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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신광영]남 일 같지 않은 美 ICE 불법체류자 단속

동아일보 신광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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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한 달 만인 올 2월 이민세관단속국(ICE) 국장을 경질했다. 불법 체류자 단속 부진이 이유였다. 연간 100만 명 추방 공약을 달성하려면 하루 3000명씩 내보내야 하는데 크게 못 미친 것이다. 조 바이든 정부 때 하루 추방 인원은 그의 4분의 1 수준이었다. 반이민 정책 설계자인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기존 단속 관행을 버려라. 그냥 나가서 체포하라”고 ICE를 다그쳤다.

▷단속의 불똥은 한인들에게 튀고 있다. 미 한인 성직자의 딸이 최근 ICE 요원들에게 기습 체포됐다. 미 퍼듀대 재학생 고연수 씨(20)가 뉴욕 이민법원에서 나오던 길에 벌어진 일이다. 고 씨는 4년 전 어머니를 따라 종교인 가족 비자로 입국했고 올해 말까지 체류 자격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모친이 교회를 옮기면서 비자 문제가 생겼고, 고 씨까지 비자 취소 통보를 받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러 법원에 갔다가 체포된 것이다.

▷요즘 미 이민법원에선 실적 압박을 받는 ICE의 함정 단속이 성행한다고 한다. 영주권 심사, 비자 갱신 등을 위해 이민자나 유학생이 몰리는 곳에 숨어 있다가 영장도 없이 낚아챈다는 것이다. 법원에 가야 소명을 할 텐데 무서워서 못 갈 판이다. 지난달에는 동생 결혼식을 위해 한국에 방문했다가 귀국하던 한국 국적 40대 과학자가 미 공항에서 체포됐다. 그는 35년 거주한 미 영주권자이자 텍사스A&M대 박사과정생이다. ICE는 구금 사유도 알리지 않고 있다. 가족들은 14년 전 소량의 대마초를 소지했다가 경범죄로 기소됐던 전력을 문제 삼은 것 아닌지 불안해하고 있다.

▷미 불법 이민자 1100만 명 중 한국계는 15만 명(1.4%)으로 추정된다. 유학 또는 관광 비자로 갔다가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얻지 못한 채 계속 머무는 경우가 많다. 합법적으로 입양됐지만 양부모가 국적 신청을 제때 안 한 한인 입양인도 2만 명에 달한다. 이들 대부분 체류 자격이 없을 뿐 성실히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들이다. 이민 당국도 이들까지 문제 삼진 않았지만 이젠 달라졌다. 학교 병원 교회는 ‘민감 구역’으로 지정해 단속을 자제하던 원칙이 사라졌고 로스앤젤레스 등 민주당 소속 단체장이 집권해 불법 체류자에 관대한 ‘피난처 도시’들이 공략 대상이 됐다.

▷트럼프는 ‘살아선 탈옥할 수 없는 감옥’으로 악명 높은 앨커트래즈 교도소를 모델로 불법 체류자 수용소를 만들었다. 악어 떼로 둘러싸인 플로리다의 늪지대에 ‘악어 교도소’를 세웠다. 수감자들은 자진 출국 서류에 서명할 때까지 나갈 수 없다. 그들 중엔 범죄 기록이 없는 이민자들이 적지 않고, 10대 청소년도 있다고 한다. 트럼프의 ‘불법 체류자 사냥’이 계속된다면 머잖아 악어 교도소에 한인이 갇혔다는 소식이 들려올 수도 있다.

신광영 논설위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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