 상징이었다.
1970년대 출시된 폴로 셔츠는 이런 철학을 구현했다. 왼쪽 가슴의 말 탄 폴로 선수 로고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누구나 동경하는 말 위의 귀족 정신을 일상복에 담아낸 혁신이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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