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엘리어트 최종 오디션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최종 오디션에서 탭댄스를 선보이고 있는 장면 [신시컴퍼니 제공]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탁탁타다닥 탁탁’
차가운 금속을 댄 탭슈즈를 신은 작은 발이 있는 힘껏 바닥을 내리친다. 경쾌한 소리가 만들어내는 기분 좋은 리듬. 만 10~13세, 변성기가 오지 않은 소년들의 목소리처럼 청량한 탭소리가 익살스러운 표정에 실린다. 지금 당장 무대에 올라도 손색없을 소년들은 이제 마지막 여정을 앞뒀다. 지난달 말 열린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최종 오디션 현장이다.
“다듬어지지 않은 아이들을 찾아 그 안에서 무언가를 발견해 끄집어내는 것이 ‘빌리 엘리어트’ 오디션의 과정이에요.”
‘빌리 엘리어트’의 협력 연출을 맡은 에드 번사이드는 소년들의 오디션 여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1984년 영국 북부 탄광촌, 광부 대파업 시기를 배경으로, 광부의 아들인 소년 빌리가 발레를 처음 접한 후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은 이야기다. 2000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가 국내에서 사랑을 받았고, 2005년 영국에서 초연한 뮤지컬은 5년 뒤 한국에 상륙했다. 네 번째 시즌을 앞둔 ‘빌리 엘리어트’(2026년 4월, 블루스퀘어)는 이날의 오디션을 통해 총 8명(빌리 4명, 마이클 4명)의 아역 배우를 선발할 예정이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최종 오디션에서 발레를 선보이고 있는 장면 [신시컴퍼니 제공] |
‘빌리 엘리어트’는 기존 뮤지컬과 달리 제작 기간이 길다. 무대에서 발레, 탭댄스는 물론 노래와 연기까지 소화해야 하는 어린이 배우들을 교육하는 시간이 장장 15~20개월이나 필요한 까닭이다.
에드 번사이드 연출은 “작품의 오리지널 연출가 스티븐 달드리는 빌리 역을 마라톤을 뛰면서 동시에 연극 ‘햄릿’을 공연하는 것에 빗댔다”며 “이 작품은 어린이 배우들이 맡고 있는 다른 어떤 공연과도 구별된다”고 했다.
내년에 막을 올릴 ‘빌리 엘리어트’ 역시 이미 11개월의 시간을 보냈다. 오디션의 시작은 2024년 9월 20일. 제작사 신시컴퍼니는 다시 돌아올 ‘빌리 엘리어트’를 이끄는 어린이 주인공 빌리와 ‘빌리의 친구’인 마이클을 찾기 위해 약 1년 6개월 동안 공을 들였다. 첫 오디션을 통해 극의 중심에 있는 빌리와 마이클을 선발, 뮤지컬 제작 과정의 상징과도 같은 ‘빌리 스쿨’을 시작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한 1차 빌리스쿨에선 빌리 역 8명, 마이클 역 10명이 매일 4~5시간씩 발레, 탭, 아크로바틱, 댄스 클래스에 참여했다. 마이클 후보는 탭과 댄스 클래스만 받는다. 약 5개월간 수업을 받은 뒤 지난 2월 2차 오디션을 진행, 빌리 역 7명과 마이클 역 6명으로 다시 조합했고, 이어 5개월 간의 빌리 스쿨이 다시 열렸다.
1차 오디션에서 합격한 김우진(10)은 “어릴 때 발레 학원에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영상을 보고 빌리처럼 멋지게 발레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빌리 스쿨에서 연습하는 하루하루가 저에겐 꿈만 같다”고 했다.
빌리 스쿨 기간만 총 15~16개월. 꿈을 향해가는 10대 소년을 트레이닝하는 이곳은 그간 한국 공연예술계의 사관학교 같은 역할을 해왔다.
1대 빌리 박준형은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니진스키’에 출연하며 배우로 성장했고, 전준혁은 영국 로얄발레단의 퍼스트 솔리스트, 임선우는 유니버설 발레단에서 솔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발레계의 아이돌’이 된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솔리스트 전민철은 2017년 공연 당시 빌리 역으로 오디션에 지원했으나, 훌쩍 자라버린 키로 인해 마지막 무대엔 서지 못했다. 전민철과 함께 2대 빌리스쿨을 졸업한 이승민은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 재학,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 클래식 듀엣 부문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다. 당시 함께 했던 천우진은 현재 연극 ‘렛 미 인’에 출연 중이다.
빌리 스쿨을 통해 수많은 인재가 배출될 수 있었던 것은 이곳에서의 시간이 한 명의 무용수, 혹은 배우가 성장하는 과정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신현지 국내협력 안무가는 “아이들의 성장 과정은 뮤지컬 속 빌리의 성장 과정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이곳에선 기초체력을 기르기 위한 필라테스, 리듬감 훈련을 위한 재즈댄스, 몸의 움직임을 만들기 위한 현대무용을 섭렵하고 공연 안무를 소화하기 위해 발레, 탭 댄스, 아크로바틱 등을 배우는 경험이 온몸의 감각을 깨우게 된다.
오디션과 빌리 스쿨에서 중요하게 염두하는 것은 모두에게 똑같은 빌리와 마이클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에드 번사이드 연출가는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이들을 알아가는 것”이라며 “저흰 빌리를 동일하게 정해놓고 모두가 로보트처럼 똑같아 보이는 걸 원치 않는다. 아이의 개성을 살려 공연에 변주를 주기 때문에 특정한 모습에 맞춰 연기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국내외 창작진 음악 수퍼바이저 스티븐 에이모스, 해외협력 안무 톰 호지슨, 협력 연출 에드 번사이드, 국내 협력 연출 이재은, 국내 협력 안무 신현지, 이정권, 국내협력 음악감독 오민영[신시컴퍼니 제공] |
최종 오디션에 선 배우들은 지치는 기색도 없이 짧게는 5개월, 길게는 10개월간 갈고닦은 실력을 아쉬움 없이 보여줬다. 재잘거리는 맑은 목소리로 재간둥이를 연기하는 마이클과 춤을 추고 싶은 자신의 마음을 노래하는 빌리의 ‘일렉트리시티’(Electricity) 장면을 지켜보던 아역 배우들의 부모들은 함께 웃기도 하고, 눈물을 참기도 했다.
‘빌리 엘리어트’가 되기 위한 조건은 까다롭다. 키 150cm 이하, 변성기가 오지 않은 만 8~12세 소년이라는 외적 조건에 ‘빌리 스쿨’의 최종 관문을 통과한 아이들만이 내년 무대에 오른다. 톰 호지슨 해외협력 안무가는 “모든 기술을 다 갖춘 상태로 오는 아이들은 없다. 파고들수록 나오는 가능성을 보고 있다”며 “춤을 춰 본 적이 없더라도 몸을 움직일 때 감정을 같이 사용하는지가 중요하다. 감정적 스파크를 가진 아이를 찾으려 한다”고 말했다. 에드 번사이드 연출가는 “일반적 뮤지컬과 달리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작품이라 노래할 때도 단지 소리를 예쁘게 내는 것보다는 이야기 전달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빌리 엘리어트’에서 음악은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도구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빌리 스쿨 코치들에게 매순간 감동이다. 이정권 국내협력 안무가는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을 때는 분노 게이지가 높아질 때도 있다. 그럴 때면 근처 절에 다녀와야 한다”면서도 “마지막까지 노력해서 무대에 선 아이들을 보면 지금까지 해온 노력이 보상받는 느낌”이라고 했다. 오민영 국내협력 음악감독은 “이 작품엔 잠재력 하나로 달려온 친구들의 엄청난 노력이 채워져있다”며 “아이들은 같은 말을 백 번, 천 번 해도 매일 새롭게 듣는데, 언젠가 시간이 지나면 그 모든 과정을 무대에서 보여준다. 그 감동과 기쁨으로 이 아이들을 봐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의 오디션을 끝으로 선발된 빌리와 마이클은 다음 달부터 3차 빌리 스쿨을 통해 본격적인 무대 준비에 돌입한다. 내년 4월까지 장장 9개월의 여정을 거쳐야 관객 앞에 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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