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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파업`을 통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린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왼쪽)가 지난 13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앞에서 환경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기후변화를 경고하는 시위에 참가했다. [AFP = 연합뉴스] |
16세 스웨덴 소녀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외치며 '학교 파업'을 선언한 그레타 툰베리로 인해 온 유럽이 환경 문제로 들끓고 있다. 지난여름 유럽이 40도가 넘는 혹서에 시달린 것을 감안하면 그들에게 환경 문제는 이미 생존 문제가 된 지 오래다.
드로다운(Drawdown). 기후 용어로 온실가스가 최고조에 달한 뒤 감소하기 시작하는 시점을 뜻하는 말이다. 드로다운을 현실화하기 위해 100가지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책이 나왔다. 열정적인 환경운동가 폴 호컨과 동료들은 지구온난화를 되돌리기 위해 가장 실질적인 솔루션 100가지를 구체적으로 정립했다. 부족한 예산에도 포부만은 넘쳤던 이들은 전 세계 과학자와 학생에게 호소문을 보냈고, 현재 드로다운 프로젝트에는 22개국에서 온 연구진 70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이 엄선한 해법은 태양전지와 고효율 전구를 사용하는 차원을 넘어 우리가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려준다.
100가지 솔루션 중 온실가스 감축에 유익한 순위로 육상에서 2위에 오른 에너지는 풍력발전이다. (1위는 물론 냉장고와 에어컨 냉매 관리다.) 현재 풍력발전은 전 세계 전기 약 4%를 공급하고 있다. 스페인에서만 1000만가구가 풍력으로 전기를 공급받으며, 덴마크는 전력 수요 40% 이상을 풍력으로 공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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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효율적인 대체에너지는 원자력이다. 원자력발전소는 핵분열을 통해 방출한 에너지로 물을 끓인다. 가열된 물이 터빈에 동력을 공급한다. 증기를 만들기 위한 가장 복잡한 과정이라 할 수 있지만, 원자력은 탄소발자국이 적다. 석탄이 원자력보다 10배에서 100배까지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원자력이 중요한 지구온난화 해결책인 이유다. 현재 원자력은 전 세계 전기 11%를 생산한다. 원자력 단점은 건설비가 많이 든다는 것이다. 단가가 점차 낮아지는 다른 발전과 달리 원자력 비용은 40년 전에 비해 4~8배 높아졌다. 학계에서 원자력 찬반을 놓고 벌어지는 논란도 뜨겁다. 하지만 나사(NASA) 소속 과학자 제임스 핸슨은 기후학자 3명과 함께 공개 서신을 썼다. "이론적으로 원자력 없이 기후를 안정시키는 것이 가능하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원자력의 실질적인 역할이 포함되지 않으면 기후 안정화를 위한 확실한 방법은 없다." 이들은 35년간 매년 원자로 115기를 건설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로 인해 2050년 가능한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량은 16Gt에 달한다.
현실 속에서 지구 절반은 원자로 건설을 가속화하고 있고, 절반은 탈원전에 공을 들인다. 이 책은 다른 가능성으로 원자로를 더 작고, 더 가볍고 안전하게 재설계할 것을 제안한다. 50여 개 회사가 경쟁하고 있는 '4세대 원자로'를 통해 안전하고 무인 셧다운도 가능한 원전을 설계하자는 것. 원자력에 관한 한 더 나은 선택이 있다는 주장이다.
태양광과 열병합 발전, 마이크로 그리드 등 에너지 기술 외에도 이 책에서 눈에 띄는 건 채식 위주 식단, 농지 복원과 일상에서 실천 가능한 대안이다. 육류와 가공식품 위주인 서구식 식단을 버리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변화가 가능하다. 가축을 기르며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지구 전체 배출량 중 무려 15%에 달한다. 채식의 감소 효율은 4위다. 태양광(8위), 지열발전(18위)보다 더 큰 공헌이 가능하다. 소는 소화과정에서 엄청난 메탄을 배출하며, 거름과 비료는 아산화질소를 배출한다. 소를 한 국가로 치면 세계 3위 온실가스 배출국이 된다. 2016년 옥스퍼드대 연구에 따르면 2050년까지 전 세계가 식물성 식단으로 전환한다면 비건(완전 채식)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 70%, 치즈·우유·달걀을 제외한 채식으로는 63%를 줄일 수 있다. 사망률도 6~10%가 감소하고, 의료비 절감액은 최고 30조달러에 달한다. 저자는 저녁식사 접시만큼 가까이 있지만, 이만한 규모로 효과를 내는 기후 대책도 거의 없다고 조언한다.
오수를 재활용하는 친환경 빌딩, 자율주행 차량, 영상회의, 스마트 고속도로, 하이퍼루프 등 첨단 기술 또한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중요한 도구로 소개된다. 이 책을 쓴 과학자들은 솔루션 100개가 향후 30년간 구체적으로 감축할 수 있는 탄소 수치와 순비용까지 구체적으로 도출해 책에 기록했다. 숫자와 목표는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된다. 기후변화에 동참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기업이든 정부든 개인이든 모두 다 실용적인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책이다.
폴 호컨은 가슴 뛰는 말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우리는 지구온난화를 불가항력적인 것이 아니라 변화를 이루고, 혁신하고,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세계로의 초대장으로 간주한다. 창의력과 연민, 천재성을 일깨우는 길로 보는 것이다. 이것은 진보의 의제도, 보수의 의제도 아니다. 인간의 의제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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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파업`을 통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린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왼쪽)가 지난 13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앞에서 환경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기후변화를 경고하는 시위에 참가했다. [AFP = 연합뉴스]](http://static.news.zumst.com/images/18/2019/09/20/488292bad0984f93a89748f5ce81417a.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