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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19일 대구 노곡동 직관로 수문에 임시 고정용 강철봉과 수동 조작용 체인블록이 설치돼 있다(위 사진). 지난 7월17일 노곡동 수해사고 직후 강철봉이 V자로 휘어져 훼손돼 있다. 대구시 제공 |
지난달 17일 발생한 대구 북구 노곡동 침수사고가 결국 ‘인재(人災)’인 것으로 확인됐다. 빗물을 내보내야 할 수문은 거의 열려 있지 않았고, 배수를 위해 쓰레기를 걸러내야 할 장치 등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대구시 조사단은 “2주간 노곡동 침수사고의 원인과 문제점 등을 조사한 결과 수문과 배수시설 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4일 밝혔다. 앞서 경향신문은 당시 금호강과 연결된 수문이 닫혀 있었던 점을 침수의 원인으로 지적(7월22일자 2면 보도)했는데,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조사단은 노곡동에 설치된 ‘직관로 수문’이 호우 시 배수능력을 잃을 정도로 닫힌 상태였다는 점을 이번 침수사고의 주원인으로 꼽았다. 이 수문은 빗물이 자연스럽게 인근 금호강으로 빠져나가도록 전면 개방돼 있어야 한다.
시는 이 수문이 고장난 사실은 지난 3월 파악했다. 수해에 대비해 즉각 수리를 했어야 하지만 대구도시관리본부는 3개월쯤 뒤인 6월19일 강철 지지봉 등을 이용해 수문을 열린 상태로 임시 고정하는 조치만 취했다.
하지만 강철봉이 수문 등의 무게(약 1.6t)를 견디지 못해 무너지면서 수문이 차츰 닫혔다는 게 조사단이 내린 결론이다. 침수 당시 수문은 겨우 7.95㎝만 열려 배수능력을 상실했고, 저지대인 노곡동 마을의 빗물이 강으로 흘러들지 못하고 고이는 바람에 침수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 시는 향후 감사를 통해 과실 여부 등 책임 소재를 가릴 예정이다.
조사단은 배수펌프에 유입되는 쓰레기 등 부유물질을 걸러내는 기기인 ‘제진기’가 막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도 원인 중 하나라고 밝혔다. 빗물과 이물질이 순간적으로 제진기 입구로 모였고, 이 때문에 제진기가 역할을 다 하지 못해 배수 등에 지장을 줬다는 설명이다.
조사단은 직관로 수문 외에도 게이트펌프(수문에 달린 펌프) 1개가 고장으로 철거돼 있는 등 중요 시설물의 보수·보강시스템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도 밝혔다.
조사단은 “노곡동 빗물 펌프장과 고지배수로 등 시설물의 관리 주체가 대구시와 대구 북구로 나누어져 운영 관리상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사단은 배수시설물에 대한 긴급 안전점검과 호우를 대비한 상류 산지의 부유물 유입 차단시설 설치, 펌프장 근무형태 개선 등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중·장기적으로는 배수시설 운영관리 체계 일원화, 방재시설 통합관제시스템 체계화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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