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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임대주택-구멍뚫린 복지](2)24년간 중산층 위해 공공임대 90만호 팔아…저소득층은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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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사랑한 중산층 임대주택 - 중산층 임대주택의 역사
경향신문

김영삼 정부 출범부터 2017년까지

매년 공공임대의 28% ‘분양전환’


정부, ‘중산화 가능 계층’ 타깃으로

공적 자산 제공…중산층 편입 유도

LH·건설사, 전환 과정서 ‘큰 수익’


시프트·뉴스테이, 자격 제한 완화

저소득층 아닌 중산층 우선 정책

임대료 책정에 소득 연동 안 해

경쟁력·공공성 모두 떨어져


전용면적 84㎡(약 25평) 아파트. 임대료는 주변 시세 90~95%로 보증금 2억5000만원·월세 67만원 수준이다. 수도권 신도시의 목 좋은 곳에 위치해 교통 등 인프라도 만족할 만하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으로 짓지만, 무주택자라면 소득이 많더라도 입주할 수 있다. 이런 집을 공공임대주택이라 부를 수 있을까.

중산층 공공임대주택 얘기다. 경기도는 최근 광교신도시에 공공임대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중산층 임대주택을 표어로 걸었다. 이헌욱 경기도시공사 사장은 “임대주택의 품질을 높여 중산층까지 품어야 한다. 좋은 상품을 출시해 주택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도 상황은 비슷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임기 내에 서울의 공공주택 비율을 10%로 올리겠다고 밝히며 “공공임대 공급을 중산층에게까지 넓히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산층’과 ‘공공임대’의 결합이 새로워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역사는 길다. 대표적으로 5~10년 일정 기간 임대를 살면 분양권을 얻을 수 있는 분양전환 공공임대 등이 ‘중산화 가능계층’ ‘중산층’을 타깃으로 한 정책이었다. 지난 24년간 분양전환으로 공급된 누적 물량은 현재 기준 약 90만가구이다. 2017년 기준으로 남아 있는 공공임대 재고 246만가구의 36.6% 수준이다. 기업형 공공임대 뉴스테이(New Stay), 공공지원 민간임대 등 중산층을 위한 다양한 공공임대주택이 지금도 보급되고 있다. 한국에서 공공임대가 저소득층 주거지라는 인식은 이미 오래전부터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

■ 공공임대 처분에는 보수·진보 없었다

중산층 공공임대의 역사는 1990년대 초 노태우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시 정부는 소득 1~2분위 저소득층이 주로 입주하는 영구임대아파트를 최초로 보급했다. 처음 25만가구를 계획했지만, 19만가구로 줄였다. 대신 10년만 지나면 분양전환이 가능한 사원임대주택을 4만2000가구가량 공급했다. 재원을 아껴야 한다는 당시 경제기획원(현 기획재정부)의 입김과 함께 사회 주도층으로 발돋움하는 도시 중산층의 주거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정부의 판단도 작용했다.

김영삼 정부는 5년 공공임대를 도입했다. 5년 공공임대는 공급된 지 2년6개월이면 분양전환을 할 수 있었다. 자격도 소득 제한 없이 무주택자면 지원이 가능했다. 노무현 정부는 10년 장기 공공임대 50만가구 공급계획을 발표했다. 10년 뒤 분양전환하는 공공임대였다.

국토교통부 주택업무편람을 보면 김영삼 정부가 출범한 1993년 이후부터 2017년까지 24년 동안, 예산과 기금 등 정부 재원을 투입한 분양전환 공공임대 물량은 89만9962가구에 이른다. 매년 공급되는 공공임대 물량의 28.2%가 분양전환 공공임대였다. 전체의 약 30%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공공에서 민간 영역으로 전환되는 시한부였다는 뜻이다. 국가가 물량을 쥐고 있지 못하니 그사이 공공임대주택 수는 궁극적으로 크게 늘지 못했다.

수도권이나 세종시 등 주요 지역의 분양전환 공공임대 경쟁률은 종종 10 대 1을 훌쩍 넘는다. 물량보다 원하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시간이 지나며 갈등도 잇따랐다. 분양전환 시 가격이 너무 올라버린 일부 분양전환 공공임대에서는 정부 및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세입자 사이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분양전환을 시작한 판교의 공공임대는 최초 입주를 한 2009년보다 2배가량 주변 시세가 뛰었다. 입주민들은 10년 전 최초 분양가를 내고 입주한다는 입장이지만, LH는 현 시세대로 분양가를 내야 한다고 맞선다.

분양전환 전, 임대기간에는 공공임대주택의 과도한 임대료 상승이 민간 건설사의 배만 불려준 것 아니냐는 지적도 계속됐다. 사업에 참여한 부영 등 대형 건설사들이 이들 아파트의 임대료를 매년 법적 상한선인 5% 가까이 올렸고, 분양전환 시 이익을 고스란히 가져갔기 때문이다.

■ 국가의 권유 ‘자가소유로 중산층 편입’

한국은 ‘사적 복지’ 체계가 작동한다. 국가의 복지가 미흡하니 양육과 노후를 상당 부분 개인이 책임진다는 의미다.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복지지출 비율은 11.1%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0.1%)의 절반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국가 복지를 기대할 수 없는 이들은 부동산으로 몰려갔다. 교육 여건이 좋은 곳에 있는 부동산을 사들인 뒤, 값이 오른 부동산으로 자산을 축적해 스스로 노후까지 돌봤다. 1970년대 이후 토건산업이 활황세를 이어가며 중산층은 이 같은 자산 형성 방식을 정설처럼 받아들였다. 학계에선 이를 ‘자산 기반 복지’라 불렀다.

분양전환 공공임대는 정부가 한시적으로 ‘공적 복지’를 제공한 뒤 자산 기반 복지 체제로의 이행을 돕는 대표적인 정책 사례로 꼽힌다. 분양전환 공공임대의 주요 타깃은 ‘중산화 가능계층’이었다. 정부와 지자체가 2000년 이후 발표한 공공임대 정책 보도자료 등을 보면 올해 2분기 기준 가구 소득 5~6분위(390만~449만원)를 중산화 가능계층으로 분류한다. 중산층은 소득 7~8분위(519만~613만원)로 본다. 국가가 나서 자가소유를 통한 중산층 편입을 유도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분양전환 공공임대는 정부, 건설사, 세입자 등 주택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에 부합했다. 정부는 ‘집’이라는 자산을 제공해 무주택 중산화 가능계층의 마음을 샀다. 재정을 크게 투입하지 않고 주거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에서 분양전환 공공임대는 ‘손 안 대고 코 푼’ 주거정책이었다고 볼 수 있다. 공공임대를 분양전환하면 LH는 이익을 챙긴다. 공공임대를 만드는 데 들였던 비용을 회수하는 구조다.

적자 논란에 시달리는 LH는 분양전환으로 부채 탕감을 시도해 논란이 인 적도 있다. 1960년대 공적 자금이 투입된 공공임대의 시초로 불리는 서울 마포아파트는 임대 1년 만에 분양으로 전환했다. 1970년대 공공임대 성격의 아파트 6만4947가구가 1~2년 임대 뒤 분양전환했다. 모두 정부가 투자자금을 빨리 회수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김도균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책 <한국 복지자본주의의 역사>에서 “주택 문제의 해법이 임대주택의 공급보다는 내집 마련 지원과 중산층 자산 형성에 있었다. 자가소유를 핵심으로 하는 중산층 육성대책은 증세와 재정 문제를 피해가는 데 효과적이었다”고 분석했다.

건설사는 공공임대를 분양전환하는 정책에 참여해 큰돈을 벌었다. 부영은 분양전환 공공임대 사업에 대거 참여해 성장한 대표적인 건설사다. 일부 세입자들은 자가소유를 실현했다.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분양전환 공공임대 정책은 각자의 이해관계가 일치했기 때문에 강력한 지속성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최저생활계층의 주거 문제는 조금씩 뒤로 밀렸다.

공공임대를 민간에 넘긴 것은 한국만이 아니다. 영국은 1980년대 공공임대를 싼값에 대거 분양했다. 100만가구가량을 시세의 35~50% 수준으로 세입자에게 팔았다. 당시 보수당의 마거릿 대처 총리가 자가소유를 통한 중산층 도약을 꿈꾸는 서민·노동자 계층을 사로잡기 위한 조치였다. ‘중산층 육성’이 목적인 한국과 유사한 맥락이다. 독일, 프랑스는 일부 공공임대 물량을 팔았다가 재매입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더 이상 분양전환 공공임대를 공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여전히 추가로 공공임대 물량이 분양전환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국토부는 2016년 도시정비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이때 일정 조건을 채우면 재개발·재건축 단지에 있는 공공임대를 분양전환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재개발·재건축 단지에 있는 조합원들의 뜻에 따라 공공임대 물량은 얼마든지 시장에 팔릴 수 있다.

■ 늘어나는 중산층 공공임대

본격적인 ‘중산층’ 전용 공공임대 정책의 문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열었다. 서울시는 2008년 시프트(Shift)로 불리는 장기 전세주택을 공급했다. 공식적으로 시프트의 정책 목적은 ‘중산층 주거안정’이었다. 시프트는 주변 전세가격의 80% 이하로 최대 20년까지 살 수 있는 주택이다. 주택 면적도 59㎡, 84㎡, 114㎡로 다양했다. 소득 제한도 없었다.

시프트는 저렴한 전세로 거주자들의 만족도가 높고 공공임대의 이미지를 개선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비판도 많다. 저소득층이 아닌 중산층을 정책 우선순위에 두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시프트로 인한 서울도시주택공사(SH)의 손실은 1조원에 이를 만큼 커졌다. 서울시는 내년부터 시프트의 신규 공급 중단을 예고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중산층 주거안정을 내건 기업형 공공임대주택 뉴스테이를 도입했다. 뉴스테이는 입주 시 소득뿐 아니라 자산도 제한을 없앴다. 임대료는 시세의 95% 수준에서 책정됐다. 뉴스테이는 장기간 안정적인 임대를 보장한다는 장점을 내세웠다. 뉴스테이의 최장 임대보장 기간은 8년이었다. 사업자는 8년이 지나면 분양전환을 할 수 있었다. 중산화 가능계층으로 분류하는 소득 6분위까지 입주할 수 있는 행복주택도 박근혜 정부에서 공급을 시작했다.

경향신문
문재인 정부에서는 뉴스테이가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이름을 바꿔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은 20% 정도의 물량을 시세의 75~85% 수준으로 신혼부부, 청년 등에게 지원한다는 점에서만 뉴스테이와 차이가 있다.

시프트와 뉴스테이 모두 중·저소득층에게 민간임대주택을 지원하는 대부분의 나라와 다르게 소득 제한이 없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다. 뉴스테이는 일부 사업자들이 수익을 20% 이상 내는 등 특혜성 사업이라는 시비에도 휘말렸다. 다수의 투자자에게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는 리츠 사업자의 평균 수익률이 8% 수준인 점과 비교하면 매우 높다. 뉴스테이는 분양전환 시 가격산정 기준이 없어 사업자가 폭리를 취할 수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온다.

중산층 임대주택 확대를 부정적으로 보기만은 어렵다. 공공임대 공급량이 많은 일부 유럽 국가에서도 중산층에게 공공임대를 공급한다. 보편적 복지의 일환이다. 다만 한국의 중산층 임대주택과는 차이가 있다. 대부분의 국가에선 임대료를 소득에 연동해 책정한다. 주변 시세를 기준으로 임대료를 책정하는 한국과 대비된다. 한국에서 중산층 임대주택 임대료는 시세의 90% 안팎이다. 임대료 측면에서 경쟁력, 공공성 모두 떨어진다.

저소득층에 우선 돌아가야 할 공공임대 물량도 부족한 상황에서 중산층 임대주택은 시기상조라는 우려도 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국가 예산과 사용할 수 있는 토지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공공임대는 배분의 우선순위를 정교하게 짜야 한다”며 “공공성이 떨어지고 소득 제한도 없는 중산층용 임대주택에 국가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는 공공임대 유형통합을 준비하고 있다. 저소득층과 중산층을 포괄한 가구가 함께 모여 사는 방식이다. 임대료는 시세가 아닌 소득과 연동해 내는 유형을 논의 중이다. 공공임대 유형통합은 사회적 배제를 완화할 수 있는 소셜믹스 방식이면서 입주 대기자 통합 관리가 용이하다는 점에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리즈

1 들어간 사람들, 기다리는 사람들

2 국가가 사랑한 중산층 임대주택

3 여성의 빈곤, 여성의 집

4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5 누구도 반대는 하지 않았다

6 어떻게 지키고 채워갈 것인가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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