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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근 ‘재판개입’ 1심 무죄… 사법농단 처벌 물건너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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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째 무죄… 직권남용죄 범위 논란 재점화
한국일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14일 사법행정권을 남용해 일선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재직 중에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임성근(56) 서울고법 부장판사에게 1심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이로써 사법농단 사건을 두고 재판부 3곳에서 5명째 무죄가 나왔다. 특히 임 부장판사는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정책 추진에 따라 재판에 개입한 사법농단의 ‘본류’에 해당하지만 법원은 “법관 독립을 침해해 위헌적”이라면서도 ‘월권’을 직권남용죄로 처벌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송인권)는 14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임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재판 관여 행위는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일반적 직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직권남용죄는 직무 범위 안에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는 남용이 있어야 하는데, 임 부장판사의 재판 개입 행위가 ‘직무 권한 내’에 있지 않아 형법상 죄를 물을 수 없다는 판단이다.

임 부장판사는 2015년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의 재판장에게 선고 당일 법정에서 “가토 전 지국장이 무죄이긴 하나 행동이 바람직하지 않았다는 점을 명확히 밝히라”고 지시하는 등 재판에 청와대 입장이 반영되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재판부는 “각 법원의 수석부장판사에게 독자적인 사법행정권이 있다고 인정할 만한 법률상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관행적으로 소속 법원장을 보좌해 재판사무에 관한 직무감독권 등을 행사했다고 해도 이는 ‘법률에 규정된 직무’가 아니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다.

재판부도 임 부장판사의 재판 관여 행위가 “지위 또는 개인적 친분관계를 이용하여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는 지적했다. 그렇지만 행위가 위헌적이라고 해서 직권남용죄의 형사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고 부연했다. 죄형법정주의는 비난 받아 마땅한 피고인이라도 법률에 따라 범죄로 규정되지 않는 이상 처벌할 수는 없다는 형사법의 대원칙이다.

임 부장판사가 무죄를 받으며 지난달 13일 유해용(54)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시작으로 사법농단 관련 3건의 1심 재판에서 줄줄이 무죄가 선고됐다. 유 전 연구관은 박 전 대통령의 ‘비선 진료인’ 특허 소송 진행상황을 보고해 기소됐지만 증거부족으로 무죄를 받았다. 신광렬ㆍ조의연ㆍ성창호 부장판사는 ‘정운호 게이트’ 수사상황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보고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받았지만 전날 재판부는 직무상 정당하고 수사정보도 기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법조계에서는 애초부터 실체가 명확하지 않은 사법농단을 단죄하는 게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번진다. “ “

반면 재판부가 직권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해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형사수석부장이 실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아는 사람이라면 재판부의 판단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임 부장판사에 대한 선고 직후 검찰도 즉각 항소 뜻을 내보였다. 서울중앙지검은 “피고인 지시나 요청으로 판결 이유를 고치고 결정을 번복했다는 재판장 진술에도 무죄를 선고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판결대로 재판 독립의 원칙상 재판 개입을 위한 직무 권한이 존재할 수 없고 결과적으로 직권남용죄가 성립할 수 없다면, 인사권자나 상급자의 어떤 재판 관여도 처벌할 수 없고, ‘국가기능의 공정성’은 가장 중요한 사법의 영역에서 지켜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유감을 표했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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