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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사람 심어야 신뢰 가능한 통계 나온다"는 '내로남불' 백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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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참모 해싯, 고용 쇼크 음모론 옹호
‘당파성 아전인수’ 행태… ‘독재’ 비판도
현실은 통계대로… 저소득층 임금 정체


케빈 해싯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지난달 10일 백악관에서 인터뷰 도중 미소를 짓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케빈 해싯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지난달 10일 백악관에서 인터뷰 도중 미소를 짓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 경제 참모가 당파적 통계 조작 탓에 최근 석 달 새 미 고용 지표가 크게 나빠졌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음모론을 옹호하고 나섰다. 자기 측근을 통계 기관에 심어야 믿을 수 있는 수치가 나온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반복하면서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행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왜곡된 기억


케빈 해싯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3일(현지시간) 미국 NBC방송에 출연, “대통령은 자신의 사람들이 거기(노동부 노동통계국)에 있기를 바란다”며 “그래야 우리가 보는 (일자리) 수치들이 더 투명하고 신뢰할 만해진다는 게 그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미국 폭스뉴스에 나가서도 “수정이 온갖 곳에서 이뤄지면 데이터에 당파적 패턴이 있는지 의심하는 사람들이 생기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는 이틀 전 에리카 맥엔타퍼 노동통계국 국장을 경질한 트럼프 대통령을 두둔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노동통계국이 최근 석 달치 고용 보고서를 공개한 뒤 곧장 맥엔타퍼 국장을 해고했다. 보고서는 7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 증가 규모가 전문가 전망치(10만 명)에 한참 못 미치는 전월 대비 7만3,000명 증가(잠정치)에 그쳤고 5, 6월 일자리 증가 폭(수정치)은 종전 발표보다 총 25만8,000명이나 작다는 내용을 담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임명한 맥엔타퍼 국장이 자신을 나쁘게 보이도록 하려는 의도로 수치를 조작했다고 주장하며 그를 통계 발표 당일 전격 면직했다. 조작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내 의견”이라는 언급이 전부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에도 음모론을 설파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지난해 11월) 대선 직전에도 (맥엔타퍼 국장이) 똑같은 짓을 했다. 고용 수치를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렸고, 내가 선거에서 승리한 뒤 거의 100만 개 일자리를 하향 조정하며 실수라고 했다. 그것은 사기였다”고 썼다. 이어 “그가 또 한 번 대규모 ‘수정’을 했고 그래서 해고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꼬집었다. 그의 말과 반대로 대선 후가 아닌 대선 전인 8월에 연간 일자리 창출이 기존 추정치보다 약 81만8,000개 적다고 발표해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왜곡되는 데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 미 펜실베이니아주 앨런타운의 리하이밸리 국제공항에서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원) 탑승에 앞서 취재진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앨런타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 미 펜실베이니아주 앨런타운의 리하이밸리 국제공항에서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원) 탑승에 앞서 취재진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앨런타운=A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가 당파성을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NYT는 정권이 정부 데이터에 손을 댔을 때 결과가 좋았던 적이 별로 없었음을 역사가 보여 준다며 그리스 채무 위기 당시 자국의 재정 적자 상황을 밝혔다가 자국 정부의 정치적·법적 압력에 시달렸던 안드레아스 게오르규 전 그리스 통계청장의 고언을 인용했다. 그는 NYT에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는 정책 결정뿐 아니라 민주주의에도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노동통계국장 해임이 독재에 가깝다는 비판마저 제기된다. NYT는 “데이터를 다루는 정부 관료들이 이제 (트럼프가 정한) 규칙을 따르거나 아니면 일자리를 잃을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라며 “당파성 없는 통계학자들이 대통령과 그의 팀이 강요하는 대안 현실에 순응하라는 전례 없는 압박에 직면한 상태”라고 짚었다.

왜곡될 현실


헛다리에 자승자박일 수도 있다. 가뜩이나 예산이 쪼그라들며 갈수록 통계 품질이 떨어지는 와중에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뒤 인력마저 감축되며 데이터 수집·분석 기관들의 역량이 더 약화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미국 온라인매체 액시오스는 “정부 고위 경제 지도자가 국가 핵심 거시경제 데이터의 근본적 품질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한 선례는 찾기 어렵다”고 전했다. 트럼프 집권 1기 노동통계국장을 지낸 윌리엄 비치는 미국 CNN방송에 나와 "정무직 국장이 고용 수치를 조작할 도리가 없다"며 "맥엔타퍼 국장 해고가 국가 통계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것"이라고 질책했다.

현실은 통계대로다. 고소득층보다 가파른 저소득층의 임금 상승 둔화가 고용 악화 국면 도래를 방증한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미국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자료에 따르면 6월 기준으로 주당 1,887달러(약 261만 원) 이상 버는 상위 25% 노동자의 임금이 연 4.7% 상승한 데 비해 806달러(약 111만 원) 미만을 받는 하위 25% 노동자의 임금 상승률은 연 3.7%에 그쳤다. 미국 예일대 예산연구소는 관세에 따른 물가 상승으로 인해 소득 상위 10%가 1% 수준의 가처분 소득 타격을 받을 때 최하위 10% 가계는 3% 넘게 소득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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