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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90대에 반짝이는 시의 광휘…허만하 '별빛 탄생’

뉴시스 최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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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허만하의 시집 '별빛 탄생'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됐다.

시인 허만하는 1957년 '문학예술'을 통해 20대에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후 올해 93세에 접어들었지만 시쓰기를 멈추지 않는다.

긴 시간 동안 자신만의 시세계를 구축해와 지금에 이른 그는 평생에 걸쳐 삶이 시이고, 시가 삶이라는 것을 몸소 증명해낸 그야말로 시(詩)-인(人)이다.

시인은 사람 인 자를 보며 "내가 당신 비슷했던가.// 당신이 나 비슷했던가.// 우리들은 마주보며// 잠시// 벼랑처럼// 함께 서 있지 않았던가.// 눈송이 흩날리는 바람 안에서// 서로 낯선 두 사람." (17쪽, '사람 인(人) 자처럼, 나는')이라고 읊조린다.

그의 언어는 세계를 형상화함과 동시에 우리 존재를 연결시킨다.

시 '최후의 풍경처럼 펄럭이며'도 그렇다. 시집 첫 장을 열었을 때 가장 먼저 만나는 이 시는 시집 전반에 걸쳐 이어지는 이미지와 사유가 담겨 있다.


시인은 "은백색 몽블랑 산정"에 서서 "지구에서 인류가 사라진 뒤의 순결한 풍경에 대한 집요한 사랑을 안고 살았다"고 고백한다. 그곳에서 그는 그저 "펄럭이며 서 있을" 뿐이지만, 동시에 "나의 직립은 지금, 거의 극한을 견디고 있다"라고 말한다.

"견고한 땅을 발바닥으로 나무뿌리처럼 붙들고 천사도 날개를 펼치지 못하는 격렬한 바람의 한가운데서 불타오르기 직전 언어의 정열을 한발 앞서, 펄럭이며 서 있다. 나의 직립은 지금, 거의 극한을 견디고 있다." (12쪽, '최후의 풍경처럼 펄럭이며')

책에 수록된 53편의 시는 3부로 구성됐다. 1부 '세계 이전의 형상'에서 화자는 세계를 바라보며 지금 여기에 없는 것들을 상상한다. 그는 광활한 우주 안에서 '최후의 풍경'을 그리기도 하고, '기억과 망각의 경계에서' 사라진 존재들을 떠올리기도 한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기억과 함께 그 곳에 있다. 나는 생각해내고 그는 잊는다. 나는 깊이에서 생각해내고 그는 표면에서 잊는다. 우리들은 그들 이름밖에 모른다. 이름을 가짐으로 비로소 있는 것이 되어 가까이 다가서는 나의 바깥." (15쪽, '기억과 망각의 경계에서')

2부 '오직 높고 넓은 파란 하늘'에서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응시한다.

"나타남과 사라짐 사이// 정열과 기하학 사이// 땅의 질서 초월한// 하늘의 무한을 날고 있는// 새 한 마리.// 별빛 묻어 있는 싱싱한 날개// 끊임없이 젓는 의젓하고도/ 치열한 의지로// 둥지를 향한 최단거리/ 날기 위하여 날고 있다." (33쪽, '바람의 둥지')


"내가 세계를 보는 눈빛은 세계가 나를 보는 눈동자 반짝임이다. 당신이 '나'라 부르는 정체불명이 내가 포옹하는 따뜻한 남인 것처럼." (49쪽, '풍경 눈빛')

3부 '나타남과 사라짐 사이'에서는 세계와 자연을 거쳐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온다. 부제 '나타남'과 '사라짐' 그 '사이'란 표현은 시인이 존재를 바라보는 태도를 여실히 보여준다.

"떠오를 수 없었네, 떠오르는 것은 이미지/ 무수한 만남과 헤어짐의 이미지/ 사람들, 도시들, 사물들// 나는 끝내 한동안의 의식이었네./ 나타남과 사라짐 사이의 한동안// 죽음에 사유를 조명한/ 역광에 떠오르는 대상의 번뜩임// 소중했던 그동안/ 길지 못한 그동안." (61쪽 '버지니아 울프의 우즈강 노트')

"한 그루 나무 실가지 흔들림 때문에 무성한 숲이 일렁이듯, 하늘 쳐다보는 아름다운 뺨의 비탈을 흘러내리는 한 방울 눈물의 반짝임에서, 영하의 겨울밤 가늘게 떠는 별빛이 태어난다." (76쪽, '별빛 탄생')

☞공감언론 뉴시스 dazzli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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