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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지지율 12%P 뒤져도 재선확률 54%…요지경 미국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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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99% 당선’ 예측 실패 악몽
민주당, 바이든 대세론 안심 못해
공화당, 현직이라는 프리미엄
숨은 트럼프 지지층에 자신감
주별 선거인단 승자독식 변수
힐러리 전국 득표율선 이겼지만
경합주 중서부 내줘 결국 낙선


미국 대통령 선거 민심



“우리는 이 사람(도널드 트럼프)이 미국 대통령으로 재선하도록 놔둘 수도 없고, 그렇게 하지도 않을 겁니다.”

중앙일보

민주당 경선 빅 4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지난 4일 민주당 20명의 경선 주자 중 1위를 달리는 조 바이든(76) 전 미국 부통령이 내년 2월 3일 첫 경선투표가 실시되는 아이오와주를 찾아 유세에서 한 말이다. 그는 직전 인터뷰에선 “당신이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라는 근거가 뭐냐”는 질문에 “유권자들은 임기 첫날(Day 1)부터 세계 무대를 지휘할 수 있는 준비된 후보를 찾고 있다”고 답했다.

우리 귀에도 익숙한 대세론이다. 그는 “나는 전 생애에 걸쳐 조타실에서 분열과 인종차별주의, 백인우월주의에 맞서 국민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외교정책과 중산층 재건을 가장 우선적이며 중요한 과제로 추진해왔다”라고도 했다. 1973년부터 36년 동안의 미 연방 상원의원, 2009년부터 8년 오바마 정부의 부통령으로서 백악관에서 지낸 경력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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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그간의 여론조사에서도 바이든의 대세론은 건재해 보인다. 8일(현지시간) 공개된 ABC방송·워싱턴포스트 경선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은 29%로 2위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19%), 3위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18%)을 10%포인트 이상 격차로 앞섰다. 현직인 트럼프 대통령과 맞서 이길 가능성이 가장 큰 후보로도 42%가 바이든을 꼽았다. 샌더스 14%, 워런은 12%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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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여론조사기관 IBD/TIPP가 지난 3일 공개한 가상 양자 대결에서도 바이든은 54%로 42%의 트럼프를 두 자릿수인 12%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물론 샌더스-트럼프(49%대 45%), 워런-트럼프(49%대 46%)로, 샌더스와 워런도 오차범위 내에서 트럼프를 앞섰다. 지난달 28일 공개된 퀴니팩대학 여론조사에선 바이든 54% - 트럼프 38%로 16%포인트를 앞섰고, 샌더스-트럼프(53%-39%), 워런-트럼프(52%-40%)로 민주당 선두주자 3명 모두 트럼프를 큰 폭으로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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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


문제는 트럼프가 바이든은 물론 다른 민주당 주자에게도 밀리고 있어도 여전히 미 국민은 트럼프 재선 확률이 과반이 넘는다고 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22일 남가주대학과 LA타임스가 전국 5390명의 유권자에게 트럼프가 2020년 대선에서 승리할 확률을 물었을 때 평균 54%라는 답이 나왔다. 공화당 지지자들은 트럼프 재선을 74% 확률로 봤고,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트럼프 재선 확률이 40%까지는 나왔다. ‘트럼프 절대 반대’로 뭉친 민주당원조차 자기 당 후보가 누가 되든 승리 확률이 60%를 크게 넘길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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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을 앞둔 2016년 10월 9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양자대결 조사와 당선 예상이 엇갈리는 모순된 결과가 나오는 건 2016년 11·8 대선 때 최악의 여론조사 예측 실패, ‘힐러리 대세론의 악몽’에 대한 학습효과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선 직전 마지막 열흘간 조사에서 LA타임스·남가주대학(힐러리 44%-트럼프 47%) 조사를 제외하곤 힐러리가 1~7%(평균 3.2%)포인트 근소하게 앞섰다. 그런데도 당시 대부분 여론조사기관은 기존 여론조사 추이와 투표 의향 조사를 근거로 낮게는 70%, 높게는 99% 확률로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을 점쳤다. 하지만 실제 결과는 트럼프가 대통령 선거인단 절반을 훌쩍 넘는 306명(56.9%), 힐러리는 232명을 확보해 트럼프의 넉넉한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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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가 2020년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퓨리서치는 예측 실패의 원인을 대선 여론조사에서 잡히지 않은 숨은 트럼프 지지층, ‘샤이 트럼퍼스(shy Trumpers)’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주요 언론이 부동산 재벌이자 방송인이던 트럼프를 대선 내내 혹평했기 때문에 지지자 상당수는 여론조사 응답을 체계적으로 거부하거나(무응답 편향), 응답하더라도 정직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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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미 대선 주별 대통령 선거인단 확보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미 대선이 전국 일반 득표(popular vote) 다득표자가 승리하는 직접 선거가 아니라, 주별 투표 결과에 따라 승자독식 방식(메인주 제외)으로 대통령 선거인단 538명 중 과반인 270명 이상을 확보하는 후보가 승자가 되는 간접 선거란 점도 영향이 컸다. 두 후보의 전국 일반 득표율에서 힐러리가 48.2% 대 트럼프 46.1%로 나와 힐러리가 2.1%포인트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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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민주당 주요 대선 경선주자 5월 이후~9월 8일 현재 지지율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하지만 미 대선의 승패를 결정하는 경합주 중서부와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 주들이 트럼프에게 넘어간 게 결정적이었다. 2012년 오바마가 승리했던 아이오와(선거인단·6)·위스콘신(10)·미시간(16)·오하이오(18)·펜실베이니아(20) 등 중서부·러스트벨트 5개 주와 플로리다(29)가 2016년엔 트럼프에게 넘어갔다. 퓨리서치는 이들 주에서 거꾸로 민주당 지지자는 사전 투표의향과 달리 실제 투표장에 나타나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고도 분석했다. 힐러리 대세론 탓에 투표 열의가 그렇게 강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트럼프로선 이 6개주를 수성만 하더라도 안정적인 재선이 보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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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vs 민주당 주요 경선주자 가상 양자대결.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여기에 현직 대통령이 대부분 재선에 성공했다는 ‘재선의 법칙’도 당선 예상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로버트 슈멀 노터데임대 교수는 중앙일보에 “1996년 빌 클린턴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이래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3연속으로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도 현역으로서 막강한 백악관 권력을 활용하고, 대선자금 모금 능력도 훨씬 우위에 있으며 이미 각종 정치조직을 동원하고 있어 낮은 직무수행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네 번째 재선 성공하는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힐러리 대세론을 격파했던 트럼프의 화력과 에너지가 대통령이 된 뒤 ‘새벽 5시 트위터’ 등에서 드러나듯 더 세졌다는 점도 트럼프 재선론의 이유 중 하나다. 2016년 8월부터 대선 본선 기간에도 트럼프는 힐러리의 두 배를 더 뛰었다. 3개월여 동안 132번 유세를 통해 96만여 명을 만났다. 반면 힐러리는 절반인 63번 유세에서 10만 9000여명을 만났다. 그것도 소규모 유세만 했다는 뜻이다. 힐러리는 9·11 추모행사 도중 현기증으로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여 건강이상설까지 있었다. 무엇보다도 2016년 ‘힐러리 대세론’이 무너지는 걸 본 미국 유권자들은 이번에도 ‘바이든 대세론’에 대해 확신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슈멀 교수는 “트럼프가 2016년 힐러리 대세론을 궤멸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민주당 후보가 누가 되든 트럼프의 공격을 견뎌낼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현재 트럼프 대통령에 대항해 집토끼는 물론 산토끼까지 끌어모으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스테판 슈미트 아이오와 주립대 교수는 “민주당도 어떤 후보가 당 지지층의 높은 투표 참여는 물론 무당파와 트럼프에 반대하는 일부 공화당 지지층까지 확보할지를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바마가 2008년 힐러리를 상대로 그해 여름 마지막 프라이머리와 코커스까지 싸워야 했듯이 내년 7월 전당대회 전까진 많은 이변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1992년 빌 클린턴도 당시 무명에 당내 입지가 약한 상황에서 경선 중반전에 돌풍을 만들었다.

슈멀 교수는 민주당의 다크호스로 “부유세와 단일 국민의료보험(메디케어 포 올)같은 유권자를 열광시키는 정책들을 제안한 워런이나 샌더스가 현재는 유리하지만, 국가 전체적으론 너무 진보에 치우친 게 아닌지가 핵심 관건”이라고 했다. 슈미트 교수는 “워런 같은 너무 과감한 정책으론 무당파와 중도층을 포괄하기 어렵다”며 “텍사스의 베토 오루크나 캘리포니아 카말라 해리스, 미네소타 에이미 클로버샤 등 중도파들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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