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돈받고 관세 낮춘 트럼프…인질극 하듯 글로벌 갈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앨런타운의 리하이밸리 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2025.08.03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종일 선임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율 인하를 미끼로 교역국들로부터 대규모 대미 투자 약속을 받아내는 것은 일종의 '갈취'에 해당한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4일(현지시간) 매섭게 비판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이 미국 시장 접근권을 무기로 다른 국가들로 하여금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를 받아내는 냉정한 수금 활동으로 전락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사례로 최근 트럼프 행정부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한 한국 등 주요국의 대미 투자 합의를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의 무역 합의 직전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한국은 현재 관세가 25%인데, 돈을 내고 이를 낮추는 제안을 들고 왔다"며 "나는 이 제안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명시적으로 돈을 내면 관세를 낮춰주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한국은 결국 3500억 달러(약 490조 원)의 대미 투자와 1000억 달러(약 140조 원)의 에너지 구매를 약속하고 상호관세를 15%로 낮췄다. 일본은 5500억 달러(약 760조 원)를, 유럽연합(EU)은 6000억 달러(약 830조원)의 대미 투자에 각각 합의했다.

무역 전문가들은 이러한 약속들을 보면서 트럼프가 무역 파트너와 협상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무역 인질과 협상하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우파 성향 카토연구소의 스콧 린시컴 거시경제 부소장은 "이것은 의심할 여지 없이 일종의 글로벌 갈취"라며 "트럼프는 그러고 싶지 않은 국가들을 상대로 관세 정책을 이용해 이 조건들을 강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막대한 재정적 약속은 트럼프가 자신의 협상력을 과시할 기회를 제공한다. 트럼프는 지난달 31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관세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고 부유하게 만들고 있다"고 자화자찬했다.

이렇다보니 협상국들도 트럼프의 과시욕을 채워주는 것을 전략으로 삼아 실행 가능성이 불투명한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는 게 NYT의 진단이다.

한국과 일본의 경우 약속한 투자 대부분이 대출 또는 보증 형식이고, EU의 경우 "기업들이 미국의 여러 산업 분야에 최소 6000억 달러를 투자할 의향이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노력은 하겠지만 민간 기업의 투자를 강제할 권한이 없다는 의미다.

이렇게 세부 내용이 불분명한 발표는 향후 분쟁의 불씨가 되거나 합의의 실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지낸 마이클 프로먼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은 "그 약속들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발표한 국가들조차도 여전히 의문이 클 것"이라며 "그것이 집행 가능하거나, 일정 기간 내 일정 수준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관세가 다시 부과되는가"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트럼프 1기 행정부 시기인 2020년 1월 15일 서명된 미중 '1단계 무역 합의'에는 중국이 농산물을 포함해 2000억 달러(약 277조 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을 추가 구매하기로 하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에 따르면 2020~2021년 중국의 구매량은 목표치의 58%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PIIE는 "무역전쟁과 1단계 합의가 없었다면 미국의 대중국 수출은 더 높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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