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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하트’로 들여다본 요즘 인기 트로트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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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쉽게 도전하지만

양동근·강남 등 트로트 곡 발표하고

트로트 가수 전향한

노지훈 ‘트로트계 아이돌’ 부상

아무나 성공 못하는 ‘경쟁’ 세계

음반 발매 50만명·활동은 70만명

세미부터 정통까지 다 나온 상황

후발주자 ‘내 색깔’ 차별화 고민

체계적 육성시스템 고민할 때

송가인·노지훈 ‘젊은 트로트’ 생기

50~60대들도 10대처럼 ‘팬질’

“아이돌 시장처럼 체계적 관리 필요”

노지훈 “트로트 가수 위상 높이고파”


한겨레

양동근도, 강남도, 김영철도, 박슬기도 했다. 무엇을? 바로 트로트다. 짜라짜라짠짠짠~.

요즘 트로트 바람이 뜨겁다. 송가인, 홍자 등 트로트 가수들이 예능 섭외 1순위가 됐고, 유재석도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트로트 가수에 도전한다. 경연 프로그램 <미스 트롯>이 불을 지폈다지만, 이전부터 인기 바람은 불었다. 2018년 10대들이 뽑은 ‘시험을 앞두고 피해야 할 중독성 갑 노래’ 1위(김연자 ‘아모르 파티’)와 2위(태진아 ‘진진자라’) 모두 트로트였다. 이디엠(EDM) 등 다양한 장르를 접목하는가 하면 경연이란 장치를 도입하는 등 젊은층에게 친근하게 다가간 것이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단순히 트로트 음원을 이벤트처럼 발표하는 차원을 넘어 아예 전향하는 가수도 늘었다. 영턱스클럽의 성현, 개그우먼 김나희 등에 이어 지난 5월 ‘손가락 하트’를 발표한 노지훈이 대표적이다. 2010년 경연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문화방송)에서 최종 8명에 오르며 감수성 짙은 ‘발라드의 왕자’로 불리던 그는 이제 ‘트로트계 아이돌’이 됐다.

전문가들은 트로트는 누구나 쉽게 도전할 순 있어도 아무나 성공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최근 트로트로 전향한 이들 가운데 가장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노지훈을 중심으로 트로트 세계를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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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돌만큼 치열한 경쟁…나만의 시그니처를 만들어라 인기 스타를 키워낸 한 트로트 기획사 관계자는 “‘행사 뛰면 쉽게 돈 벌겠지’ 하는 생각으로 접근했다가는 큰코다치는 곳”이라고 엄포를 놓는다.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트로트 세계도 아이돌만큼이나 경쟁이 치열하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트로트 가수는 꼭 자기 곡이 아니더라도 음반 발매 기준으로 40만~50만명에 이른다. 음반을 내지 않고 ‘가수’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이들까지 포함하면 70만명이다. 경연 프로그램으로 차곡차곡 인지도를 쌓은 이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자신의 색깔이 확고한 이들이 성공했다. 이 관계자는 “장윤정·홍진영이 스타덤에 오른 것도 당시에는 잘 없었던 세미트로트 형식이 신선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미부터 정통까지 나올 만한 건 다 나온 상황에서 후발 주자들은 고민이 더 깊다. 노지훈도 1년6개월 전 트로트 전향 제의를 받은 뒤 가장 고민한 것이 “차별화”였다. “내 색깔은 뭘까, 가장 잘할 수 있는 트로트는 무엇일까를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 라틴음악에 록을 접목한 ‘손가락 하트’를 내놨다. 흥겨움을 넘어 노지훈이라는 ‘젊은 패기’를 제대로 활용했다. 이젠 힘있고 역동적인 트로트 하면 노지훈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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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는 가수 인기보다도 곡 자체가 좋아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 김연자의 ‘아모르 파티’가 발매한 지 2~3년 지나 화제가 된 것처럼 곡만 좋으면 언제라도 역주행이 가능하다. 강한 중독성도 필수다. 장윤정 하면 “어머나~ 어머나~ 이러지 마세요”, 김연자 하면 “아모~르 파티! (빠바바빠바바바바바바바바)”가 자동으로 나오는 것처럼 대중이 따라 부르고 싶게 만드는 포인트가 관건이다. 노지훈의 ‘손가락 하트’도 그런 점에서 성공했다. 한번만 들어도 “손가락 하트 하트~” 하며 나도 모르게 반복해서 흥얼거리게 만드는 중독성이 있다. 백미는 꺾기다. 얼마나 찰지게 꺾느냐에 따라 노래의 맛도 달라진다. 김연자의 ‘수은등’을 듣고 있으면 간드러지는 꺾임에 온몸이 낙지처럼 꼬인다. 트로트 신인들은 데뷔를 앞두고 꺾기 특훈을 받기도 하는데, 노지훈의 비결은 ‘판소리’다. 그는 “초등학교 때 판소리를 배워서인지 꺾기는 자신 있었다. 요즘도 판소리와 민요를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무대에서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하는 ‘스킬’을 장착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훈아가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홍진영이 엄지를 들고 윙크를 날리는 것처럼 자신만의 ‘시그니처’ 동작이 필요하다. 노지훈은 “손가락 하트 하트”라고 외치며 손가락으로 하트를 만들어 관객에게 날린다. 이른바 ‘하트 탕진춤’이라 불리는 이 안무를 수많은 ‘어르신’ 팬들이 아이돌 팬처럼 따라 추는 커버 영상이 유튜브에서 화제다. 노지훈은 “남진 선생님과 나훈아 선생님 무대를 보며 많이 연구했다. 특히 나훈아 선생님은 누워서 노래를 부르는 등 관객과 밀당하는 능력이 대단했다.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하는 노련미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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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찾아온 트로트 바람…체계적 시스템을 세워라 “이제야 내 옷을 찾아 입은 것 같다”는 노지훈이지만,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되기까지 고민도 컸다. 트로트가 인기라지만 ‘선수’들 사이에서 선입견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트로트를 처음 권유받았을 때 만감이 교차했던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긴 공백에 따른 무대에 대한 갈망, 결혼하고 가장이 된 데 대한 책임감 등 여러가지가 더해져 어렵게 결정했지만, 무대에 선 순간 복잡한 생각은 다 사라졌다. “막상 무대에 올라가니 훨훨 날고 싶었어요.”

노지훈, 송가인 등 젊은 가수가 트로트계에 생기를 불어넣으면서 트로트 팬들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처럼 행사장에 와서 박수 치고 따라 부르며 춤추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50~60대 팬들도 10대 팬들처럼 내 스타를 내가 키우려고 유튜브 하는 법을 배워 영상을 올리고 ‘짤’도 만드는 등 ‘팬질’을 한다. 노지훈은 “트로트에 와서 팬들의 적극성에 놀랐다”며 “현장에 현수막을 만들어 와서 들고 계시기도 하고 티셔츠나 조끼를 맞춰 입고 팬클럽처럼 응원을 하신다”고 말했다. 신곡이 나오면 단체대화방에 유튜브 영상을 공유한 뒤 조회수 높이기에도 안간힘을 쓴다. 노지훈은 “어머니들은 자녀들에게 유튜브 하는 법을 배우신다고 하더라. 제 짤도 그렇게 올려주시는데 다만 짤의 범위가 다르다. 10초짜리가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풀 버전을 올리신다.(웃음) 그래도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트로트업계에선 이 바람을 타고 1980~90년대 트로트가 <가요톱텐> 1위 단골이었던 찬란한 시절이 다시 오기를 내심 기대한다. 무엇보다 성인가요 시장이 성장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트로트 매니지먼트만 15년 넘게 해온 한 관계자는 “한동안 성인가요 시장이 어려웠던 건 시스템이 없어서다. 가수 관리나 마케팅 등에 전략과 전술이 없다. 이제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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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 시스템이 없는 트로트 시장에서 지난 1년여간 연습하며 차근차근 준비해 성공한 노지훈의 사례는 변화의 시작이다. 트로트는 작곡가가 노래 잘하는 이를 발탁해 데뷔시키는 식으로 흘러왔다. 한 케이블 예능 프로그램 피디는 “아이돌 시장이 활성화된 것도 시스템이 정착하면서부터다. 트로트 가수를 발굴해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시스템을 갖추면 제2의 송가인, 제2의 노지훈 등이 끊임없이 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익원을 다양화하는 것도 숙제다. 트로트가 인기라 해도 음원차트에선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음원 수익이 괜찮은 사례가 ‘내 나이가 어때서’ ‘안동역에서’ 정도인데, 선풍적인 인기에 견주면 많은 편은 아니다. 트로트의 인기를 확인하는 잣대는 여전히 행사 요청이 얼마나 들어오는지와 거기서 받는 몸값이다. 1년에 열리는 지차제 행사만도 3만~5만개로, 매일 어딘가에서 3~4개의 공연이 열린다. 트로트 매니지먼트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더 커지려면 행사 이외의 수익 시장이 생겨야 한다. 시작부터 다양한 부가 사업을 고민한 뒤 전략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요한 시점에 젊은 가수들의 구실이 중요하다는 걸 이들 스스로도 잘 안다. 트로트 세계를 경험한 지 이제 5개월 된 노지훈은 음향 시스템의 차이를 언급했다. “음악 방송 무대는 음향 시스템이 잘돼 있는데, 트로트는 아무래도 야외무대가 많다 보니 음향 시스템이 잘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노래하는 일이 잦았어요. 트로트 가수들이 존중받고 보다 나은 환경에서 더 열심히 노래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어요.” 그는 “드라마·영화·뮤지컬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며 트로트 가수의 활동 범위도 넓히고 싶다”는 바람도 나타냈다. 그의 바람대로 트로트 가수의 위상과 시장이 도약할 수 있을지 음악계 전체가 주목하고 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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