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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마다 반복되는 집배원 사망…물량은 2배인데 대책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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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의 죽음에 지금도 악몽에 시달린다....”

충남 아산우체국 소속 A 집배원은 지난 6일 업무 복귀 중 동료 박모(57) 집배원의 사망현장을 목격했다. 박씨는 추석을 앞두고 평소보다 많은 배달 물량이 몰리자 연장근무를 하다 오후 7시40분쯤 우체국으로 돌아가던 길에 교통사고로 숨졌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박씨 아들이 충남 근처에 교육을 받으러 내려왔다 아버지의 과중한 배달물량을 보고 1시간가량 배달을 도운 날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 집배원에게 추석은 두려움…등기소포 물량은 연평균 대비 2배 많아

A씨는 10일 기자와 통화에서 “박씨는 술을 좋아하던 친구였는데 바빠서 잘 마시지도 못했다”며 “나중에 밥이라도 한끼하자고 했었는데 그날 사고를 당했다”고 안타까워했다. 박씨의 다른 동료도 “성실하고 굉장히 원리원칙에 맞게 일하는 분이었는데 안타깝다”고 전했다. A씨는 동료의 사망현장이 눈에 아른거려 여전히 악몽에 시달린다고 했다. 하지만 숨돌릴 여유조차 없다. 그는 “(오늘 하루에만)등기우편과 택배 230여개를 배달해야 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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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명절은 대다수 사람을 들뜨게 하지만 집배원들은 ‘두려움 그 자체’라고 입을 모은다. 추석은 한해 중 배달 물량이 가장 몰리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추석 전 3주가량을 배송업무에 집중하는 ‘특별소통기간’으로 정하고 있다. 지난해 우정사업본부, 노조, 전문가로 구성된 ‘집배원노동조건개선기획추진단(추진단)’이 작성한 ‘집배원 노동조건 실태 및 개선방안’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추석기간 등기소포물량은 연평균 대비 2배가량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위해 집배원들은 추석 ‘특별소통기간’에 연평균(일 2.4시간)보다 1.6배 많은 초과근로(일 3.9시간)를 해야 했다.

특히 추진단의 조사에 따르면 박씨가 근무한 아산우체국은 전국 222개 우편 총괄국 중 연간 노동시간 상위 10%안에 드는 곳으로 연간 1인당 평균노동시간이 3002시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노동자의 연간 1인당 평균노동시간(2052시간)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아산 우체국 소속 한 집배원은 “추석기간 팀에 한명씩 보조 인력이 왔지만 일에 능숙하지 않아 업무부담이 크게 줄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매년 추석마다 반복되는 집배원 사망…“단순한 사고로 치부해선 안 돼”

추석기간에 몰리는 과중한 업무도 힘겹지만 공교롭게 동료가 숨지는 일까지 반복되면서 집배원들의 속은 말이 아니다. 지난해 9월 14일, 서산 우체국 소속 곽모(57) 집배원은 배달을 마치고 돌아오다 음주운전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를 당해 결국 숨졌다. 곽씨도 추석 물량이 집중돼 늦은 시간까지 배달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해 전인 2017년 9월에는 서광주우체국 소속 집배원 이모씨가 교통사고를 당해 치료 중 우체국 측으로부터 추석기간 출근을 요구받자 정신적 스트레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이씨는 당시 “두렵다. 이 아픈 몸 이끌고 출근하라네. 사람 취급 안 하네. 가족들 미안해”라는 짧은 유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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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소속 전국집배노동조합은 10일 서울 광화문 우체국 앞에서 ‘아산우체국 집배원 순직인정, 우정본부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집배노조 제공


민주노총 소속 전국집배노동조합은 10일 서울 광화문 우체국 앞에서 집회를 열어 명절 물량 폭탄에 대한 대안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노조는 “우정본부는 매년마다 물량증가를 예상하면서도 배달인력 충원없이 집배원들에게 야간배달, 일요일 출근을 강요하고 있다”며 ‘일몰 후 집배 금지’와 ‘명절소통기 배달인력충원’ 등을 요구했다. 최승묵 집배노조위원장은 통화에서 “우정사업본부가 반복되는 사고와 죽음을 단순한 교통사고로 치부해선 안 된다”며 “업무가 과중된다며 특정소통기간으로 정해놓고 대책은 세우지 않아 일부 집배원은 오후 9시가 넘어서 야간배달까지 강요당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우정사업본부 측은 “안전보건관리 추진 및 노동시간단축 노력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해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며 “9월 2일부터 17일까지 추석 우편물 특별소통기간으로 정하고 해당기간에 집배보조인력 1300여명을 포함한 3000명의 추가인력을 투입했다”고 전했다.

안승진 기자 proo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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