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협상 타결 직후 통상 협의 대상에서 제외된 '고정밀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 논의는 양 국가가 정상이 만나는 회담에서 다뤄지게 됐다. 2011년부터 올해까지 세 차례나 반출을 신청한 구글을 비롯해 국내 공간정보 산업을 확장하려는 미국 빅테크들로 인해 한국 고정밀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 논의는 글로벌 이슈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고정밀지도 데이터 반출을 두고 우리 정부도 신중론을 취하고 있는 만큼 오는 11일 '측량성과 국외 반출 협의체(이하 협의체)'의 최종 결정과 한미 정상회담 결과가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디지털데일리>는 'K-로드-맵'을 통해 고정밀지도 데이터 반출이 갖는 함의를 ▲정책·안보 ▲산업·경제 ▲사회·윤리 등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해 보고 K-맵 산업에 대한 비전과 경쟁력을 들여다 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구글의 세 번째 정밀지도 반출 요청을 두고, 학계와 시민사회에서는 군사 및 안보의 핵심이자 영토 주권 자체인 고정밀지도 반출 문제를 매우 신중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고정밀지도, 안보 집합체…"상세 좌표 공개 시 공격 집단에 약점 노출"
5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정밀지도(1대5000 축척 이상)는 도로 폭, 건물 윤곽, 고도, 지형까지 자세한 정보를 담고 있는 안보의 집합체로 확대 시 군부대 초소나 세부 좌표값 등도 확인 가능할 정도로 자세한 정보가 담겨 있다. 이는 군사기지, 군수물자 이동 경로, 기반시설 위치, 심지어 통신망과 송전망의 경로까지 유추할 수 있는 '디지털 작전지도'로 활용될 수도 있다.
한국 정부는 이를 위해 매년 500억~800억원의 재원을 쏟아 부었고, 약 25년 간 정밀한 지도를 만드는 데 투입된 세금만 1조원이 넘는다.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구글의 세 번째 정밀지도 반출 요청을 두고, 학계와 시민사회에서는 군사 및 안보의 핵심이자 영토 주권 자체인 고정밀지도 반출 문제를 매우 신중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고정밀지도, 안보 집합체…"상세 좌표 공개 시 공격 집단에 약점 노출"
5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정밀지도(1대5000 축척 이상)는 도로 폭, 건물 윤곽, 고도, 지형까지 자세한 정보를 담고 있는 안보의 집합체로 확대 시 군부대 초소나 세부 좌표값 등도 확인 가능할 정도로 자세한 정보가 담겨 있다. 이는 군사기지, 군수물자 이동 경로, 기반시설 위치, 심지어 통신망과 송전망의 경로까지 유추할 수 있는 '디지털 작전지도'로 활용될 수도 있다.
![]() |
한국 정부는 이를 위해 매년 500억~800억원의 재원을 쏟아 부었고, 약 25년 간 정밀한 지도를 만드는 데 투입된 세금만 1조원이 넘는다.
실제로 한국지도학회지에 게재된 보고서에 따르면 고정밀지도를 위성영상과 중첩하면 군사 핵심 시설 중 하나인 수도방위사령부 내 침투로, 보급선, 이동 경로 등을 파악할 수 있다. 특히 드론을 이용한 공격이 활발해지는 현대전에서 관련 데이터는 드론을 통해 즉각 타격을 실시하는 시스템이 구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로 각국 정부는 자국의 보안시설 등이 노출될 여지가 다분한 디지털 지도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2018년에는 벨기에 정부가 군사 시설에 대한 위성 사진 블러 미처리로 구글에 소송을 제기한 사례도 있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군사 시설의 위치가 구글 어스 및 지도를 통해 러시아에 노출돼 우크라이나 정부가 구글에 항의한 일도 있었다.
현재 한국은 1대2만5000 축척 지도에 대해서는 누구나 쓸 수 있게 개방 중이지만, 휴전국이자 분단국인 국가 안보 상황을 고려해 1대5000 이상의 고정밀지도는 국정원, 국방부, 국토부, 산업부, 외교부 등 9개 기관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반출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구글이 2011년 최초로 신청한 이후 BMW, 가민, 애플 등이 반출을 신청했으나 협의체는 안보상의 우려를 이유로 모두 불허한 바 있다.
이승엽 국립부경대학교 교수는 지난 5월 국회 세미나에서 "우리나라의 행정권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해외기업에 국내 주요 안보 정보를 이전하는 것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국가 안보와 관련한 사안을 무역 이슈와 동일한 선상에서 논의해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스마트폰 뿐 아니라 스마트워치 등에서도 L1과 L5 GPS 주파수를 결합하는 등 GPS 기반 측위 기술이 날로 진보하고 있다"며 "상세 좌표가 포함된 정밀지도가 반출된다면 북한을 포함해 해외 민간 군사기업, 해커그룹 등에서 한국의 보안 시설 정보를 더욱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한다"고 전했다.
◆해외 서버 저장 시 국내법 적용 어려워…"데이터 수정·삭제·왜곡 우려"
일각에서는 최근의 디지털 주권과 관련된 국제 정세 및 각 국가의 빅테크 의존 탈피 전략을 보면, 이번 구글의 정밀지도 반출 역시 2016년보다 더욱 엄중하게 상황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 |
최근 구글은 트럼프의 행정명령에 따라 멕시코만을 ‘Gulf of America’로 표기한 바 있는데, 이는 국가별 표기 분쟁 시 구글에 한국 정부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할 가능성 역시 크다는 우려다. 예를 들어, 구글이 정밀지도를 반출해간 뒤 글로벌 구글맵에서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거나,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표시한다면 한국 정부의 입장 및 수정 요청을 구글이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특히, 미국 정부는 2016년 제정한 '클라우드 액트(CLOUD ACT)'를 통해 빅테크 클라우드 기업이 보유한 타국 국민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확보했다.
고정밀 지도를 기반으로 제공되는 길찾기, 내비게이션, 지역 광고 등의 서비스는 실시간 사용자 위치와 이동 경로까지 함께 기록·전송되는 점을 감안하면, 지도와 함께 한국 국민의 실시간 이동 정보와 위치 정보가 고스란히 미국 정부 관할 아래 놓이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인현 한국공간정보통신 대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고정밀지도 데이터가 해외 서버에 저장되면 해당 기업이 데이터를 수정·삭제·왜곡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을 갖게 된다"며 "이 데이터가 외국 기업 서버로 넘어가면 국내법 적용이 어려운 데 일제강점기 토지조사가 자원 수탈의 시작이었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도데이터는 AI 시대 미래 산업 육성을 위한 토대"라며 "지도 반출을 찬성하는 사람은 디지털 시대 이완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상우 연세대 교수도 지난 5월 국회 토론회에서 "지도 데이터는 단순한 길 찾기 도구가 아니라, AI 시대의 디지털 산업 전체를 움직이는 기반"이라며 "정보 주권을 지키는 일이 곧 국가 미래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 Copyright ⓒ 디지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