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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박멸에 2년 걸린 체코와 30년 걸린 스페인…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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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과 '야생멧돼지 관리 정책'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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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을 경험한 국가는 최근 3년간 52개국에 달한다. 가장 늦게 바이러스가 전파된 우리나라를 포함해 아시아에 8개국, 유럽 15개국, 아프리카 29개국이다. 기간을 더 과거로 확장해 바이러스가 지나간 국가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더 많이 늘어난다.

아프리카를 제외하고 가장 오랜 기간 가장 많은 발병 피해를 입은 유럽. 이 가운데 동유럽 지역은 2014년을 기점으로 바이러스가 빠른 속도로 확산했고, 한 해 최대 2000여 건에 달하는 피해를 입은 국가도 발생했다. 이런 동유럽에서 눈여겨볼 만한 국가가 있다. 바로 '체코'다.

체코에 처음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한 건 지난 2017년 6월이다. 그리고 그해 연말까지, 반년이 안 되는 기간 동안 202건이 발병하면서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발병 2년째인 이듬해 28건으로 줄어들었고, 올해는 9월 26일 기준으로 단 한 건도 발병하지 않았다. 체코가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를 '박멸' 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체코는 올해 4월 세계동물보건기구에 아프리카돼지열병 청정국임을 공식 선언했다.) 이 시기 대부분의 이웃 국가들이 3~4년 동안 발병 건수가 수십 건에서 많게는 수천 건으로 폭발적인 증가를 한 것과 대조적이다.

● 최단 기간 박멸 이끌어낸, 체코의 '야생멧돼지 개체수 조절 정책'

체코는 2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바이러스 박멸이라는 성과를 만들어 냈다. 선진화된 방역 시스템을 갖췄다는 평가로부터 먼 체코이기에 놀랍다는 반응이 많다. 이런 체코가 발병 이후 이웃 국가들과 확연하게 구분되는 정책을 편 게 있다. 바로 강력한 '야생멧돼지 관리' 정책이다. 체코 방역당국은 '진공 상태'로 표현할 만큼 야생멧돼지 절멸까지 염두에 두고 목표로 개체수를 적극적으로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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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병 이후 1년 간 약 2만 마리 사냥…18마리서 '양성' 반응
최초 발병지역 주변을 집중적인 멧돼지 사냥지역으로 정하고, 야생멧돼지 사냥과 폐사체 확인에 역량을 집중했다. 이에 발병 이후 1년 동안 체코 전역에서 야생멧돼지 2만1901마리가 사냥됐고, 이 가운데 18마리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확인됐다. (오늘 우리 환경부는 지난해 1월부터 전국적으로 수집된 ■포획 또는 사냥한 야생멧돼지 ■신고된 폐사체, 이번 달부터 채집하고 있는 ■멧돼지 분변 등 시료 총 1,157건을 분석한 결과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 금지 사냥방법도 허용… 사냥 보상금 크게 늘려 지급
체코 정부는 금지했던 사냥방법까지 허용해 모든 연령의 야생멧돼지에 대한 집중적인 사냥을 장려했다. 체코 수렵인들에겐 원래 없던 사냥 보상금도 지급됐는데, 야생멧돼지 1마리당 최고 8000 체코코루나(약 41만원) 보상금이 주어졌다. 폐사체를 신속하게 모아 적절하게 폐기하는 것이 바이러스 확산 방지에 관건이라고 보고, 폐사체 발견자에게도 최대 5000 체코코루나(약 2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이들 보상금은 체코 현지 물가 기준으로 굉장히 높은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 야생멧돼지 사냥에 경찰과 군대까지 투입
여기에 체코 정부는 사안의 시급함을 감안해 야생멧돼지 사냥에 경찰과 군대까지 투입했다. 차단방역 훈련을 받은 경찰 저격수까지 투입됐는데, 야생멧돼지의 야행성 습성을 감안해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 밤새워 사냥하는 식이었다. 이렇게 발병 초기 매주 3일씩 총 10주간에 걸쳐 사냥이 이뤄졌다.

- 박멸에 30년 걸린 스페인과의 차이, '야생멧돼지 정책'
체코의 멧돼지 관리 정책이 얼마나 큰 효과를 봤는지는 같은 유럽 국가인 스페인과 비교해 보면 이해가 빠르다. 스페인은 현재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국은 아니지만, 1960년대에 처음 바이러스가 유입돼 1990년대 중반까지 발병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다. 발병 당시 스페인은 농장 주변에 펜스를 설치하고 예찰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등 나름의 방역 조치를 했지만 박멸까지 무려 30년이 넘게 걸렸다. 그 당시 스페인 방역당국은 야생멧돼지에 대해선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스페인은 현재 발병 신고가 전혀 없는 아프리카돼지열병 청정국가지만,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체코처럼 광범위한 방역대를 설정해 야생멧돼지 수렵을 강화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 검역본부, '체코' 모델 주목하지만…정책 도입은 미지수

이 같은 '체코'의 정책 모델을 우리 검역본부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검역본부의 이런 관심이 실제 정책 마련까지 이어질진 미지수다. 검역본부가 속한 농림축산식품부가 국내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 업무를 총괄하고 있지만, 야생동물 영역인 야생멧돼지 관련 업무는 환경부가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 두 부처의 '업무 칸막이'에 대해선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이들 부처는 지난 달 발표한 야생멧돼지 폐사체 숫자가 서로 다른 촌극을 빚기도 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이후에도 환경부는 농식품부에 야생멧돼지 관련 자료를 거의 공유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비판이 계속되자 이들 부처는 '폐사체 숫자가 달랐던 건 단순 오기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난해 11월 17일 이후 문서를 통해 농식품부와 축산검역본부에 공유하고 있고, 전화도 수시로 주고받고 있다"고 해명했다.

- "야생멧돼지, 선제적 대응 필요"
DMZ에서 발견된 야생멧돼지 폐사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돼 확산 우려가 제기되자, 국방부는 DMZ의 야생멧돼지가 철책을 뚫고 내려올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도 철책 이남 지역에서 확인한 야생멧돼지와 폐사체에는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며 힘을 보탰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환경부가 '농식품부의 사육돼지 예방적 살처분'에 준하는, 더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야생멧돼지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입 경로가 어찌됐든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는 이미 DMZ 철책 이남 지역으로 내려와 있고, 주요 전염 매개체인 야생멧돼지들은 접경지를 포함한 국내 전역을 활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현규 양돈수의사협회장은 "일부 동물단체들은 야생멧돼지 사냥을 반대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걸 알아야 한다, 이 바이러스를 박멸하지 못하면 어차피 국내 야생멧돼지와 사육돼지는 100% 죽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자료제공 :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실, 농림축산검역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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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진 기자(spiri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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