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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소싱의 무한진화 ‘대행서비스 시대’ 퇴직·이별·사랑…무엇이든 맡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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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사회학자 앨리 러셀 혹실드는 2013년 국내 출간된 저서 ‘나를 빌려 드립니다’에서 “머지않아 사생활의 모든 영역을 아웃소싱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견했다. 일종의 아웃소싱 자본주의와 사생활의 시장화를 내다본 것이다. 그에게 현재의 대한민국은 아마도 가장 좋은 연구 사례가 아닐까 싶다.

대행 서비스가 무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한국은 그야말로 대행 서비스의 천국이다. 돈만 있다면 소소한 집수리부터 맛집 음식 배달, 인기 연예인 사인회 줄 서기 등 일상과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대행해주는 업체를 손쉽게 찾을 수 있다.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비단 개인에 국한되지 않는다. 기업도 적극 나서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가족 해체와 이에 따른 1인 가구 증가 등의 추세가 가속화하면서 대행 서비스로 표상되는 아웃소싱 자본주의가 널리 확산할 것으로 입을 모았다.

매경이코노미

▶생활형 대행 ‘춘추전국시대’

▷‘김집사’ 가성비 앞세워 급부상

마포에 사는 30대 직장인 여성 A씨는 최근 ‘시급 남편 서비스’를 처음 이용했다. A씨는 결혼 3년 차로 접어들었지만 대기업에 다니는 남편은 밤늦게 퇴근하고 주말이면 골프 약속 등으로 얼굴 마주치기도 힘들다. 조립식 가구 분해와 설치, 전등 달기, 도어록 바꾸기, 재료만 잔뜩 사다놓고 시작도 못한 소소한 인테리어까지, 벌려놓은 집안일은 도통 끝날 기미가 없다. 결국 A씨는 지인 소개로 시간당 2만원에 출장비 5000원을 주고 ‘시급 남편 서비스’를 이용했다. A씨는 “남편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며 발만 동동 구를 바에야 시급 서비스를 이용하는 편이 훨씬 낫더라”라고 전했다.

이처럼 대행 서비스의 보편적인 유형은 일상생활과 관련된 것들을 시급을 받고 대신 해주는 것이다. 수년 전에는 개인사업자 형태로 알음알음 이뤄지는 식이었지만 최근에는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면서 기업화한 곳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최근 아파트 단지 등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는 곳은 ‘김집사’다. 2018년 4월 문을 연 ‘김집사’는 ‘모든 심부름을 20분 이내에, 2000원부터’를 콘셉트로 하는 심부름 서비스 플랫폼이다. 휴대폰 앱으로 신청하면 해당 아파트 상가에 대기하고 있던 집사가 즉시 방문해 소소한 집안일과 심부름 등을 해결해준다. 쓰레기 버리기부터 음식·식료품 배달, 세탁물 찾아주기, 우체국 대신 가기 등 사소하지만 직접 움직여야 해 귀찮은 집안일을 대신 해준다.

‘띵똥’ 등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존 심부름 업체와 얼핏 비슷해 보여도 차이점이 있다. 예를 들어 ‘띵똥’이 오토바이 라이더가 강남 지역 위주로 시행하는 서비스라면, 김집사는 월급제 정규직으로 고용된 직원이 대단지 아파트 위주로 광역 서비스를 제공한다. ‘김집사’의 직원 모두가 정규직으로 월급을 받는다는 것이 건당 수수료 임금제로 운영되는 ‘띵똥’과의 차이점이다. 이 덕분에 고객에게 품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김집사’의 경쟁력이다. 월평균 주문건수는 1만건에서 2만건 사이다.

‘김집사’는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던 서울 송파구 문정동 파크하비오 아파트를 시작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지금은 별내신도시 등 아파트 생활권 약 18만가구에 서비스 중이다. 최근에는 벤처캐피털로부터 시리즈A(초기 단계)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메가인베스트먼트와 아이엠인베스트 등에서 모두 75억원을 투자받았다.

이 외 ‘청소연구소’ ‘미소’ ‘대리주부’ 등 가사도우미 서비스 업체는 이미 난립 중이다. 대부분 청소나 설거지 등 가사를 대신해준다. 빨래 역시 세탁소의 기존 수거·배달 서비스보다 편리함을 앞세운 ‘런드리고’ ‘세탁특공대’ 같은 세탁 대행 서비스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 ‘세탁특공대’는 전문요원이 약속된 시간에 집으로 찾아와 빨래를 수거해간다. ‘런드리고’는 박스에 세탁물을 담고 휴대폰 앱으로 신청만 하면 이를 수거해갔다가 24시간 이내에 말끔하게 세탁된 옷을 가져다놓는다. ‘런드렛’이라 불리는 우리 집 전용 세탁물 박스를 문 밖에 설치하고 스마트 자물쇠를 이용할 수 있어 도난 위험도 없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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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강남 아파트 단지 등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는 ‘김집사’는 쓰레기 버리기, 음식 배달, 세탁물 찾아주기, 우체국 대신 가기 등 사소하지만 귀찮은 일을 대신 해주는 심부름 서비스다.<김집사 제공>


▶감정 대행 찾는 Z세대

▷질투심 유발 등 별별 대행 눈길

온갖 대행 서비스가 넘쳐나지만 아직도 생소한 것이 있다. 바로 일본에서 생겨나 최근 국내에서도 일부 업체를 중심으로 시작된 퇴사 대행 서비스다. 기존에는 일상생활 관련 심부름을 대행하는 서비스가 주류였다면 퇴사 과정에서 겪는 스트레스 등 감정 노동을 대행해주는 업체들이 등장한 것이다. 직장 상사와 대면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20~30대 Z세대가 주요 고객이다.

퇴사 대행업체는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퇴사 대행’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대여섯 곳이 영업 중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퇴직에 어려움을 느끼는 직장인들을 대신해 퇴직의 전 과정을 대행하며 유연한 퇴직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홍보했다.

우선 재직 중인 회사의 고용환경과 노동법 위반 여부 등을 따져본 뒤 견적을 내준다. 당일 퇴사를 원칙으로 의뢰인이 원하는 날짜에 퇴직 처리가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퇴직 대행업체 관계자는 “아직 일본만큼 시장이 커진 것은 아니다. 50대 부서장이나 임원과 대면하기 힘들어하는 20~30대와 여성들의 문의가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퇴직 대행 서비스의 단계는 업체마다 차이가 있다. 대체로 희망퇴직일·개별상담, 전문 자문위원 구성을 통한 위험 요소 사전점검, 인사담당자 면담을 통한 사직 의사 전달과 상호협의, 사직서·기타 물품 제출, 제증명과 원천징수영수증 등을 통한 사직 수리 확인 등으로 이뤄진다. 단, 의뢰인 요청으로 위법적인 요소가 있을 경우 임금체불 진정서 대행 등의 별도 사후관리가 이뤄질 때도 있다.

의뢰 비용은 업무 난도에 따라 다르다. 단순 사직 의사 통보와 사직서 전달 등의 절차만 필요하다면 10만원 초반대 가격이다. 인사팀과 대면 접촉이 필요한 경우는 30만~40만원대로 가격이 훌쩍 올라간다. 또 다른 퇴직 대행업체 관계자는 “드물지만 부모 역할 대행을 섭외해 인사팀에 함께 가 사직서 수리를 압박할 때도 있다. 이럴 때는 비용이 최대 2배 정도로 더 든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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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대행 서비스에 대한 반응은 호불호가 명확히 갈렸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325명을 대상으로 ‘퇴직 대행 서비스’라는 주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0.2%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반면, 기업 생각은 다르다. 커리어가 인사담당자 369명을 대상으로 같은 주제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응답자의 79.7%가 ‘퇴직 대행 서비스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로 ‘퇴사일 조정 등의 문제를 협의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라는 답변이 44.2%로 1위였다.

이 외 드물지만 질투심 유발, 친구관계 회복, 사과 전화, 이별 대행 등 여러 감정 노동을 대행하는 서비스도 나타나고 있다. 아직은 기존 군소 역할 대행업체들이 기타 서비스로 추가 요금을 더 받는 수준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이런 감정 대행 서비스가 등장한 이유를 Z세대 특유의 성향에서 찾았다. 무엇보다 개인주의가 심화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대면 접촉을 통한 정서적 소통을 불편해하는 젊은 층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 공통된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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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개념 B2B 대행 서비스도 속속 생겨난다. ‘라마스낵’은 기업 간식과 탕비실 관리 업무를 대행해주는 서비스다.<라마스낵 제공>


▶B2B 대행, 가욋일은 ‘아웃소싱’

▷간식 큐레이션·경리 대행 ‘인기’

개인만 대행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도 번거로운 일은 남에게 맡긴다. 이른바 ‘B2B 대행’이다. 기업은 영리를 추구하는 만큼 비용 최소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문재인정부 들어서는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이런 경향이 더욱 뚜렷해졌다. 기업들의 ‘아웃소싱’은 과거부터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 영역이 점점 더 전문화·세분화되는 추세다.

눈길을 끄는 B2B 대행 서비스 중 하나는 바로 ‘간식’이다. 누군가는 ‘탕비실에 간식 좀 갖다놓는 것이 별일이냐’고 반문할 수 있겠다. 하지만 담당 직원 입장에서는 어떤 과자를 골라야 할지, 커피는 어디에 또 얼마나 주문해야 할지 등등 속 썩일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난 1월 출범한 ‘라마스낵’은 회사 탕비실 관리 업무를 대행해주는 서비스다. 간식 선정부터 재고 관리, 진열, 보고까지 관련 서비스를 전부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비용도 오히려 더 적게 든다. 유통회사와 대량 직거래가 가능한 덕분에 유통 마진을 최소화할 수 있다. 라마스낵 서비스를 이용하는 한 핀테크 스타트업 관계자는 “주기적으로 새로운 간식이 들어오는 데다 일반 편의점에서 팔지 않는 해외 과자도 종종 진열돼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남은 간식을 무료로 수거해가는 서비스도 맘에 든다”며 만족스러워했다.

기업 경영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번거롭고 복잡한 ‘경리 업무’ 역시 대행업체 활용도가 높은 분야 중 하나다. 경리는 돈의 출납을 관리하는 업무를 말하는데 거래명세서나 세금계산서, 통장 정리, 공과금 관리 등의 서무를 맡는다. 엄청난 전문성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업무 특성상 이직이 잦고 인수인계가 쉽지 않아 사람 구하기 어려운 직종이다. 최근 각광받는 서비스는 ‘출장 경리’다. 경리 대행업체에서 파견하는 전문 경리가 주 1회 정도 기업을 방문해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이다. 정규직을 채용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크고 자체적으로 경리 업무 교육이 어려운 소규모 기업과 스타트업에서 특히 관심이 높다. 한 경리 대행업체 관계자는 “인건비 부담이 늘면서 한 명의 전문인력이 여러 회사에 파견 나가는 ‘셰어드 서비스(shared service)’에 대한 수요가 많다. 고객인 기업은 물론 대행업체에서 일하는 직원도 만족스러워한다. 1주일에 5개 이상 회사를 맡을 수 있기 때문에 한 회사에서 경리 직원으로 일했을 때보다 수입이 훨씬 많다”고 설명했다.

일부 분야의 업무 대행을 넘어 아예 전 직원 채용·면접 과정 전체를 대행업체에 맡기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입사 광고부터 온라인 접수, 서류 심사, 인적성검사와 필기시험, 면접 대행까지 채용 전 과정을 대행해주는 ‘채용 대행업체’를 쓰는 것이다. 이 밖에도 영어 면접 전문 대행업체나 입사 희망자의 이전 직장 동료를 인터뷰해주는 업체 등 보다 디테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도 눈에 띈다. 한 채용 대행업체 관계자는 “최근 불거진 여러 채용비리 이슈에 힘입어 외부 기관에 채용 대행을 의뢰하는 기업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블라인드 채용 방식이 확산되면서 관련 전문가를 찾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관태기’ 사회 전반 확산

▷대행 영역 윤리 이슈 대두될 듯

전문가들은 대행 서비스가 확산하는 배경을 사회 구조적인 변화에서 찾는다. 1~2인 가구의 증가가 대표적이다. 감정적, 또 사회적으로 결핍될 수밖에 없는 가족 구성원의 역할을 대행 서비스로 해결한다는 분석이다. 한국보다 한발 먼저 1인 가구 사회가 널리 퍼진 일본을 보면 알기 쉽다. 일본은 ‘대행 선진국’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서비스 종류가 다양하다. 친구나 애인 대행은 물론 남편 대행, 아빠 대행까지 해주는 서비스가 있을 정도다.

달라진 세대 특성도 대행 서비스 확산 요인으로 볼 수 있다. 밀레니얼과 Z세대의 사회 진출과 대행 서비스 확산 시점이 맞물린 것은 우연이 아니다. 온라인·모바일에 익숙한 이들은 얼굴을 맞대고 의사소통하는 것보다는 ‘비대면’을 선호한다. 퇴사·이별 등 감정적으로 하기 힘든 말은 다른 이에게 맡기는 것이 더 자연스러울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준영 상명대 소비자분석연구소장은 “편리성과 개인주의를 추구하는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인간관계에 싫증을 느끼는 ‘관태기(관계+권태기)’가 사회 전반에 자리 잡았다. 얼굴 맞대고 싫은 얘기하기를 꺼리는 분위기 속에서 불편한 감정이나 과제를 남에게 맡겨버리는 대행 서비스가 확산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1인 가구 증가와 세대 교체는 향후 10년 이상 지속될 ‘메가 트렌드’다. 대행 비즈니스 역시 점차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최소한의 윤리적인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과연 어떤 분야에까지 대행이 가능한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실제 퇴사나 이혼 대행, 대리모 등의 문제는 국가나 지역에 따라 법적 분쟁으로 번지는 경우도 있다. ‘나를 빌려 드립니다’의 저자 앨리 러셀 혹실드 교수가 지적한 ‘구글 베이비’ 문제도 같은 맥락이다. 구글 베이비는 상류층이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빈곤층 여성을 대리모로 고용해 아이 낳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앨리 교수는 저서에서 “인간 사생활이 시장 영역으로, 인간관계가 상품관계로 나아가면서 야기할 수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대행 비즈니스는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모바일 플랫폼 인프라가 워낙 발달돼 있는 데다 메가시티, 배달 친화적 환경 역시 잘 조성돼 있다. 다만 ‘어떤 서비스까지 대행해줄 수 있을 것인가’라는 윤리적인 고민 또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시점이 조만간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터뷰 |심부름 대신 해드려요…‘김집사’ 정직원 박지원 집사

집 안 벌레도 때려잡는 ‘우리 동네 인기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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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씨(28)는 지난 1월부터 심부름 대행 플랫폼 업체 ‘김집사’에 정직원으로 합류했다. ‘민중의 지팡이’인 경찰공무원 시험을 꽤 오랜 기간 준비했던 박 씨. 요즘에는 아파트 주민들의 각종 심부름을 도맡아 해내며 ‘강남 주민의 지팡이’로 맹활약 중이다. 현재 잠실엘스, 반포 자이, 송파 헬리오시티 등에서 활동 중인 그에게 생소한 심부름 대행업의 세계에 대해 물었다.

Q.어떤 심부름 요청이 많이 들어오는지.

A 편의점·마트 심부름과 음식 배달 주문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간혹 독특한 요청을 하는 고객도 있다. 집 안 벌레를 잡아달라고 하거나 버스 정류장에서 잃어버린 안경을 찾아달라는 주문도 있었다. “여행으로 집을 꽤 오래 비우게 됐는데 아침마다 문 앞에 놓인 신문을 치워달라”고 했던 분도 기억이 난다.

Q.또 인상 깊은 사례를 몇 가지 더 소개해준다면.

A ‘알뜰 소비’를 위해 ‘김집사’를 활용하는 고객이 많다는 점은 의외였다. 피자 배달이 대표적이다. 일반 배달과 달리 현장 포장 할인을 받을 수 있는 데다 집사(직원)들에게 전화번호를 알려주면 포인트 적립도 할 수 있으니 더 이득이라는 것이다. 또 특정 날에만 반값 할인을 하는 매장의 경우 대신 구매해달라는 요청이 많다.

Q.정말 무엇이든 시킬 수 있나. 심부름에도 한계가 있을 것 같다.

A 물론 내부 규정이 있다. 예를 들어 고객이 없는 빈집에는 절대 들어가지 않고, 등하굣길 픽업 등 고객 자녀를 직접 관리하는 일은 피한다. 피아노 조율처럼 전문성이 요구되는 일도 불가능하다.

Q.일을 하며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A 아픈 자녀 옆에 꼼짝없이 붙어 있을 수밖에 없는 고객 심부름을 대신해줄 때다. 약이나 죽을 전달해드리면 두 손을 꼭 잡고 연신 “박지원 집사님,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하는데 가슴이 뭉클하다. 활동 중인 모든 집사들은 애플리케이션에 실명과 사진이 공개된다. 심부름을 자주 하다 보니 길거리를 지나갈 때도 동네 주민이나 꼬마들이 먼저 알아봐주고 인사를 건네는 경우도 많다. 그럴 때면 더 책임감을 느끼고 열심히 하자고 마음먹게 된다.

[배준희 기자 bjh0413@mk.co.kr,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25호 (2019.09.18~2019.09.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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