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에 약 100%의 품목별 관세를 부과할 것이란 방침을 밝히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글로벌 인공지능(AI) 랠리를 이끄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큰 충격을 받을 위기에 놓였다.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부과 시기와 적용 방식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 속에 주요 반도체주의 단기 주가 변동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다만, 구체적인 부과 시기와 적용 방식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하지 않은 만큼 신중한 투자 접근이 필요하단 조언을 내놓는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애플의 미국 내 제도 투자 행사에서 “우리는 반도체에 약 1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집적회로(chips)와 반도체(semiconductors)”가 부과 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한국으로선 반도체 품목 관세가 어떻게 책정될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지난달 31일 한미 무역 합의에서도 반도체 관련 관세는 확정되지 않은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중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지점은 “미국에서 반도체를 제조하겠다고 약속한 기업에는 100%의 관세가 부과되지 않을 것. 현재 미국에서 제조하고 있는 반도체에 대해서도(in the process of building in the U.S.)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이라고 강조한 부분이다.
구체적으로 삼성전자는 미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시스템 반도체를 이미 양산 중이며, 현재 테일러시에 제2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이 공장들은 테슬라 자율주행칩, 구글·아마존 전용 AI 칩 등 첨단 비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거나 생산할 예정이다.
미국 텍사스주에 위치한 삼성전자 오스틴 사업장. [삼성전자 제공] |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생산의 상당 부분을 이미 미국에서 하고 있고, 추가적인 대미 투자 확대 가능성도 열려있다”면서 “관세를 면제받거나, 최소한의 비율로 낮아질 가능성도 크다고 본다”고 짚었다.
다만, 전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는 한국(화성·평택), 중국(시안) 등에서 생산되고 있는 만큼 고율 관세의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보다 SK하이닉스는 좀 더 불리한 상황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미 투자 계획에 대해 밝히긴 했지만, 여전히 미국 내에는 생산 거점이 없고, 한국 이천·청주와 중국 우시·다롄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대부분 생산 중”이라며 “미국 수요 비중이 높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성능 AI칩은 관세 부담을 직접적으로 떠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HBM 패키징 공장 신축 시 관세 적용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 같은 상황은 당장 주가에도 반영되는 분위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현재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500원(2.18%) 오른 7만300원에 거래 중이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최근 165억달러(약22조9000억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애플의 차세대 칩도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도 주가 강세 재료로 활용되는 분위기다.
반면, SK하이닉스 주가는 전날보다 1000원(0.39%) 하락한 25만7500원을 기록 중이다. 장 초반 3.47% 하락한 25만원까지 내려앉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낙폭을 줄여가는 모양새다.
SK하이닉스가 올 4월 ‘TSMC 2025 테크놀로지 심포지엄’에서 선보인 HBM4. [SK하이닉스 제공] |
반도체 관세 부문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주요 사안들과 비슷하게 ‘타코(TACO, 트럼프는 언제나 겁을 먹고 물러선다)’적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이형수 HSL파트너스 대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미국 외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미국 시장에 수출하는 반도체 기업들의 주요 고객은 AI 기술 개발에 뛰어든 미국 빅테크(대형 기술주)”라며 “AI 군비 경쟁 최전선에 나선 빅테크엔 반도체 고율 관세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만큼 끝까지 초강경 자세를 취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AP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은 당근보다 채찍에 가까운 관세 위협으로 미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를 유도하려 하고 있다”며 “이는 기업 이익이 줄고, 휴대전화·TV·냉장고 등의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위험이 따르는 도박”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증권업계에선 최근 미국과 무역 합의에 포함된 반도체 관세에 대한 ‘최혜국 대우’ 조항에 집중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은 앞서 유럽연합(EU)과 반도체에 15% 품목관세만 부과하도록 합의했기에 한국도 15%를 적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절대적 관세율이 올라간다고 하더라도 다른 나라와 동일한 조건이라면 한국 반도체 기업이 경쟁력에선 밀리지 않게 된다”면서 “관세는 상대적 개념인 만큼, ‘최혜국 대우’ 조건을 미국이 지킨단 전제하에 AI용 반도체를 비롯해 레거시 반도체 등에서도 기술력·품질 우위를 점한 삼성전자·SK하이닉스 제품은 비교 우위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근창 센터장은 “한국 메모리 반도체 총 수출액의 5%가 미국향(向)이지만, ‘최혜국 대우’로 세율은 15% 수준이 예상된다”면서 “미국 공장을 신축하거나 기존 공장을 활용할 경우 관세 부과의 융통성이 있다는 점에서 한국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