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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란 선임기자의 art&아트> 창조적 경험의 장, 예술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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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아트센터 ‘러닝 머신’ 특별전

즐기고 가르치는 예술 보여주기

창작·감상자 脫구분 교육적 의미 초점

플럭서스·현대 작가 작품 70점 전시

‘예술가의 교육학’ 입체적 표현 ‘신선’


헤럴드경제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났을 때, 깃발만 마냥 따라만 다니면 별반 남는 게 없다. 반면에 시행착오를 좀 겪더라도 혼자 지도를 봐가며, 구석구석을 여행했다면 한결 깊은 체험이 되는 법이다. 교육이며, 현대예술도 마찬가지다. 그저 수동적으로 앉아만 있을 경우 내게 뼈가 되거나 살이 될 게 없다. 직접 부딪치며 체험해 봐야 무엇이든 또렷이 각인되게 마련이다. 자발성과 창의성이 필요한 것이다.

백남준을 비롯해 조지 마키우나스, 오노 요코 등이 1960년대 독일에서 결성한 예술그룹 ‘플럭서스(Fluxus: 흐름, 변화)’ 또한 ‘경험’을 중시했다. 이들은 예술이 창작활동인 동시에, 생활의 연장이 되길 원했다. 특히 직접적인 행위를 통해 ‘구체적인 현실 속에 존재하는, 변화하는 예술’을 지향했다. 장르 간 경계가 없고, 국적과 인종을 뛰어넘으며 권위에 거침없이 도전했던 플럭서스 운동은 현대미술이 표방하고 있는 ▷탈장르 ▷다문화 ▷인터미디어를 선도했던 ‘앞선 예술’이다.

백남준 등 일군의 작가들은 일찌기 50년 전에 해프닝, 이벤트, 게임아트, 메일아트를 개척하며 ‘경험을 창조하는 예술가’와 ‘공동의 창조자 관객’이라는 새로운 관계를 실험했다. 이들은 관객 참여 이벤트를 통해 일상 경험에서 배우는 교육학의 모델도 제시했다. 이에 용인의 백남준아트센터(관장 박만우)는 그 같은 실험을 오늘 다시 해 보자며 특별한 전시를 꾸렸다. 백남준아트센터의 여름기획전 ‘러닝 머신(Learning Machine)’은 창작자와 감상자라는 이분법적 구분을 없애고, 자율성을 지닌 ‘창조적 시민’이란 개념을 탄생시킨 플럭서스의 실험을 21세기 버전으로 구현한 전시다. 플럭서스가 창조한 ‘경험으로서의 예술’은 요즘 우리의 체험교육, 통합교육과 맥을 같이 한다. 대화하고 탐문하기, 집단적 놀이와 게임 등은 미래 세대에게 매우 효과적인 학습 유형이다.

‘러닝 머신’전은 백남준아트센터가 소장 중인 플럭서스 작품과 그와 관련된 현대작가의 작품 등 총 21팀의 70여 점으로 구성됐다. 그중에서도 백남준이 1964년 독일의 해프닝 그룹을 위해 제작한 포스터는 오늘 다시 봐도 경탄스럽다. 유럽지도를 연상케 하는 작품에는 ‘출생에 동의한 아기만 태어나게 하는 진보적인 산부인과’ ‘십자군전쟁 때의 정조대를 파는 상점’ ‘반등밖에 모르는 다우존스지수’ ‘백남준이 암살 당할 장소’ 등 유머러스하면서도 남다른 예지력이 돋보이는 문구가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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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체험이 흥미로운 ‘교육’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김나영, 그레고리 마스 듀오의 설치작품. 일상의 갖가지 사물과 조각을 좌대에 설치하고, 벽면의 개념적인 단어와 연결해 보도록 한 작업이다. 작품명은 ‘플럭서스가 플로어에 놓였는가, 플로어가 플럭서스 위에 놓여 있는가?’(2013)이다. [사진제공=백남준아트센터]


미에코 시오미의 ‘플럭서스 저울’도 흥미롭다. 작가는 전 세계에 지인들에게 “누군가가 저울의 한쪽에 올려둘 ‘무언가’와 균형을 이룰 걸 적어 달라”는 편지를 띄웠다. 시오미가 받은 답장들은 관객이 작성한 카드와 함께 저울에 달아볼 수 있다. 시공을 초월해 타인의 생각을 타진해볼 수 있는 자리다.

또 작가이자 미술교육가로 스스로를 채찍질했던 고(故) 박이소의 진지한 ‘작업 노트’, 예술가가 다른 예술가(國劇)를 만나 배우는 정은영 팀의 ‘예술가의 배움’도 예술의 교육학을 잘 보여 준다. 미술관 한켠에 설치된 트램플린을 하면서 사진과 영상을 보는 안강현의 ‘스냅샷’은 낯선 이미지를 색다르게 감상하는 기회를 준다. 매일매일 드로잉을 하며 살아가는 김을의 ‘드로잉하우스’는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하는 코너다.

‘탁구’라는 운동행위를 기발하게 재구성한 김월식의 ‘팡펑퐁풍핑’은 어린이들이 무척 좋아할 작품이다. 작가는 넉 대의 엉뚱한 탁구대를 설치하고, 기발한 탁구채 14가지를 만들어 탁구를 쳐보게 했다. 야구방망이, 삽, 파리채에 탁구채를 부착해 경기를 하도록 한 작가는 “소통의 낡은 관습을 생각해 본 작업”이라고 했다. 10월 8일까지. 관람료 성인 4000원(경기도민과 단체 50%할인), 학생 2000원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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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에코 시오미의 ‘플럭서스 저울’(1993). 내가 종이에 적은 물건과, 상대가 적은 물건의 무게를 달아 보는 저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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