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공동취재사진 |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인권단체들에 의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됐다. 그가 성소수자 관련 진정 안건 상정과 인권 강사 선발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게 고발 사유다. 또 인권위 직원들을 상대로 부적절한 신체 접촉과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국민 인권을 보호하라고 만든 기관의 수장이 오히려 인권 침해 시비에 휘말리다니 어이가 없다.
전국 36개 인권·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은 4일 기자회견을 열어 안 위원장이 성소수자 혐오 표현에 대한 인권위 소위원회 안건 상정을 가로막고, 인권 강사 선발 과정에 개입했다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차별금지법 반대 목적으로 만든 보수 기독교단체에서 함께 활동했던 지영준 변호사가 인권 강사로 선발되지 않은 것을 문제 삼는가 하면, 국민의힘이 지 변호사를 비상임위원으로 추천하는 데 개입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또 그가 인권위 직원들에게 공개 석상에서 성 정체성을 묻고 부적절한 신체 접촉과 외모 평가를 했다는 제보가 전국공무원노조 인권위 지부에 대거 접수됐다. 여성이 승진 못 하는 게 ‘유리천장’ 때문이 아니라, 능력 부족 탓이라는 등의 성차별적 발언도 일삼았다고 한다. 안 위원장은 제보 내용을 부인하지 않은 채 “친근감의 표현”이었다는 식으로 해명한다. 권력으로부터 국민, 특히 소수자 인권 보호에 앞장서야 하는 국가인권위원장이 이래도 되나. 안 위원장은 자신의 소임이 뭔지도 모른 채 자리만 지키고 있는 것 같다.
기독교 근본주의 성향이 강한 안 위원장은 취임 때부터 반인권적 행태로 논란이 됐다. 그는 저서와 강연 등에서 인권위가 추진해온 차별금지법에 대해 “가족 간, 부모-자식 간 성적 행위, 소아성애, 짐승과의 성행위 등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망발을 했다. 성범죄와 관련해서도 “신체 노출과 그에 따른 성충동으로 인해 성범죄가 급증할 수 있다”고 했다. 인권위가 배척해온 언행만 골라서 해온 자를 윤석열 전 대통령은 인권위원장에 임명했다. 공공기관장을 전리품이나 지인에게 생색내는 자리로 인식한 게 아니라면 이런 인사를 할 수가 없다.
안 위원장은 검찰 고위 간부와 헌법재판관을 지낸 법조인이다. 국민의 헌법적 기본권을 존중하는 최소한의 양식을 보여주길 바란다. 그럴 뜻이 없다면, 더 이상 인권위를 욕되게 하지 말고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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