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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AI교과서 한 학기 만에 퇴출, 이주호 졸속 행정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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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가 도입된 지 한 학기 만에 교육자료로 지위가 격하됐다. 교과서 지위를 갖추고 있을 때도 각급 학교들의 채택률이 낮았기 때문에 사실상 퇴출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주호 전 교육부 장관이 학교 현장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인 결과다.



4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인공지능 교과서의 지위를 교육자료로 변경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교과서와 교육자료의 차이는 매우 크다. 교과서는 각급 학교가 의무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국가 검정 절차를 거치고 예산 지원도 받는다. 이에 견줘 교육자료는 학교장 재량으로 선택하는 일종의 참고자료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3월 초등 3·4학년과 중1, 고1을 대상으로 영어·수학·정보 과목에 인공지능 교과서를 도입했다. 하지만 교과서 개발과 검정 절차, 현장 도입까지 불과 2년도 채 걸리지 않은 탓에 교육 현장의 반대 여론이 거셌다. 결국 각 학교가 자율로 도입하도록 했는데 실제 채택률은 32% 수준에 그쳤다. 심지어 접속률은 10%에도 못 미쳐, 교과서로 채택한 학교들도 사용하지 않는다는 의구심이 나왔다.



교육자료로 지위가 격하됐지만 그마저도 제대로 활용될지 의문이다. 교육자료로 채택되려면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협의한 개인정보보호 기준을 따라야 한다. 하지만 아직 그런 기준도 마련되지 못한 상태다. 내년 3월 이전까지는 그런 요건을 갖추지 못하더라도 쓰도록 유예기간을 뒀지만 각 학교 입장에선 꺼릴 것이 분명하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5월 교육당국이 인공지능 교과서 제공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미흡하게 처리했다며 시정·개선 권고를 내린 바 있다. 정부 정책에 따라 교과서를 만든 발행사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줄소송이 이어질 수도 있다. 전임 정부의 정책 실패지만 그 부담은 고스란히 현 정부가 떠안게 됐다. 이미 인공지능 교과서에는 국비만 5300억원이 들어갔다.



전형적인 졸속 행정이 백년지대계인 교육 현장의 일대 혼선만 부추기고 말았다. 충분한 검증 절차를 거쳐 신중하게 정책을 추진해야 했지만 교과서를 활용할 교사 연수도, 학습 효과를 가늠해볼 연구용역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교육 격차를 해소한다고 했지만 인공지능 교과서는 중위권 이상 학생을 대상으로 설계됐다. 교육계 안팎에서 이 전 장관이 마치 신사업을 벌이듯이, 무리한 속도전으로 정책을 밀어붙인 이유가 무엇인지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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