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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압 밸브 WTO 분쟁 韓도 日도 "이겼다"…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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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2심 판결 놓고 엇갈린 해석
韓 "9개 실체적 쟁점 중 8개 韓승리…관세 철폐 안돼"
日 "일본 측 핵심 주장 받아들여져…관세 철폐해야"
이데일리

[사진=이미지 투데이 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김형욱 기자] 일본산 공기압 전송용 밸브를 둘러싼 세계무역기구(WTO) 판결을 놓고 한국정부와 일본정부가 서로 자신들의 ‘승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 측은 WTO가 자신들의 핵심 주장을 받아들였다면서 관세 철폐를 요구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이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일본은 반덤핑 관세가 철폐되지 않을 경우 대항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혀 WTO 판결 이후에도 공기압 전송용 밸브를 둘러싼 양국의 갈등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WTO 상소기구가 일본산 공기압 전송용 밸브 분쟁에서 우리나라의 승소를 확정했다”며 “상소기구의 판정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일본 경제산업성 역시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WTO가 한국의 일본산 공기압 전송용 밸브에 대한 반덤핑 과세 조치를 WTO 협정 위반이라고 판단해 시정 권고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판결을 놓고 서로 다른 해석이 나온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공기압 전송용 밸브는 공기압을 압축해 기계적인 운동을 일으키는 부품으로 자동차와 일반기계, 반도체 장치 등에 활용된다. 한국 정부가 2015년 일본산 공기압 밸브에 대해 향후 5년간 11.66~22.77%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결정하자 일본은 이듬해 6월 이같은 조치가 WTO 협정 위배라며 제소했다. 분쟁해결기구(DSB) 패널은 지난해 4월 1심 판결을 내놓았고 이날 최고심인 상고기구에서 2심 판결이 나왔다. WTO 분쟁해결제도는 2심이 최종심이다.

WTO 상고기구는 일본이 제기한 대부분의 쟁점에 대한 한국 측의 손을 들어준 것은 맞다. 상소기구는 실체적 쟁점 9개 중 7개는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으나 가격효과에 대해서는 일본에 유리하게 판정을 번복했다. 일본산 공기압 전송용 벨브가 한국산 밸브의 가격을 떨어뜨렸는지 설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다만 1심에서 한국이 패소했던 일부 인과 관계 부분은 최종심에서 한국이 이겼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쟁점 부분에서는 9개 중 8개 분야에서 승소했다. 이와 함께 상소기구는 패널이 절차적 쟁점 4개 중 2개에 대해 일본의 손을 들어준 기존 결정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 정부는 대다수 쟁점에서 한국 측이 승소한 것을 바탕으로 승소를 주장했다. 반면 일본은 WTO가 자신들의 핵심 주장을 받아들였다고 발표하며 한국 측에 관세 철폐를 요구했다.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은 “일본 기업에 대한 부당한 조치가 계속되지 않도록 한국에 WTO 협정을 위반한 부분에 대한 조속한 시정을 요구할 것”이라며 “만약 한국 정부가 WTO 시정 권고에 따르지 않으면 일본은 WTO 협정 절차에 따라 대항조치를 발동할 수 있다”고 밝혔다.

WTO 승소국은 위반 판정을 받은 국가가 판정을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제소국에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세코 경제산업상이 말한 대항조치는 여기에 근거한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관세 철폐를 하지 않더라도 WTO 협정 위반 사항을 시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장해관 산업부 신통상질서협력관은 “분쟁 결과가 나오면 서로 승소를 주장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많이 있는 일”이라면서도 “이번 건을 일본이 승소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일본이 제기한 사안 13가지 중 우리가 10가지를 확실히 이겼고 2가지는 절차적 사안인데다 1가지는 우리가 피해조사 과정에서 있었던 문제를 적절히 시정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패소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전인수적인 해석”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와 일본 언론은 한국 정부가 WTO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각료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WTO 협정에 정합하지 않는 조치에 대해 한국에 대해 성실하고 신속하게 시정을 요구하겠다. 이번 상급기구의 보고서는 보호주의적 무역구제조치의 남용이 WTO 협정 상 용인할 수 없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의가 있다”고 말했다.

AFP통신, 로이터통신, 블룸버그통신, 파이낸셜타임즈(FT)는 한국이 일본산 공기압 전송용 밸브에 대한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WTO 협정을 일부 위반했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핵심 쟁점 대부분에서 한국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보다 일본의 주장이 일부 받아들여진 것에 초점을 둔 것이다.

이에 대해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국제사회에서 일본이 가지고 있는 위상이 우리나라보다 높기 때문에 외신들이 일본의 주장을 먼저 보도하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일본이 제기한 소에 대해 한국이 방어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일부 조항이라도 패소했다면 부분 패소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약 3년간만에 WTO 판결이 나왔지만, 이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며 양국 갈등은 오히려 심화되는 모양새다.

교도통신은 “한국이 시정조치를 하지 않으면 일본은 대항조치를 취할 수 있다”면서 “이 경우 한국이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여 징용 문제나 수출 규제 등에 따른 양국의 갈등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이는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데일리

△상소판정 요지[표=산업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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