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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위기에 유럽선 표도 안팔려…해외 유명 교향악단 "한국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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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료는 우리가 해결할 테니 한국에서 연주할 수 없나요? 연주료와 체재 비용만 부담해주면 됩니다." 요즘 외국 교향악단들이 국내 공연기획사에 이런 전화를 자주 건다. 재정위기로 정부 지원금이 줄어들고 관객 발길이 줄어든 유럽과 미국 오케스트라들이 아시아 투어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교향악단이 자체적으로 기업과 정부 협찬으로 항공료를 부담하고 오겠다는 제안은 매우 이례적이다. 지금까지는 국내 공연 기획사가 외국 오케스트라 항공료를 부담하는 게 관례였다.

유럽과 미국 교향악단들이 '저자세'로 외국 투어를 하려는 이유는 경영난 때문이다. 최근 네덜란드는 헤이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비롯한 국공립 교향악단 4개를 해체했다. 독일에서는 작은 시 단위 오케스트라를 합병해 정부 지원금을 줄이고 있다.

미국 오케스트라도 '빙하기'에 놓여 있다. 110년 역사를 자랑하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지난 4월 누적 적자를 견디지 못해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디트로이트 심포니 오케스트라도 자동차 산업 위축으로 파산 위기에 놓여 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경제 여건이 좋은 중국과 한국 음악시장에 진출해 위기에서 벗어나려 한다. 외국투어 연주료만 제대로 받아도 교향악단 운영에 숨통이 트이기 때문이다. 외국 무대에서 활동하는 지휘자 성시연 씨는 "유럽과 미국 오케스트라는 지금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며 "요즘 이들 단체 현안은 아시아 투어"라고 말했다.

유럽과 미국 클래식 음악시장 규모도 점점 줄고 있고 관객들도 주로 노년층이며 젊은 층은 이를 기피한다. 하지만 중국과 한국 시장은 젊은 층 사이에 클래식 음악 붐이 일어나고 있어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다.

한국 투어를 원하는 외국 교향악단들이 늘어나면서 유명 오케스트라들이 줄줄이 서울로 몰려오고 있다.

11월에만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15~16일), 상트페테르부르크 오케스트라(8~9일), 모스크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11~17일), 시드니 심포니 오케스트라(16~17일) 등이 국내 무대에 선다. 회계연도가 끝나가는 11월에 기업들이 공연 협찬에 돈을 많이 쓰는 것도 이유다.

베를린 필 상임지휘자인 사이먼 래틀은 한국 관객들을 위한 특별 사인회를 연다. 세계 최고 지휘자로 군림하는 래틀이 공연 후 사인회를 하는 것은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음반사 EMI 관계자는 "영국 본사에서 '래틀이 한국 팬들을 위해 특별히 사인회를 열 테니 테이블에 사과주스와 스파클링 워터를 준비하라'고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다.

한국에 오려는 교향악단들은 급격히 늘어나고 있지만 국내 음악 시장 수용력은 한계가 있다. 100여 명을 이끌고 오는 오케스트라 공연은 항공료와 체재비용이 커서 기업 협찬 없이 수지를 맞추기 힘들기 때문이다. 제작비 20억원이 넘는 베를린필 내한 공연도 수억 원 적자를 기업 협찬으로 메웠다.

공연기획사 크레디아 정재옥 대표는 "외국 오케스트라 20여 곳에서 한국 공연을 제안해왔지만 한 곳만 선택했다"며 "지금 환율이 높아 여건이 안 된다"고 말했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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