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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앞선 한국, 소부장 강력한 일본…미래차 협력땐 시너지 제대로 난다

매일경제 이승훈 특파원(thoth@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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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장인정신 ‘모노즈쿠리’ 중심지 하마마쓰 가보니

日, 차세대자동차센터 만들어
완성차·中企 기술개발 지원

日전기차 부품 시장 1조엔
韓, 소부장 日기업 협력으로
부품 공급망 다각화 나서면
글로벌 EV시장 시너지 기대


모치즈키 에이지 차세대자동차센터 하마마쓰 센터장이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에 사용된 부품을 살펴보고 있다. [이승훈 특파원]

모치즈키 에이지 차세대자동차센터 하마마쓰 센터장이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에 사용된 부품을 살펴보고 있다. [이승훈 특파원]


“이것이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의 부품들입니다. 나사 하나, 구리선 하나 빼먹지 않고 완벽하게 구현했습니다. 영어로 된 아이오닉5 차량 설명서를 구해서 각 부품의 기능과 제원 등을 모두 담은 일본어판 설명서도 만들었어요.”

지난달 31일 방문한 시즈오카현 하마마쓰시의 ‘차세대자동차센터 하마마쓰’. 시설 안내를 맡은 모치즈키 에이지 센터장의 얘기다.

모치즈키 센터장은 일본 스즈키자동차에서 30년 이상 엔지니어로 일해온 자동차 전문가다. 지금도 스즈키에서 어드바이저 역할을 맡으며 다양한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모노즈쿠리(장인정신을 기반으로 한 제조문화)’ 도시 하마마쓰에서 차세대자동차센터의 역할은 막중하다. 이곳에서는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 키워드로 꼽히는 연결성(Connectivity), 자율주행(Autonomous), 공유(Shared), 전동화(Electrical) 등 ‘CASE’에 적응할 수 있도록 일본 기업을 지원한다. 쉽게 얘기해 아날로그 모노즈쿠리를 디지털로 변화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의 절개된 전기차와 부품 등이 전시된 하마마쓰시의 차세대자동차센터 벤치마크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글로벌 자동차 회사의 절개된 전기차와 부품 등이 전시된 하마마쓰시의 차세대자동차센터 벤치마크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센터에 들어서자 1층 한쪽에 반원형 모양의 널찍한 방이 보였다. 최근 일본 자동차 부품 업체들이 문턱이 닳도록 찾는 벤치마킹 시설이다. 이곳에서는 현대차 아이오닉5를 포함해 테슬라, BYD, 폭스바겐, BMW 등에서 생산한 전기차(EV)와 전기오토바이의 핵심 부품을 직접 손으로 만져볼 수 있다.

모치즈키 센터장은 “벤치마크실에는 다양한 전기차의 전동 파워트레인과 차체, 전기차 전용 열 관리 부품 등이 전시돼 있다”며 “열 관리 부품은 가솔린 자동차에는 없는 것으로, 이곳을 찾는 중소기업들은 나사 하나하나의 크기와 위치까지 세심히 관찰한다”고 말했다.


차세대자동차센터 하마마쓰에서는 전기차뿐 아니라 전기오토바이 부품도 확인할 수 있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차세대자동차센터 하마마쓰에서는 전기차뿐 아니라 전기오토바이 부품도 확인할 수 있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이 시설의 목적은 전동화에 뒤진 일본 자동차 부품 업계 신규 비즈니스 창출을 도와주기 위한 것이다. 현재 일본 전기차 보급률은 1~2%로 자동차 왕국이라는 명성에 비해 매우 낮다. 10%에 육박하는 미국과 15%를 넘어서는 유럽과는 격차가 크다.

이 때문에 아직도 가솔린 차량 제작에 파묻혀 변화 흐름에 뒤처지는 곳이 많다. 하지만 전동화가 가속화되면 가솔린 전용 부품만 생산하는 기업의 상당수는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모치즈키 센터장은 “전기차에 어떤 부품이 사용되는지를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중소 부품사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아닌 것을 금세 알아차린다”며 “이러한 과정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내는 사례도 많다”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에 사용된 나사를 모아놓은 상자. 한 일본 업체는 모든 나사를 직접 손으로 만지고 측정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어 가기도 했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에 사용된 나사를 모아놓은 상자. 한 일본 업체는 모든 나사를 직접 손으로 만지고 측정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어 가기도 했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센터는 회원제로 운영된다. 현재 대기업 125개와 중소기업 403개 등 528개가 회원사로 등록돼 있다. 회비는 한 달에 1000엔(약 9400원), 1년에 1만2000엔(약 11만2000엔)에 불과하다.

차세대자동차센터와 같은 조직은 하마마쓰 외에도 일본 전역에 14곳이나 있다. 하지만 하마마쓰처럼 규모 있게 벤치마크실을 운영하는 곳은 없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혼슈 동북쪽 센다이의 중소 부품 업체가 이곳을 찾을 정도다.

일본 부품 업체의 집요함은 이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자동차 나사를 생산하는 업체 한 곳은 여기에 전시된 수천 개 나사를 모두 꼼꼼히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규격을 측정한 뒤에 돌아갔다고 한다. 전기차에 어떤 볼트가 사용되고 어느 부분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확인한 뒤 이를 사업에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다.


현대차 아이오닉5에 사용된 나사의 위치와 용도, 규격 등을 설명해놓은 자료. 도쿄 이승훈 특파원

현대차 아이오닉5에 사용된 나사의 위치와 용도, 규격 등을 설명해놓은 자료. 도쿄 이승훈 특파원


모치즈키 센터장은 “모터샤프트와 같은 중요 부품을 2~3주간 빌리는 업체도 있다”며 “이 과정에서 얻게 된 중요한 정보는 센터를 통해 다른 업체와 공유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차세대자동차센터 등의 노력으로 일본 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은 전기차 분야에서도 기술력을 확보해가고 있다. 일본자동차공업협회 등에 따르면 현재 일본 내 전기차 부품 시장 규모는 1조엔(약 9조3600억원) 정도다. 이것이 향후 8~9년간 꾸준히 20% 이상 고성장해 시장 규모도 6배가량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전기차 완성차 개발과 전동화 전환 속도에서 우위를 갖고, 일본은 세밀한 모노즈쿠리와 소부장 기술력에 강점을 가진다. 따라서 양국은 한국의 전기차 플랫폼·양산 역량과 일본의 정밀 부품·소재 기술을 결합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모치즈키 센터장은 “일본은 완성차 업체가 강하기 때문에 이들과 함께 소부장 업체도 성공적인 전기차 전환을 이뤄낼 것으로 기대한다”며 “특히 가솔린 엔진과 전기차 부품 간 공통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하마마쓰는 메이지유신(1868년) 이후 스즈키, 야마하, 혼다 등 5개 대기업이 탄생한 곳이다. 인접한 지역에서는 일본 최대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의 모태가 되는 도요타자동직기가 창업했다. 대기업이 공장을 두고 여기에 부품을 공급하기 위한 부품 업체가 모이면서 자연스럽게 일본을 대표하는 제조업 기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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