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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부 ‘WTO 개도국 지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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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대외경제장관회의서 확정할 듯
美 방문 홍남기 부총리 “매듭지을 때”

농민단체들 강력 반발… 진통 예상
한국일보

WTO 개도국 지위에 따른 우리나라의 주요 수입 농산물 관세율. 그래픽=강준구 기자


정부가 우리나라의 세계무역기구(WTO) 내 개발도상국 지위를 내놓기로 결정했다. 공식 결정 시점은 오는 25일 대외경제장관회의가 유력하다. 당장 개도국 지위를 내놓더라도 관련 혜택은 상당기간 유지할 수 있는데다, 당면한 미국의 통상 압박ㆍ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에 대비한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현실적 계산이 작용한 결과다. 다만 농민단체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떠밀린 졸업

20일 정부 관계자는 “여러 상황을 감안해 WTO 개도국 지위를 내려놓기로 했다”며 “조만간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이를 확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하는 대외경제장관회의는 이르면 이달 25일 개최된다. 미국을 방문중인 홍 부총리도 18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정부도 문제를 매듭 지을 시기가 왔다”며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본부장이 미국 측과 비공식 접촉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WTO 개도국 지위 역사는 1995년 WTO 출범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는 회원국의 선언만으로 개도국 지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은 농산물 무역적자 악화, 농업기반시설 낙후, 농가소득 저하 등을 이유로 농업분야에서 개도국 지위를 택했다. WTO 개도국은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할 수 있고, 국내 생산품에 보조금도 지급할 수 있다. 또 회원국들이 합의한 관세 인하 폭과 시기 조정 등에서 상대적으로 느슨한 규제를 적용 받는 이점을 누린다.

하지만 올 들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공세로 평온했던 상황이 반전됐다. 미국은 지난 2월 개도국으로 분류되면 안 되는 국가 기준을 4가지로 규정해 WTO에 제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세계은행 분류 고소득 국가(2017년 기준 1인당 국민소득 1만2,056달러 이상) △세계 무역량 0.5% 이상 차지 국가 등이다. 이 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개도국이 될 수 없다는 게 미국의 입장인데, 한국은 4개에 모두 해당하는 유일한 나라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급기야 지난 7월 한국 등을 직접 거론하며 “경제성장을 이룬 국가들이 WTO에서 개도국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모든 수단을 강구하라”고 미 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했다. WTO 개도국 지위를 유지할 경우 미국과의 교역에서 손해를 감내해야 할 거란 엄포도 덧붙였다. 이후 실제 브라질, 대만,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은 개도국 지위를 잇따라 내놓았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90일 이내’라고 못박은 결정 시한은 10월 23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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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제시한 ‘WTO 개도국 지위 곤란한 기준’과 해당 국가들. 그래픽=강준구 기자


◇정부의 현실적 계산 작용

정부의 개도국 지위 포기 결정에는 여러 가지 현실적 계산이 작용했다. 우선 개도국을 졸업해도 실질적인 혜택에는 상당기간 변화가 없을 거란 계산이다. 정부 관계자는 “1995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정에 따라 결정된 현재의 농산물 관세율이나 농업보조금총액(AMS)은 새 농업협상이 타결되고, 각국이 이행계획서를 제출ㆍ검증한 뒤 국내 비준 등 절차를 마무리할 때까지 유지된다”며 “더구나 가까운 장래에 WTO 농업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농업분야를 포함한 WTO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은 회원국 별 입장 차로 10여년 넘게 중단된 상태다. 정부로서는 개도국 지위 졸업을 선언해도 선언적 의미 외에 불이익은 없다고 본 셈이다.

또 다른 계산은 미국과의 관계다. 현재 미국과 내년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돌입한 데다, 미국은 수입 자동차를 대상으로 무역확장법에 따른 수입 제한 및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이다. 자동차 수입 제한 등의 결정 시한은 다음달 13일이다. 또 다른 정부관계자는 “개도국 지위를 내놓았을 때의 불이익은 거의 없거나 불확실한데, 미국과 맞섰을 때 돌아올 부담은 크고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보조금 감축ㆍ관세 철폐 등을 우려하는 농민ㆍ농업단체 설득은 정부의 큰 숙제다. 이에 정부는 개도국 졸업과 관계없이 쌀 등 일부 농산품에는 예외적인 보호조치를 유지하는 방안 등을 강구할 방침이다. 현재 수입 쌀에는 관세 513%가 붙는 등 민감품목으로 보호되고 있다. 보조금 역시 WTO에서 허용하는 품목 불특정 최소허용보조 등을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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