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취재파일] 여덟 번째 사형제 폐지 법안, 이번에는?

댓글0
SBS

▲ 한강 몸통 시신 사건 피의자 장대호

● '한강 몸통 시신 사건' 장대호, 사형 가능성은?

장대호. 자신이 일하던 모텔 투숙객과 시비하다 살해하고 시신을 토막 내 버린 이른바 '한강 몸통 시신 사건'의 피의자다. 경찰 수사가 확산하면서 자수했고 언론 앞에서 "나쁜 놈이 나쁜 놈을 죽인 사건이다, 상대방이 죽을 짓을 했기 때문에 반성하지 않는다"라며 막말을 던지기도 했다. 지난 10월 8일 열린 첫 재판에서 검찰은 범행수법이 잔혹하고 계획적이었으며 전혀 반성하지 않는다면서 장 씨에게 사형을 선고할 것을 요구했다. 다음 달 5일 선고공판이 열린다.

그럼에도 장대호 씨에게 사형이 선고될 가능성은, 전례에 비춰보면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설사 사형 선고가 되더라도 상급심에서 감형될 가능성이 있다. '어금니 아빠' 이영학도 1심 결과는 사형이었지만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 확정됐다. 사형 선고가 되고 그게 법원에서 확정되더라도 집행 가능성을 봐야 한다. 그 가능성은 더 적다. 한국에서 마지막 사형 집행이 이뤄진 건 22년 전, 고 김영삼 전 대통령 퇴임 직전이다. 이후 정권이 다섯 번 바뀌는 동안 사형 집행은 중단됐다. 국제 사회는 한국을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보고 있다.

● 여덟 번째 사형폐지 법안 발의…운명은?

10월 10일, 세계 사형 폐지의 날을 맞아 국회에서 사형제도 폐지 특별법안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대표로 나섰고 여야 의원 76명이 서명했다.(*사전 자료에서는 서명 의원이 75명이었으나 10일 기자회견 뒤 배포 자료에는 1명 늘어나 76명으로 수정)

법안 내용은 간단하다. 단 3개 조항만 있다.

제1조(목적) 이 법은 국가 형벌 중에서 사형을 폐지함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범죄자의 인권 보호 및 교화.개선을 지향하는 국가형벌체계의 수립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종신형의 정의와 종류)
① "종신형"이란 사망 때까지 교도소 내에 구치하며 「형법」에 따른 가석방을 할 수 없는 형을 말한다.
② 종신형은 종신징역과 종신금고로 나눈다.
제3조(사형의 종신형 대체) 「형법」 및 그 밖의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형벌 중 사형을 폐지하고 이를 종신형으로 대체한다.


사형 폐지 법안이기도 하지만 사형을 대체할 종신형을 도입하는 법안이기도 하다. 부칙에는 현재 사형 미집행 상태인 수감자들에게도 소급 적용해 종신형 확정판결을 받은 것으로 본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15대 이후 매번 국회에서는 사형제 폐지 법안을 발의했으나 한 번도 통과된 적이 없다. 과거 7개 법안은 모두 제대로 된 논의되지 못한 채로 국회 임기가 끝나면서 폐기됐다. 20대 국회는 일곱 달 남았다. 이번 여덟 번째 법안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SBS

● 숫자로 본 2019년 한국의 사형

지난해 12월 10일 세계 인권 선언의 날을 맞아<숫자로 들여다 본 2018년 한국의 사형> 기사를 쓴 일이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앞서 지난해 9월 정부에 사형제 폐지 모라토리엄 선언을 요청한 바 있고 사형제 폐지를 공약으로 제시했던 문재인 정부인만큼 이전 정부와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현 정부는 인권위 권고에 대해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면서 수용 불가로 해석되는 답변을 내놨다. 2019년 한국의 사형에 대해 돌아본다. 2018년과 큰 차이는 없다.

0
사형 확정 선고는 2016년 2월 이후 0건이다. 임도빈(사망 5·부상 7명을 불러온 GOP 총기난사의 범인, 2016년 2월 19일 사형 최종 확정)을 마지막으로 3년 8개월째 사형 선고가 확정된 사례는 없었다. 2015년 이후 유일한 1심 사형 선고 피고인은 '어금니 아빠' 이영학이지만 최종 확정된 건 무기징역이었다. 사형 선고 자체가 줄고 있다. 화성 연쇄 살인의 범인으로 최근 드러난 이춘재에게도 사형 선고를 내릴 방법이 없다. 장대호의 사형 선고 가능성도 낮다.

10
법무부에 따르면 1997년 이후 사망한 사형수는 10명이다. 사형 집행이 아니라 자살과 병사 등 사망이다. 최근 22년 동안 사형수는 자살·사고·지병 등으로만 숨졌다. 한국 형법엔 사형 다음에 무기형, 유기형이 있을 뿐, 종신형은 없다. 한국의 사형은 사실상 '종신형'처럼 기능하고 있다. 이번에 발의된 사형폐지특별법안은 사형 대체 형벌로 종신형을 도입하자는 내용이다.

20(1)
'희대의 연쇄살인범' 유영철이 살해한 피해자 수, 20명이다. 한국의 역대 살인범 중 피해자가 가장 많다. 부유층 노인부터 출장 마사지 여성까지 20명을 살해한 유영철은 2005년 사형이 확정됐다. 화성 연쇄살인범 이춘재는 현재 자백한 사건대로면 14건이라 유영철, 김대두(17명) 다음이 된다.

20(2)
국제 엠네스티에 따르면 2018년에도 사형을 집행한 나라는 20개국이다. 중국,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베트남, 아프가니스탄, 보츠나와, 이집트, 일본, 파키스탄, 싱가포르, 남수단, 수단, 벨로루시, 북한, 소말리아, 예멘, 타이완, 태국, 미국이다. 2017년까지 사형을 집행했던 3개 나라가 사형제를 폐지하거나 사형 집행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부르키나파소, 감비아, 말레이시아) 중국은 세계 최대 사형집행국으로 매년 수천 건 사형 집행하는 것으로 추정되나 집행 건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란은 최소 253건, 사우디아라비아 149건, 베트남 85건, 이라크 최소 52건이다. 사형을 완전 폐지했거나 사형 집행을 중단한 '실질적 사형폐지국'은 대한민국을 포함해 142개국으로 2017년과 같다. OECD 국가 중 법으로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 일본, 한국 3곳이다.

23
1997년 12월 30일, 사형수 23명의 사형 집행이 한꺼번에 이뤄졌다. 사형은 형사소송법 463조에 따라 법무부 장관의 명령에 의해 집행된다. 김영삼 정부의 마지막 법무부 장관이었던 김종구가 명령했다. 이후 현 조국 장관까지 20명의 법무부 장관이 임명됐지만 463조의 권한을 행사한 장관은 없었다.

61
2019년 10월 현재 교정시설에 수용 중인 사형수는 57명이다. 군 교도소에 있는 4명을 합하면 61명의 사형수가 생존해 있다. 모두 남성이다.

76
2019년 10월 10일 발의된 사형제 폐지 특별법안에 서명한 국회의원 수이다. 본회의에서 통과되려면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296명인 재적 의원 중 148명 이상이 출석하고 이 중 74명 이상만 찬성하면 된다. 공동 발의한 의원 수로 보면 통과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2004년 발의 당시에는 의원 175명이 서명했고, 2015년에도 172명이 발의에 동참했다. 그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참여다. 통과 가능성이 높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사전 자료에서는 서명 의원이 75명이었으나 기자회견 이후 배포 자료에서 1명 늘어나 수정.

7955
2019년 10월 10일 현재까지 대한민국에서 사형 집행이 정지된 날 수. 1997년 12월 30일 이후 지금까지 7,955일째 사형 집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햇수로는 약 22년이다. 이 숫자는 당분간 계속 늘어갈 것이다.

**처음 취재파일 제목은 '아홉 번째 사형제 폐지 법안, 이번에는?'이었습니다. 2019년 10월 11일 오후 4시에 현재 제목인 '여덟 번째 사형제 폐지 법안, 이번에는?'으로 수정했습니다. 기사 내용도 조정했습니다. 국회에서 발의한 역대 사형폐지/금지 법안은 이번 20대 국회까지 포함해 9개입니다. 1950년 첫 번째인 '사형금지법안'이 제출돼 원안대로 가결됐습니다. 이 법은 1962년 사형금지법 폐지법안이 통과되면서 폐기됐습니다. 국회 출범 이후로 따지면 아홉 번째가 맞지만, 사형제가 다시 시행된 뒤부터 따지면 여덟 번째 법안입니다. 사형제도 폐지 시민단체 연석회의에서도 여덟 번째로 규정한 점을 감안해 제목과 내용을 수정했다는 점 밝힙니다.
심영구 기자(so5what@sbs.co.kr)

▶ [SBS D포럼] 10.31 DDP : 참가신청 바로가기
▶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 ⓒ SBS & SBS Digital News Lab. : 무단복제 및 재배포 금지

함께 볼만한 영상 - TV줌

다른포토 더보기

SBS 주요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
전체 댓글 보기

많이 본 뉴스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