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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테마주] 썸에이지, 블록체인·AI 외치지만… 현금성 자산으론 아파트 1채도 못사

필드뉴스 강현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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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에이지가 서비스 하고 있는 게임들. 사진=썸에이지

썸에이지가 서비스 하고 있는 게임들. 사진=썸에이지



증시에는 늘 '이야기'가 따라붙는다. 누군가는 '신사업'이라는 한 줄 보도에 열광하고, 누군가는 '미래 먹거리'라는 단어에 전 재산을 걸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이야기가 진실은 아니다. <가짜테마주>는 자율공시나 보도자료, 사업목적 추가 등을 통해 주가 부양 기대감을 키우는 상장사 중, 실제 사업 내용과 테마 간 연관성이 빈약한 기업들을 검증하는 시리즈다. 겉으로는 시대의 유망산업에 올라탄 듯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과거와 다르지 않은 사업 구조를 가진 기업들이 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저널리즘, 그 출발점에서 이 기획을 시작한다. /편집자주

[필드뉴스 = 강현창 기자] 코스닥 상장법인 썸에이지가 최근 급등하며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달 말 기준 주가가 200원대일 정도의 동전주이다보니 변동성이 극대화된 상태로 거래 중이다.

이유는 블록체인과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테마주로의 편입에 대한 기대감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회사의 현재 상태를 분석하니 과연 이 회사가 이런 기대에 부응할지는 의문점으로 남는다.

◇화려한 사업 확장 선언…실현 가능성은 미지수

6일 한국거래소에따르면 지난 5일,코스닥 상장사 썸에이지가 임시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교체와 대규모 정관 변경을 단행했다.

신임 대표에는 모회사 네시삼십삼분의 정기홍 대표가 선임되고 기존 박홍서 대표는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했다.


대표 교체와 동시에 회사 정관에는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콘텐츠 제작,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 암호화자산 매매·중개, 토큰 발행(STO), 전자화폐 발행 및 상품권 공급 등 굵직한 사업목적이 새로 추가됐다.

발표 직후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이날 썸에이지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9.93% 오른 395원으로 상한가를 기록했고, 거래량은 평소의 수십 배 수준으로 폭증했다.

지난 4일도 상한가였고 6일도 상한가를 기록 중이다. 주총을 앞두고 AI, 블록체인, STO 등 최근 시장에서 '핫'한 키워드가 한꺼번에 등장하자, 투자자들이 단기 재료로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실적과 사업 구조를 들여다보면 새로운 사업에 대한 투자 여력에 의구심이 든다.

썸에이지의 2024년 매출 139억7600만원 가운데 99% 이상이 모바일게임에서 나왔다. '갓레이드'가 53.9%, '복싱스타'가 29.0%, '데카론M/G'가 14.2%를 차지한다. 세 게임이 전체 매출의 97%를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회사의 분기보고서와 사업 개요를 봐도 게임 외 사업에 투자할 여력은 보이지 않는다.


일단 실적은 전무하다. 생산설비나 원재료 항목이 없는 인력 중심 구조, 게임 서버 운영과 콘텐츠 업데이트를 위한 IT 인프라 외에 블록체인 네트워크 구축이나 암호화폐 발행 시스템 같은 자산은 찾아볼 수 없다. 연구개발(R&D) 역시 신작 게임 제작에 집중돼 있다.

1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의 규모는 11억원에 그친다. 서울권 아파트 1채를 사기에도 모자라는 금액이다. 전체 유동자산의 규모는 85억원 수준이다.

◇모회사 살리기 카드 의혹속에 지속성은 불투명

금융투자업계는 이번 정관 변경이 끼치는 영향을 눈여겨보고 있다. 모회사 네시삼십삼분은 최근 2년간 썸에이지 주가 하락으로 대규모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2023년 약 77억원, 2024년 약 61억원이 재무제표에 반영됐다.

손상차손은 보유 자산의 장부가액이 시장가치보다 높을 때, 장부가를 낮추며 발생하는 평가손이다. 썸에이지 주가는 2021년 4월 5210원을 찍은 뒤 장기 하락해 2024년 11월에는 225원까지 떨어졌다. 모회사 입장에선 지분 가치 하락이 재무에 직격탄이 된 셈이다.

네시삼십삼분의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당기순손실은 약 191억원에 달했다. 영업손실이 201억원이 넘고 금융비용은 23억원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회사 주가가 반등하면 장부상 평가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대표이사 교체와 정관 변경이 시장에 '이야기'를 던져 주가를 움직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이유다.

문제는 이번 신사업이 실행 가능한 계획인지다.

정관에 기재된 사업은 AI 디지털콘텐츠, 블록체인 플랫폼, 가상화폐 발행, 토큰증권(STO) 등 기술·인프라·규제 대응이 모두 필요한 분야다.

하지만 회사 공시에는 관련 인력 확보, 설비 투자, 파트너십 체결, 상용화 일정 등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기존 사업과의 연계성도 낮다. 모바일게임 개발·서비스 경험을 AI나 블록체인 사업에 그대로 옮겨올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이번 주가 급등은 이런 실질적 토대보다 키워드의 힘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설명이다.

테마가 투자심리를 자극한 결과 단기적으로는 상한가까지 치솟을 수 있지만,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상승폭을 유지하기 어렵다. 과거 다른 기업들도 '미래 먹거리'라는 이름으로 업종을 추가했지만, 실제 매출이 따라가지 못해 주가가 제자리로 돌아간 사례가 적지 않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자 입장에서 '무엇을 하겠다'보다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볼 필요가 있다"며 "화려한 사업목적 나열은 이를 뒷받침할 매출과 자산, 인력, 기술이 확인될 때 비로소 기업 가치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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