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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C] 러시아 대통령과 정부 조직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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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역대 대통령. 나무위키 캡처

러시아 역대 대통령. 나무위키 캡처


우연의 일치일 게다. 20세기 이후 러시아와 옛 소련의 최고 통치자를 보면 묘한 규칙이 발견된다. 탈모인과 머리숱이 풍성한 통치자가 번갈아 집권했다는 사실이다. 1900년대 초 러시아제국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풍성)부터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탈모) 대통령까지 이 기막힌 우연은 계속됐다. 유력한 해석은 이렇다. 현 통치자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통치자를 찾다 보니 정반대 이미지를 가진 지도자가 집권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조직 개편을 앞두고 있다. 이번에는 기획예산처(가칭)와 재정경제부(가칭)로 분리될 처지다. △예산 △세제 △경제정책(거시경제) △정책 조정 △국고 관리 △공공기관 △국제금융 △대외경제까지 기재부가 과도한 권한을 갖고 있다 보니 기능 간 상호 견제가 어렵고,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기재부 조직 개편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실제로 기재부 권한은 막강하다. '상왕 부처'라 불릴 정도다. 오죽했으면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취임식 때 직원들에게 "다른 부처의 파트너가 돼라"고 했을까. 기재부는 예산 편성권을 바탕으로 정부 정책을 좌우해 왔다. 이 대통령도 경기도지사 시절 '지역화폐' 예산을 두고 기재부와 날 선 공방을 벌였다. 돈을 더 쓰려는 자와 이를 저지하려는 자 사이 공방은 치열했다. 기재부가 이 때문에 이 대통령에게 단단히 찍혔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 경제학자는 기자에게 "기재부를 쪼갤 때가 된 것 같다"고 했다. 그 이유에 공감하지 못해도 이 거대한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게 됐다는 것이다. 쪼개고 붙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운용의 묘'라지만 '우주의 기운'은 기울었다고 했다. 돌이켜 보면 기재부는 분리와 통합의 역사였다. 1961년 경제기획원과 재무부로 시작해 1994년 재정경제원으로 합쳐졌고, 1998년 예산청(1년 뒤 기획예산처)과 재정경제부로 분리됐고, 2008년 기재부로 통합됐다. 마지막엔 예산 편성과 경제정책 기능이 분리돼 있어 정책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게 통합 명분이었다.

결국 돌고 돈다. 러시아 대통령을 탈모인과 비탈모인이 교대로 집권했던 것처럼 다음 정권 때는 기재부 통합 논의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기재부를 분리하면 분리한 대로 약점이 생길 수밖에 없는 탓이다. 구 부총리는 무게감을 갖고 미국과 관세 협상에 임했다. 이 무게감은 부처의 막강한 권한과 그로 인한 의사결정의 효율성에서 비롯했다. 기재부를 꼭 분리해야 한다면 그로 인해 생겨나는 단점을 꼭 염두에 뒀으면 좋겠다. 분리 비용만 5년에 476억 원 든다는데 그래야 그 돈이 아깝지 않을 테니까.

이성원 기자 suppor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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