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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상 칼럼] 최동석 인사혁신처장, ‘머리 짧은 천공’ 아닌가

조선일보 정우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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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12만원 내고
자신의 인사론 학습하면
‘디지털 증표’ 배포
회원 50만 되면 합의제로
DANO, APM 난삽한 용어
사이비 교주 초기 단계
윤석열 전 대통령의 주술 의혹 중심에는 건진과 천공이라는 무속인 2명이 있었다. 차이가 있다면 건진은 실제 권력 주변에 서성이며 이권 청탁 같은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고, 천공은 이런저런 말은 많았지만 공적 영역에서 활동한 적은 없다. 손바닥 왕(王) 자도, 대통령 관저를 결정한 것도 천공이라는 주장이 나왔지만 아직 확인된 건 없다. 반면 건진은 대선 캠프 고문으로 활동했고 윤 전 대통령의 어깨를 툭 치는 장면도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건진보다는 흰 수염과 긴 머리의 천공을 주목했다. 도사 같은 외모 때문이다. 아직도 천공을 건진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천공은 탄핵 이후 “윤석열은 하늘이 내린 대통령”이라고 했고, 파면이 결정되자 “나라 살리는 데 파면이면 어떻고 뭐면 어떤가”라고 했다. ‘하늘이 내린 대통령’이라는 천공 발언이 다시 화제가 된 것은 최동석 인사혁신처장 때문이다. 최 처장은 이재명 대통령을 “민족의 축복” “헌법을 고쳐서라도 임기를 길게 했으면 좋겠다. 20년을 해도 될 사람”이라고 말했다. 최 처장에게서 천공이 떠오른 건 이런 안드로메다성 아부 때문이 아니다.

최 처장이 작년 4월 ‘건강한 민주주의 네트워크(건민네)’라는 사이트에 올린 글과 자료들을 살펴봤다. 그는 단순한 ‘아첨가’나 ‘막말 제조기’가 아니었다. 번듯한 직장 생활에 독일서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그였기에 처음에는 혹시나 했다. 그러나 그의 글을 읽어볼 수록 혹시 그가 유사 종교인, 즉 사이비 교주 초기 단계가 아닌지 의심케 하는 여러 징후가 보였다. 그는 자기가 운영하는 유튜브(처장 임명 후 삭제) 회원 가입을 독려하며 회비 명목으로 월 5990원에서 12만원까지 6등급의 회비를 제시했다. 의무는 아니지만, 회원이 되면 자기 강의를 듣고 시험도 본다. 자신의 인사(人事)론을 주변에 많이 퍼트린 회원에게는 표창장 개념으로 ‘디지털 증표’를 준다. 그는 “세속적 가치는 없지만 건강한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한 증표로 후손들에게 물려줄 기념품”이라고 설명했다. 누가 자기 돈 내고 비트코인도 아닌 ‘디지털 증표’를 받겠나 싶지만 그렇지 않다. 오프라인 강연에는 적지 않은 추종자들이 왔고 그와 기념사진도 찍었다. 그는 “인구의 1%인 50만명이 회원이 되면 네트워크상의 합의제로 전환된다”고 했다. 최 처장은 자신을 정점으로 하는 이념 공동체를 만들려 한 것 같다.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이 자신의 인사론과 조직론에 대해 강의했던 자료 중 일부. 조직론적 사랑을 냉철한 사랑으로 규정하며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의 인사론은 APM(성취예측모형)이고 그의 조직론은 DANO(분권화된자율성네트워크조직)이라고 한다.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이 자신의 인사론과 조직론에 대해 강의했던 자료 중 일부. 조직론적 사랑을 냉철한 사랑으로 규정하며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의 인사론은 APM(성취예측모형)이고 그의 조직론은 DANO(분권화된자율성네트워크조직)이라고 한다.


그럴듯한 교리가 있어야 사람들이 따른다. 최동석 교리의 핵심은 자신이 개발했다는 성취 예측 모형(APM)이다. 그는 이런 식으로 여러 개념을 만들고 거기에 DANO(조직론), APM(인사론), TOG(디지털 증표) 영문 약칭을 붙였다. APM은 정직성과 자기 인식 능력, 과거 행적과 성과, 의사 결정 패턴, 비전, 전략 등을 종합 평가한 수치라는데 60점 이상이면 헌법기관장, 50~60점은 국회의원과 장관, 40~50점은 고위 공무원 수준이라고 한다. 그냥 최동석의 생각이다. 이 대통령은 96점, 추미애 78점이고 김경수 -18, 김부겸 -37, 김동연 -40, 임종석 -47이다. 합리적 설명이 불가한 이론인데 결국 이 대통령에게 96점을 주기 위해 만든 것 같다.

유료 회원들에게 자기 이론을 설파하고 열성 추종자들에게 ‘디지털 증표’를 주든 말든 그건 개인의 자유다. 과거 이 대통령의 욕설을 ‘하이데거의 존재 경험’이라고 칭송하든, 김혜경 여사의 법카 의혹 사과를 “대한민국 문명을 한 차원 높인 사건”이라 하든 말든 관여할 바 아니다. 천공이 추종자들에게 무슨 교리를 설파하든 상관할 바 아닌 것과 같다. 단, 조건이 있다. 권력의 이름으로 이들을 공적 무대에 올리면 안 된다. 여기서 최동석과 천공은 다른 길을 간다. 천공은 공직을 맡지 않았다. 그러나 최 처장은 인사혁신처장이라는 차관급에 임명됐고, 대한민국 공직자 70만명의 근무 평가를 관리하고 인재를 추천하는 권한이 생겼다. 눈치 빠른 공직자라면 그의 APM 같은 인사론을 뒤져 이미 공부하고 있을 것이다.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이 만들었다는 성취예측모형(APM)의 전제 중 하나라는 자기인식에 대한 그의 강의 자료다. 이런 기준을 적용하면 이재명 대통령은 96점, 추미애 78점이고, 김부겸 -37점, 김동연 -40점이라고 한다.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이 만들었다는 성취예측모형(APM)의 전제 중 하나라는 자기인식에 대한 그의 강의 자료다. 이런 기준을 적용하면 이재명 대통령은 96점, 추미애 78점이고, 김부겸 -37점, 김동연 -40점이라고 한다.


최 처장은 자기 인사 평가 모형의 전제라면서 “인간의 성향은 잘 바뀌지 않는다” “과거를 알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밥 먹으면 배부르다는 말을 교리인 양 포장하는 사람이라면 사이비를 의심해봐야 한다. 그래도 틀린 말은 아니니 최 처장에게 이 말을 돌려주고 싶다. 사람 성향은 바뀌지 않고 최 처장의 과거를 보면 대한민국 공직 사회의 암울한 미래가 예측된다. 걱정이다. 긴 머리와 수염은 없지만 천공처럼 망상에 빠진 인물이 합법적 권한을 휘두르며 공직 인사에 개입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우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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