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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만에 야당하려니…"투쟁 아이디어 고갈된 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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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야당, 삭발·단식·천막 농성 등 효과 얻기도
"구태 정치 투쟁 방식" 비판받지만 대안 없어
이데일리

1983년 단식 투쟁 중인 김영삼 전 대통령을 지켜보고 있는 정치인들. (사진=김영삼 대통령 기록관)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으로 자유한국당 등 야권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투쟁)을 강구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실천한 것은 장외 집회다. 장외 집회를 비롯해 단식·삭발·천막 농성 등은 구태 정치라는 비판을 받지만 이렇다 할 대안도 없다.

◇단식·삭발은 쇼? 주의 환기 효과 커

박지원 무소속 의원은 최근 ‘국회의원이 하지 말아야 할 3대 쇼’로 단식·삭발·의원 총사퇴를 꼽았다. 단식해 굶어 죽은 사람 없으며 삭발을 하더라도 머리카락은 길고 의원 총사퇴를 거론한 사람 치고 의원직을 포기한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3대쇼로 꼽힌 방법들도 과거에는 야당에 큰 힘을 실어 줬다. 특히 단식은 강력한 의지를 나타내기 위한 수단으로 주목을 받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광주민주항쟁 3주년인 1983년 5월 18일 구속된 학생·종교인·지식인의 석방과 복학·복직, 언론통폐합 백지화, 대통령 직선제 회복 등 제반 반민주악법 개폐 등을 요구하며 23일간 단식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1990년 3당 합당을 통해 탄생한 민자당이 지방자치제 약속을 어기고 내각제 개헌을 추진하려 하자 13일동안 곡기를 끊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4년 세월호 특별법 통과를 촉구하며 광화문 광장에서 9일동안 단식한 적이 있다. 지난해에는 김성태 전 한국당 원내대표가 ‘드루킹 특검’을 요구하며 단식해 여당으로부터 특검 수용을 이끌어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지난해 연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며 국회에서 열흘 동안 단식농성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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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주 무소속 의원(왼쪽)이 지난 10일 오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철회와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삭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인숙 자유한국당 의원(오른쪽)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계단 밑에서 조국 규탄 삭발을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반향 일으킨 女의원들의 삭발

삭발 역시 단식에 버금가는 의지의 표현이다. 1975년 문동환 목사는 유신독재에 저항하는 의미에서 삭발투쟁을 단행, 한신대 교수직에서 해직됐다. 2004년 3월 당시 설훈 민주당 의원이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국회통과’에 반발, 삭발했다. 2007년에는 사학법 재개정을 요구하면서 한나라당 이군현 원내부대표와 신상진·김충환 의원 3명이 머리를 밀었다.

여성 의원들의 삭발은 더 큰 반향을 불렀다. 2013년 11월 6일엔 통합진보당 김선동·김재연·오병윤·김미희·이상규 등 5명의 의원이 정부의 ‘통진당 정당 해산 심판 청구’에 반발, 삭발했다. 이중 김재연·김미희 전 의원은 최초 여성 삭발 의원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이언주 무소속 의원, 박인숙 자유한국당 의원도 최근 조 장관 임명에 반발해 삭발했다.

의원직 총 사퇴도 심심찮게 거론된다. 박근혜 전 탄핵 심판을 앞두고 당시 야 3당은 탄핵이 부결될 경우 총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여야 4당이 선거법 개혁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리려 하자 자유한국당은 의원 총사퇴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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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2004년 3월 ‘한나라당’ 간판을 떼는 모습. 박 대표를 포함한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날 여의도 당사를 버리고 천막당사로 옮겨갔다.(사진=이데일리 DB)


◇‘구태 정치’ 비판 나오지만 대안 없는 한국당

하지만 단식·삭발·장외 집회·의원직 사퇴 등의 투쟁 방식에 국민이 점차 염증을 느낀다는 것이 문제다. 한국당은 지난 1월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임명에 반대해 5시간 30분씩 릴레이 단식 농성을 했지만 ‘웰빙 단식’이라는 오명을 썼다.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도 2016년 9월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 처리 과정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단식했으나 냉소적 여론에 직면했다.

천막 당사도 야당의 상징이다. 2004년 당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과 2002년 대선 불법정치자금 사태로 위기를 맞은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당사를 매각하고 천막 당사를 쳤다. 야당이 국회를 떠나 벼랑 끝에 선 심정이라는 점을 보여주자 참패를 예상했던 17대 총선에서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정국과 최근 조국 장관 임명 직후에도 한국당 내부에서는 광화문 천막 당사 설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서울시가 광화문 광장에 정치적 목적을 둔 천막 설치를 금지하고 있어 현실성은 떨어진다. 서울시가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대한애국당 천막을 강제 철거해 한국당도 예외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한 의원은 “최근 지지자들로부터 조 장관을 끌어내려면 독하게 싸우라는 문자를 많이 받고 있다”면서도 “한국당이 오랜만에 야당이 돼 싸우는 방법을 잘 모르는 측면도 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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