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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상정과 관련해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시작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
더불어민주당은 4일 오전까지도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과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 중 어느 법안을 먼저 처리할지 밝히지 않다가, 이날 오후 본회의 직전에야 방송 3법부터 처리한다고 밝혔다. ‘필리버스터’를 예고한 국민의힘에 혼란을 주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지난 2일 선출된 정청래 대표가 지도부 방침을 미리 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회 안팎에서는 민주당이 전날 노조법 2·3조 개정안에 관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자,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우선 처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았다. 실제 이날 오전 우원식 국회의장이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먼저 처리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돌면서, ‘방송 3법’ 우선 처리를 공언했던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국회의장실을 찾아 우 의장을 만나기도 했다.
설왕설래가 이어지다 이날 우 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단의 오찬 직후 방송 3법부터 처리하기로 결정했다는 발표가 나왔다. 우 의장은 이와 관련해 이날 밤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오늘(4일) 아침까지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는데,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마치 방송법 우선 상정이 결정된 것처럼 발표했다”며 “민주당 일부 의원의 발표대로 할 수는 없어 노조법을 우선적으로 처리 하는 것으로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여야 교섭단체 대표단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방송법을 우선 안건으로 처리하자는 여야 대표단의 공통된 건의가 있었다”며 “이를 수용해 방송법을 우선적으로 상정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우 의장이 방송법을 상정한 직후,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이 오후 4시1분에 1번 주자로 반대 토론에 나섰다. 신 의원이 물통과 신문을 잔뜩 든 채 단상에 오르자, 대다수 민주당 의원들은 항의하며 본회의장을 떠났다. 신 의원은 “언론개혁, 방송개혁이란 말은 제발 하지 말라”며 “여러분이 원하는 사장을 앉히면 국민을 위한 방송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현 의원은 이에 “낙하산 사장 안 좋아한다”고 반박했다.
신 의원은 방송법과는 상관없이 “민주당은 미국하고 관세 협상을 잘했다고 하는 말이 나오냐”는 말을 했다가, 우 의장으로부터 “주제에 맞춰 토론을 해주시기 바란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장 똑바로 하라”고 항의했고, 민주당 의원들은 “술만 마신 윤석열보다 잘했다”고 야유했다. 신 의원은 “의장님의 시간이 아닌 제 시간”이라고 맞서며, 정청래 민주당 신임 대표를 겨냥한 발언 등을 이어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신 의원의 발언 초반 80~90명이 자리를 지키며 호응을 보냈지만, 발언 3시간이 지난 저녁 7시께는 10여명만 남은 채 대부분 자리를 비웠다.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다른 국무위원들이 퇴장한 뒤에도 본회의장에 남아 신 의원의 반대 토론을 들었다.
신 의원은 이날 밤 9시10분께 잠시 단상에서 내려왔다. 20대 국회 후반기인 문희상 국회의장 시절 때부터 필리버스터 도중에도 화장실 등엔 다녀올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꾼 덕이었다.
그는 이후에도 2시간여 더 발언을 이어가는 등 7시간 30분가량 토론을 끌어가다 밤 11시30분께 단상에서 내려왔다. 신 의원에 이어 김현 의원이 반박 토론에 나섰고, 이후 이상휘 의원이 국민의힘 두번째 주자로 필리버스터를 이어간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고경주 기자 go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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