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국내 공공기관의 클라우드 도입률이 민간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디지털 정부 구현과 인공지능(AI) 기반 행정혁신을 위해 도입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최근에는 IT서비스 업계를 중심으로 실제 공공 시장을 새로운 사업 기회로 보고 공략을 본격화하는 추세기도 하다.
◆공공 클라우드 도입 저조, 보안 우려·예산 제약 탓
5일 삼성SDS가 올해 4월 기준 자체 심층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최근 발간한 ‘2025 국내 퍼블릭 클라우드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공공 부문의 클라우드 도입률은 45%로 조사됐다. 이는 일반 업종(제조업·금융업·리테일업·서비스업) 도입률 66%와 비교할 때 상당한 격차를 보이는 수준이다. 특히 단일 클라우드 사용 비율이 51%로 높게 나타나 멀티 클라우드 환경으로의 전환도 상대적으로 더딘 것으로 분석됐다.
공공 부문의 클라우드 도입이 더딘 배경에는 업종 특성상 불가피한 제약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직 클라우드를 도입하지 않은 공공기관 응답자들은 ‘외부 데이터 저장에 대한 우려’(58%)를 가장 큰 걸림돌로 꼽았다. 이어 ‘법적 제약’(33%), ‘예산 확보 및 비용 부담’(31%), ‘레거시 시스템과의 호환성 문제’(30%) 등이 주요 장애요인으로 지적됐다.
이는 공공기관이 국가 기밀과 개인정보 등 민감한 데이터를 다루는 특성상 보안에 대한 요구 수준이 높고, 엄격한 법적 규제를 준수해야 하는 업무 환경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와 제한적인 예산 운용 등도 신기술 도입의 속도를 늦추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공공 부문에서 멀티 클라우드를 사용하는 동기가 민간과 다르다는 것이다. 일반 업종이 혁신 창출과 서비스 가용성 향상을 위해 멀티 클라우드를 선택하는 반면, 공공 업계에서는 ‘운영 비용 최적화’(39%)가 1순위 고려사항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공기관의 예산 효율성에 대한 압박이 기술 도입 전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클라우드 공급자 선정에서 공공기관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는 ‘강력한 데이터 보안 체계’(43%)로 조사됐다. 강력한 보안 기능과 법률 준수 및 법적 위험 감소 측면에서 타 산업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다양한 요구사항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업종별 비즈니스 전문성을 갖춘 신뢰할 수 있는 공급업체를 선호하는 경향도 뚜렷했다.
요컨대 공공 부문에서는 실제 기술의 혁신성에 주목하기보다는 비용 압박에 의한 보수적 선택, 그리고 보안과 규제라는 장벽으로 클라우드 진입이 더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공 영역에서도 실질적으로 클라우드 도입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경험하고 그에 따라 확산이 되어야 하는데 아직은 겉핥기식 도입이 적지 않다”며 “정부 주도로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클라우드 전환을 추진해야 공공 부문의 디지털전환이 실제 IT 산업에서의 마중물이 된다”고 지적했다.
최근 이재명 정부는 ‘AI G3’ 구현을 국정 목표로 내세우며 세부 전략 중 하나로 공공 부문에서의 AI 전환에 대규모 투자를 예고하고 있다.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은 지난달 25일 ‘전자정부의 날’ 기념행사에서 “데이터와 AI를 활용해 공공 부문이 대전환을 이뤄 국민 수요를 정확히 파악하고 최적의 대안을 도출할 수 있게 된다”며 공공 부문 AI 전환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현재의 공공 클라우드 도입률과 정책 목표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존재하는 만큼, 공공 클라우드 시장의 성공적 확산을 위한 체계적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보고서는 “전반적으로 도입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책적 지원과 업계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며 “강력한 보안에 대한 요구가 최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는 현실이 공공만의 독특한 클라우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공 특수 잡기 나선 IT서비스, 클라우드 사업 성과
한편, 이와 같이 국내 공공 클라우드 도입률이 아직 저조하다는 것은 거꾸로 클라우드 기업들에는 시장 저변을 확대할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실제 국내 주요 IT서비스 기업들은 최근 공공 클라우드와 AI 전환 수요 등 주로 공공 특수를 적극적으로 공략하며 향후 지속적인 성장동력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SDS는 올해 2분기 실적 가운데 클라우드 사업에서 전년동기 대비 19.6% 성장한 665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중 자체 클라우드서비스(CSP) 사업인 ‘삼성클라우드플랫폼(SCP)’은 고성능컴퓨팅(HPC) 서비스 확대와 공공 클라우드 사업 본격화에 힘입어 26% 성장률을 기록했다. 클라우드 매니지드서비스(MSP) 부문 역시 공공기관의 클라우드 전환 구축 확대와 생성형 AI 서비스 사업 수주로 20% 증가했다.
특히 삼성SDS는 행정안전부의 ‘지능형 업무관리 플랫폼’ 사업과 ‘범정부 초거대 AI 공통기반 구축’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정부 AI 인프라 구축 사업에서 주도권을 확보한 상태다. 이는 공공 부문 디지털 전환 가속화 정책과 맞물려 향후 지속적인 매출 확대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LG CNS는 AI·클라우드 사업으로 2분기 전체 매출의 60%에 해당하는 8724억원을 달성했다. 주요 금융기관과의 AI 전환 프로젝트를 연이어 수주하는 한편, 공공기관이 발주한 AI 사업 중 최대 규모인 경기도교육청 AI 플랫폼 사업과 외교부 AI 플랫폼 사업을 따내며 공공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했다. 자체 초거대 언어모델 ‘엑사원’과 캐나다 AI 스타트업 코히어와의 공동개발 모델을 바탕으로 민감정보 처리와 보안성 확보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구축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SK AX 역시 에이전틱 AI 기반 전사 시스템 전환을 추진하며 제조·금융·에너지 등 산업군별 AI 특화 솔루션을 본격화한다. 특히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등 그룹사와 협력해 차세대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하며 공공 시장 진출 기반을 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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