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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복지원·선감학원 상소 포기에…“상소 취하 과거사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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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복지원 피해자 국가배상 소송 첫 항소심 선고에서 원고 승소 판결이 났던 지난해 11월7일 오후 서울고등법원 서관 앞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자 설수영(57)씨가 “국민들께 감사하다”며 절을 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는 이달 28일 배상 선고에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형제복지원 피해자 국가배상 소송 첫 항소심 선고에서 원고 승소 판결이 났던 지난해 11월7일 오후 서울고등법원 서관 앞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자 설수영(57)씨가 “국민들께 감사하다”며 절을 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는 이달 28일 배상 선고에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법무부가 형제복지원·선감학원 피해자들이 제기한 국가배상 소송의 상소(항소·상고)를 전격 취하하기로 결정하자 피해자들과 변호인단은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상소 예외 적용이 남용돼서는 안 된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또 상소 취하 대상이 되는 과거사 사건 범위가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부의 이번 조처는 피해자들이 꾸준히 요구해온 ‘기계적 상소 중단’ 목소리에 국가가 화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형제복지원·선감학원 피해자들의 국가손해배상 소송에서 정부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잇따라 나왔지만, 정부는 관행적으로 상소를 해왔다. 권리 구제가 지연되면서 일부 피해자들은 극심한 고통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형제복지원 피해자 김의수(53)씨는 지난해 11월 국가배상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뒤 열흘 만에 다량의 약물을 복용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 1심 선고에 이은 정부 쪽 항소로 괴로워했던 김씨는 항소심 선고 뒤 정부의 상고로 피해를 입증하며 다시 긴 기다림에 지칠 생각으로 극도의 불안감에 시달렸다. 김씨는 병원 이송 뒤 다행히 의식을 회복했지만, 정부는 며칠 뒤 끝내 상고장을 제출했다. 김씨는 지난 3월 대법원에서 원고 승소 확정판결을 받았다.



김씨는 지난 5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국가의 상소는 폭력 행사와 다를 바 없었다. 몇 달, 몇 주도 더 이상은 못 버티겠다는 괴로움이 덮쳤고, 주변에 이런 우울감을 느끼는 피해자들이 많았다”며 “뒤늦게라도 이런 조처가 고맙지만 이미 피해자들은 전부 지친 상황이다. 앞으로도 국가가 피해자들을 위로해 줄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국가의 상소 포기 결정을 끊임없이 촉구해 온 이향직 형제복지원 서울경기피해자협의회 대표는 “피해자들이 원하는 건 빠른 피해 회복 한 가지밖에 없었는데, 국가는 일방적으로 시간을 끌면서 오히려 국고를 낭비해왔다”며 “이번 결정은 너무 환영하지만 더 빨리 결정됐다면 최소한 몇 사람의 목숨은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상소 포기 예외 조건’을 두고는 걱정의 목소리도 나온다. 법무부는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 역시 항소를 모두 포기하겠다면서도 추가적인 사실관계 확정이 필요한 경우는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부산지법에서 국가손해배상 1심을 진행 중인 형제복지원 피해자 김의태(54)씨는 “진실화해위 결정이 없는 피해자들 등에 대해 항소를 하지는 않을지 걱정된다”며 “피해자들 입장에서는 과거 피해를 계속 꺼내야 하고 입증해야 하는 괴로운 상황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배상을 했다고 끝이고, 사법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공식 사과를 비롯해 근본적으로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형제복지원 피해자를 대리해 온 김건휘 변호사(법무법인 시그니처)는 “피해자 증명을 다투며 예외가 원칙이 되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 가장 우려된다”며 “포괄적으로 법원이 폭넓게 사실을 인정하고, 모든 사건에서 상소 없이 피해 회복이 빠르게 이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국가가 상소를 포기하는 과거사 사건의 대상 범위를 대폭 넓혀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조영선 변호사(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는 “이번 결정을 시작으로 삼청교육대, 간첩 조작 사건 등 과거사 피해 국가손해배상 사건에 대해서 더 폭넓게 상소 포기를 해야 한다”며 “배상, 보상 문제가 무조건 피해자의 소송으로 해결되는 게 아닌 제도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배상 기구 설치 논의 등도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과거사위원회는 6일 논평을 내어 “오랜 세월 국가의 폭력과 방치 속에서 고통받아온 피해자들에게 뒤늦게나마 국가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준 것으로서 그 의미가 있다”면서도 “‘삼청교육대’ 사건 등 국가폭력이 확인된 사건에서의 상소를 취하하고, 앞으로 제기되는 사건에서도 더 이상 상소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과거사 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제3기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속한 설치와 함께, 개별 소송의 부담 없이 국가폭력 피해자들에게 일괄적으로 배상과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는 특별법 제정이 필요함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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