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자 국정기획위원회 경제2분과장인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다른 사람 이름으로 주식거래를 한 사실이 취재 카메라에 잡혔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5일 즉각 진상조사를 지시했고, 이 의원은 본회의장에서 주식거래를 한 것은 사실이나 ‘차명 거래’는 아니라며 “당의 진상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이 의원은 입장문을 낸 뒤 약 4시간 만인 이날 저녁 “당에 누가 된다”며 자진 탈당 의사를 밝혔다.
5일 온라인매체 ‘더팩트’가 보도한 사진을 보면, 이 의원이 본회의장 모니터 책상 아래에서 양손으로 휴대전화를 조작해 네이버, 카카오페이, 엘지(LG)씨엔에스 등의 주식을 거래하고 있다. 사진이 찍힌 것은 전날 본회의장이다. 포착된 장면을 보면, 해당 주식 계좌에는 카카오페이 537주, 네이버 150주, 엘지씨엔에스 420주 등으로 평가금액 총액이 1억원에 가깝다. 문제는 사진에 담긴 휴대전화 화면 속 주식 계좌 명의가 이 의원이 아니라 보좌관 차아무개씨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더팩트’는 이 의원이 해당 휴대전화로 계좌를 확인한 것뿐 아니라, 주문 정정을 하는 등 주식거래를 했다고 전했다. 본회의장 주식거래에 ‘차명 거래’ 의혹까지 불거지자 정청래 대표는 이날 오후 당대표 직속 기구인 윤리감찰단에 긴급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정 대표의 조사 지시 이후 이 의원은 입장문을 내어 “타인 명의로 주식 계좌를 개설해 차명 거래한 사실은 결코 없다”며 “향후 당의 진상조사 등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했다. 이날 국회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사진에 찍힌 휴대전화는 보좌관 차씨의 것이라고 했고, 보좌관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던 이유에 대해서는 “(더 이야기하면) 그 자체로 계속 논란이 되니까”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이로부터 약 4시간 반 뒤인 저녁 8시께 이 의원은 정 대표에게 전화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신임 당 지도부와 당에 더는 부담드릴 수 없다고 판단해 탈당하고 법사위원장 사임서도 제출했다”며 “저로 인한 비판과 질타는 오롯이 제가 받겠다.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수사에 성실히 임하고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이날 오후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로 이 의원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의 탈당으로 민주당 차원의 진상조사는 이루어지지 않게 됐다. 권향엽 민주당 대변인은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어떤 불법 거래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강한 의지처럼 정 대표도 조사 결과에 따라 엄정 조처할 계획이었다”며 “본인이 자진 탈당을 하면 더는 당내 조사나 징계 등을 할 수 없는 만큼 의혹에 대한 진상은 경찰의 철저한 수사로 밝혀져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권 대변인은 “정 대표는 불미스러운 일로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고 당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고도 전했다.
국민의힘은 금융실명법과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발을 예고하는 한편, 이 의원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했다. 일각에선 이 의원이 인공지능(AI)·중소벤처 등의 정책 수립을 담당하는 국정기획위 경제2분과장을 겸임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네이버 등 관련 종목을 실시간 거래했다면 자본시장법 위반(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 의원이 지난해 말 신고한 재산 내역에는 보유 주식이 한주도 없었다.
최하얀 기민도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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