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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뉴스]국민참여예산제도를 어떻게 업그레이드시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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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예산 사이트 갈무리


시민들이 정책 아이디어를 직접 제안하고 예산안 심의·편성 과정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국민참여예산 제도가 올해로 시행 3년째를 맞는다. 국민참여예산 제도는 지난 2년간 ‘국군 장병들에게 패딩형 동계점퍼 지급’, ‘남녀공용 화장실 분리비용 지원’, ‘미세먼지 저감 도시숲 조성’ 등의 생활밀착형 정책 성과로 이어졌으며, 중앙정부의 예산편성 과정에 최초로 시민에게 문을 연 의의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참여예산 자체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공모사업으로 축소됐다는 비판도 상존한다. ‘참여’가 정책 아이디어 제시와 제시된 아이디어 심사 등 일부 영역에만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정책은 저조한 집행률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국민참여예산 제도의 뿌리내리기와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시점이다.

올해 국민참여예산 일정이 시작되는 가운데 시민사회에서는 국민참여예산 제도가 취지를 살리려면 현재의 공모사업 형태에서 나아가 예산에 대한 정보를 더 개방하고, 시민들이 집행과정도 감시하는 방안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한다. 창의적 사업 제언을 넘어서서 시민이 구조적으로 중앙 행정부처를 감시할 수 있는 형태로 제도가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2021년 국민참여예산 접수 15일부터 시작

14일 기획재정부는 1월 15일부터 2월 28일까지 2021년도 예산안에 반영할 국민제안 예산사업을 집중 접수한다고 14일 밝혔다. 지역사업이 아닌 전국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라면 누구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국민참여예산 웹사이트(www.mybudget.go.kr) 등에서 접수된 의견은 각 부처에서 5월까지 적격성 검토를 거쳐 예산안 요구에 담고, 4~5월 기재부가 별도로 구성하는 400명의 예산국민참여단과 기재부 심사를 거쳐 ‘2021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다.

참여예산은 1989년 브라질의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시작됐고, 한국에는 2003년 광주 북구에서 처음 도입했다. 2011년 국가재정법 개정으로 주민참여예산제도가 의무화되면서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로 확산됐다. 광주시, 서울시 등 지자체에서 긍적적 성과사 쌓이면서 중앙정치권에서도 주목하기 시작했고 문재인 대통령 공약에 포함됐다.

시민들이 정책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별도의 시민참여단과 기재부의 심사를 받는 지금 형태의 국민참여에산 제도는 2018년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문 대통령 집권 이후 2017년 정책제언 플랫폼인 ‘광화문 1번가’를 운영하면서 이 플랫폼에 제시된 아이디어를 시범사업 형태로 2018년 예산에 반영했다. 총 6개 사업 422억원 규모였다. 2017년 하반기 국가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해 국민참여예산제도의 법적 근거를 만들었다. ‘정부는 예산 과정에서 국민참여를 통하여 수렴된 의견을 검토해야 하며 그 결과를 예산편성시 반영할 수 있다’는 내용 등이다. ‘광화문1번가’는 기재부가 별도로 마련한 ‘국민참여예산’ 플랫폼으로 옮겨왔다. 이후 참여예산 규모는 커져가고 있다. 2019년 시작된 사업 가운데 올해도 이어가는 25개 사업 1654억원을 포함하면 올해 예산에 반영된 참여예산 규모는 2711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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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예산국민참여단 4차회의 모습. 자료 기획재정부 제공


국민참여예산 3년 우려와 성과, ‘내실 있는 정책’만으로 극복가능?

국민참여예산 도입 초기에는 여론으로 예산을 결정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시민들이 허무맹랑한 아이디어를 내놓을 것이라거나 참여단에서 제대로 된 심의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등이다. 이런 우려는 국민참여배심제 도입, 신고리 원전 공론화 과정 등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국민참여예산을 통해 오히려 관료들이 상상하기 힘든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제시할 뿐 아니라 시민들이 재정을 어디에 얼마나 쓰기를 원하는지 단초를 제공했다는 평가가 기재부 내부에서도 나온다. 2018년 참여예산 업무를 담당했던 박지훈 관세협력과장은 “2018년 4월 말~5월 초 미세먼지 문제가 불거지면서 아이디어 접수가 급증했다”며 “이듬해에도 미세먼지가 이슈가 되는 걸 보면서 국민들의 관심사와 판단이 옳았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참여예산 업무를 담당했던 박경찬 전 참여예산과장(현재 세계관세기구 규범이행국 파견)은 “예산 심사과정에서 국참여단과의 토론을 거치며 오히려 어떤 사안을 대수롭지 않은 문제로 여겼던 공무원들의 시각이 바뀌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책의 내실 있는 집행을 두고 비판은 계속 나오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해 9월 발간한 ‘2020년도 예산안 총괄분석’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8월 기준 국민참여예산 사업 가운데 25개가 실집행률이 50%가 되지 않았다. 사업진척이 늦어지면서 국토교통부의 휠체어 탑승 가능 고속버스도입이나 행정안전부의 민간시설 내진보강 활성화 사업은 실집행률이 0%가 되기도 했다. 군 장병 동계패딩 점퍼 등 보급 과정에서 품질에 차질이 생겼던 사업도 있었다. 예정처는 “실집행률이 저조하다는 것은 국민들이 쉽게 체감할 수 있는 수준까지 사업의 이행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올해는 예년보다 사업 접수기간을 앞당겨 보다 내실 있는 정책을 준비하는 것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권기정 참여예산과장은 “각 부처에서 예산서 요구를 만드는 시점과 국민제안 사업을 검토하는 시점이 겹치면서 업무량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접수 시기를 앞당겨 국민이 제안한 사업을 각 부처가 충분히 정책으로 숙성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또 올해부터는 집행모니터링단도 운영한다. 국민참여예산 제도에 대한 기존의 비판을 수용해 제도를 보완해나간 것이다.

참여예산, ‘사업공모’에서 ‘제도적 감시’로 업그레이드 해야

주민참여예산제도 도입 운동을 해 왔던 시민사회에서는 국민참여예산제도가 ‘국민의 아이디어 접수’로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내실 있는 정책’과 ‘참여확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면 지금의 공모사업 형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김용원 참여연대 조세복지팀 간사는 “참여예산에서 참여는 국정‘기조’에 해당했다. 예산정책 전반에 시민의 참여를 확장시키는 것이 핵심인데, 특정 사업에 대한 ‘참여’로만 제한하는 형태로 제도가 설계되면서, 지금 어떤 예산사업은 국민이 참여하고 어떤 예산사업은 참여하지 않는 형태가 됐다”며 “지금의 참여예산 사업은 참여예산의 취지를 살렸다기보다 공모사업의 연장에 가깝다”고 말했다. 특정 아이디어 사업 뿐 아니라 예산 전반의 심의 편성과정을 감시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운영위원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예산 운영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참여예산의 형태와 평가기준도 달라야 한다”며 “지방정부의 참여예산이 생활에 와 닿는 정책 중심이라면, 중앙정부의 참여예산 제도는 예산과정 자체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확산시키고 예산 관련 정보를 더 투명하게 공개되는 방향으로 제도가 나아가는지를 두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운영위원은 “현 제도에서 시민들이 예산 아이디어까지는 자유롭게 내고 참여할 수 있고 참여단의 만족도도 높지만 편성된 예산이 어느 정도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지 등은 확인할 수 없다”며 “사업공모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집행 과정 전반에 대해 시민들이 감시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개하고 투명화하는 작업까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도 국민참여예산 사이트와 열린재정 등에서 예산·재정 정보를 제공하지만 열린재정은 전문가들이 활용하기 용이한 형태이며, 참여예산 사이트는 시민들에게 홍보하는 도구이자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주문하는 곳은 아니다. 김 운영위원은 이 같은 사이트의 개편과 함께 “정책 제언 과정에서는 장애인 등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대폭 넓히고 국민참여단이 이를 심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개선 방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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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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