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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는 B형"…경찰 추정이 '화성 토박이' 검거 장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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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연쇄살인사건 현장 혈액형 B형 아닌 O형
94년 처제 강간살해로 복역중인 이춘재와 일치
혈흔보다 정확한 DNA 분석…완전범죄는 없다
이데일리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A씨(오른쪽)가 1994년 충북 청주에서 처제를 성폭행한 뒤 살인한 혐의로 검거돼 옷을 뒤집어쓴 채 경찰조사를 받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화성 연쇄살인 사건 현장의 증거물에서 발견된 혈액형과 용의자로 특정된 이춘재(56)의 혈액형이 모두 O형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가 화성 토박이라는 점도 파악됐다. 사건 당시 경찰은 용의자를 B형으로 추정하고 수사해왔으나, 이씨가 진범으로 밝혀지면 과거 수사관들이 범행 현장 코앞에 사는 이씨를 번번이 놓쳐온 셈이 된다. 하지만 DNA 분석기술이 발달해 과거에 풀지 못했던 여러 미제 사건 해결에 실마리가 보이고 있다.

◇경찰 “용의자 B형일것”…DNA 분석결과는 O형

경찰은 과거 화성사건의 용의자가 B형이라고 추정하고 이를 핵심 정보로 삼아 수사해왔다. 당시 이 사건의 수사팀장이었던 하승균 전 총경은 “B형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화성에서 일어난) 10개 사건 중 7개의 사건에서 B형 혈액형이 검출됐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피해자의 사체나 타액, 현장에서 발견된 담배꽁초 등에서 B형이라는 혈액형이 도출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DNA 분석 결과 용의자로 지목된 이춘재는 O형으로 확인됐다. 이씨가 처제를 강간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대전고등법원 항소심 판결문에는 이씨의 혈액형이 O형이라고 명시됐다. 지난달 9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역시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증거물에서 용의자의 혈액형이 O형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과거 사건현장에서 용의자와 피해자의 혈흔이 섞여 혈액형이 다르게 도출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찰이 화성사건의 용의자를 B형이라고 강하게 추정하면서 오히려 사건 현장과 가까이 살던 이춘재를 용의선상에서 제외한 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이씨는 경기 화성시 진안리에서 태어나 자랐으며 화성 사건이 발생한 1986부터 1991년까지 내내 이곳에 거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가 살던 집에서 수킬로미터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연쇄살인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혈액형이 불일치한다는 이유로 경찰이 수사선상에서 제외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건 당시 이씨는 용의선상에 오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역시 과거의 판단이 잘못됐음을 인정했다.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당시 B형일 거라고 판단해 수사를 진행한 것은 맞지만, 혈액형은 동일인 여부를 확인하는데 극히 제한적인 판단 기준”이라며 “최근 DNA 분석 결과가 실체적 진실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혈액형 판단에 사용한 혈흔 등이 피해자의 것인지, 용의자의 것인지, 제3자의 것인지 불확실한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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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연쇄살인사건 2차 사건 발생지인 농수로가 있던 경기도 화성시 진안동(당시 지명 태안읍 진안리) 사건 현장 모습. 현재는 고가도로가 지나고 주변에는 도시개발사업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DNA 분석기술 발달로 ‘완전범죄는 없다’

한편 혈흔 분석보다 더 정교한 DNA 분석이 가능해지면서 여러 미제 사건에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검찰은 2010년부터 이씨와 같은 수형인들의 DNA 정보를 보관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왔다. DNA 데이터베이스 신원확인 정보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에 따른 것이다. 이 법에 따라 검찰이 확보한 수형자들의 DNA와 경찰이 요청한 DNA 정보가 일치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까지 대검찰청이 관리하는 강력범죄자 DNA 정보는 16만여건으로, 이씨의 DNA 정보는 지난 2012년 등록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남부청은 지난 7월 15일 화성사건의 현장 증거물 일부를 국과수에 검증 의뢰했다. 올해부터 지방청 중심의 수사체제 구축 계획이 시행되며 주요 미제 사건을 일선 경찰서가 아닌 지방청에서 총괄한 데 따른 것이다. 반기수 경기남부청 수사본부장은 “DNA 분석기술의 발달로 사건 당시에는 DNA가 검출되지 않았지만 오랜 기간이 지난 후에도 재감정에서 DNA가 검출된 사례가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며 의뢰 이유를 전했다.

경찰은 화성에서 벌어진 10차례의 살인사건 중 4번째 사건에 대한 증거물을 국과수에 감식 의뢰하고 이씨를 계속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화성 사건은 86년부터 91년까지 4년 7개월간 있었던 사건”이라며 “그러다 보니 수사기록도 방대하고 증거물도 굉장히 많다. DNA 분석결과를 통보받은 이후에 수사기록을 검토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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