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위 점했다가…‘바이 유러피언’에 수세 몰린 K방산
“한국 조선기술 세계 최고” 대통령 특사단 설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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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
유럽연합(EU) 장벽에 부딪힌 폴란드 해군 잠수함 도입 사업 수주를 위해 이재명 정부가 대통령 특사단을 보내 설득에 나서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4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대통령 특사단이 지난달 28~29일 폴란드를 방문했다. 역대 신정부 출범 이후 폴란드에 대통령 특사를 파견한 건 이재명 정부가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2일에도 캐나다에 대통령 특사를 파견해 캐나다 잠수함 수주 위한 외교전에 나선 바 있다.
특사단의 폴란드 파견은 '오르카(ORKA) 프로젝트'가 큰 이유다. 폴란드는 3척의 3000t(톤)급 신형 잠수함을 도입하는 오르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폴란드 해군력 현대화가 목표다. 예산만 6조~8조 원대로 추산된다. 폴란드 정부에 정보요청서(RFI)를 낸 조선사는 프랑스 나발그룹,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 스웨덴 사브 코쿰스, 이탈리아 핀칸티에리 등 11곳에 이른다. 그동안 한국 기업 수주가 우세한 상황이었다. 한국 조선사들의 납품 가능한 날짜가 제일 빠르기도 하고 가격 경쟁력, 기술력도 우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암초가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에 유럽연합(EU)은 방위비 증액을 결정했다. EU는 ‘5년 내 재무장’을 선언하면서 EU 내 제품을 우선 구매하는 ‘바이 유러피언(Buy European)’기조를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3월 8000억 유로 규모의 ‘유럽 재무장 계획’을 발표하면서 유럽산 무기 구매를 우선시하겠다고 직접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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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폴란드 특사단 단장인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월 29일(현지시간) 폴란드를 방문해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부총리 겸 외교장관과 면담, 대통령의 메시지를 담은 친서를 전달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
내심 한국을 점찍었던 폴란드는 난감해졌다. 국방비도 아끼면서 가장 빠른 시간 내 한국 잠수함을 도입할 수 있었는데, 이 기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폴란드 국방 차관이 독일에 이어 프랑스를 방문해 잠수함 기술을 점검하고 제안서를 평가하는 등 수주전이 한국에 불리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폴란드 마음을 돌리기 위해 대통령 특사단이 파견됐다. 당초 각각 단독 수주를 추진했던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도 방위사업청 주재로 원팀 구성에 합의했다. 대통령 특사단은 한국 잠수함 구입시 현지 공장 건설부터 유지ㆍ보수ㆍ운영(MRO)까지 완벽한 현지화, 1조 원 재투자를 약속하는 등 협상카드를 활용했다. 또 지금 당장 미국과 각을 세우기 위해 유럽산 무기 계약을 하지 말고, 실리적 선택을 해야 한다고도 설득했다.
박지원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국 조선 기술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대해서 여러 번 언급을 할 정도라고 말했다”면서 “특히 경쟁 관계인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원팀 컨소시엄을 맺은 것은 높이 평가할 일이라고 설명하면서 잘 도와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폴란드 정부도 ‘잘 살펴보겠다’면서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폴란드 잠수함 수주전 결론은 올해 연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수주전에서 수세에 몰렸다가 정부의 적극적 지원으로 판을 다시 짰다”면서 “폴란드가 한국 측 논리를 최대한 수용해 주기를 바라면서 협상 등 막판 작업이 남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투데이/정진용 기자 (jjy@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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