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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임시 의사당’ 된 서울역…여야 총출동에 “여기 말고 국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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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서울역은 임시 국회의사당을 방불케 했다. 여야 정당의 지도부가 귀향길에 오르는 시민들에게 ‘인사’를 건네기 위해 총출동해서다.

중앙일보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와 이인영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추석을 앞둔 11일 오전 서울역 플랫폼에서 귀성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전 9시 반 서울역 4층 대회의실에서 당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고용 동향에서 고용지표가 다소 개선된 것과 관련해 “경제 활력 제고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국민의 삶을 챙기는 데 더욱 매진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지난 10일 북한이 또다시 2발의 단거리 발사체를 “미사일”이라고 규정하면서 “실시간으로 당에 보고될 정도로 안보태세가 원활하고 신속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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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11일 오전 서울역 승강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등 지도부가 귀성객들에게 인사하는 동안 장애등급제 폐지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어진 KTX 하행선 열차 환송 인사에서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관계자들이 “민주당과 이해찬은 약속을 지켜라!”라고 외치며 농성을 벌여 인사 장소를 급히 바꾸는 해프닝이 있었다. 당초 민주당은 오전 10시 반에 서울역 8번 승강장에서 귀성객에게 환송 인사를 하려고 했는데, 전장연 관계자들이 이 길목에서 “장애등급제 폐지와 관련한 예산을 편성하라”고 요구하며 막아서자 급히 10시 17분에 출발하는 열차 승강장(13번)으로 장소를 옮기는 일도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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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11일 서울역에 추석 귀성길 인사에서 장애등급제 폐지 예산 반영을 요구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들의 농성으로 일정에 차질을 빚은 가운데,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과 윤관석 수석부의장, 김성환 당대표 비서실장 등이 전장연 농성장을 찾아 전장인이 설치한 장애인 복지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헌화하고 있다. 하준호 기자


서울역에서 ‘추석 귀향 선전전’을 연 정의당은 20대 청년층과 노동계를 집중 공략하려는 모습이었다. 심상정 대표는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셋째도 민생이란 마음으로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 청년, 여성,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역에서 선전전을 벌이는 민주노총 관계자들과 농성을 벌이는 철도노조 관계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고향행 기차에 어떤 말을 싣고 싶으냐’는 질문에 심 대표는 “정치권이 민생을 외면해 누구도 국민의 어려운 삶에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아 국민들이 많이 허탈할 것”이라며 “위로와 격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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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11일 추석 귀성객 인사를 위해 찾은 서울역에서 선전전을 벌이는 민주노총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하준호 기자


민주당과 정의당이 떠난 자리에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바른미래당 관계자들이 온 것은 오전 10시 45분쯤이다. 손 대표는 “정치가 어지럽고, 경제가 어렵고, 안보도 불안한 이런 때에 국민통합을 위해 힘쓰겠다는 말씀을 귀성객들에게 드리고 싶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분열의 주역인 조국을 법무부 장관에 끝내 임명해 편 가르기 우려가 커졌다. 우리는 계속해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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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11일 서울역에서 귀성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민주평화당은 이날 호남선의 기착지인 용산역으로 향했다. 정동영 대표와 조배숙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오후에도 전주·익산 등을 찾아 시민들에게 추석 인사를 건넸다. 주요 지지 기반인 전북 지역 표심 사수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자유한국당은 명절 인사를 생략하고 ‘살리자 대한민국! 문재인 정권 순회 규탄’ 장외집회에 집중했다. 황교안 대표는 이날 내내 인천·수원·성남을 돌면서 ‘규탄의 하루’를 보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오후 6시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철회를 촉구하는 황 대표의 광화문 1인 시위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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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역 13번 승강장에서 추석 귀성길 인사를 하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를 경호 인력들이 에워싸고 있는 모습. 이날 서울역을 찾은 여야 국회의원과 취재진, 경호 인력이 한데 엉키면서 일부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하준호 기자


시민들은 줄줄이 장외로 나온 정치인들을 보면서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몇몇 시민들은 에스컬레이터 하차 지점에 도열한 국회의원들과 언론 카메라를 피해 일부러 계단을 이용하기도 했다. 열차에 오르던 한 30대 남성은 기자에게 “저렇게 인사한다고 해서 잘하는 건 아니지 않으냐”며 “별로 좋게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냥 사진 찍으러 온 거 아니냐”는 30대 여성의 한숨도 들렸다.

11일 기준 국회에 제출된 의안은 총 2만2640건. 그 중 처리된 의안은 6868건으로 전체의 30.3%에 불과하다. 국민은 유명 정치인의 살가운 귀성길 인사보다, 그들에게 부여한 자신의 권한으로 자신의 삶을 달라지게 할 성과를 국회에서 내주길 소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날 열차에 오르던 한 50대 남성이 곁에 있던 기자에게 툭 내뱉은 말이다. “저 사람들한테 ‘여기 나올 시간이 있으면 국회 가서 일 좀 하라’고 전해주세요.”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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