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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추잡] 추석인사 “너 이제 과장 됐니?”(X)…직급이 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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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에 대기업에 다니는 이를 만나 “너 이제 과장이냐”고 물으면 물정 모르는 소리가 될 수 있다. 주요 그룹이 최근 직급체계를 개편해 ‘과장’, ‘차장’, ‘부장’ 등 기존 직급을 없애고 새로운 용어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업 내부에서는 웃지 못할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삼성 전자계열사는 대리~부장을 ‘프로’로 통합했다. 후배가 선배를 부를 땐 ‘김 프로님’, 반대의 경우 ‘김 프로’ 식으로 부른다. 물론 명함은 조금씩 다르다. 사원은 어시스턴트, 대리는 그냥 프로(프로페셔널), 차장은 시니어 프로, 부장급은 프린서플 프로다. 그러나 부를 땐 그냥 ‘프로’로 부른다.

이런 직급개편은 다른 주요 그룹에서도 진행됐다. 현대차그룹은 9월부터 사원~대리는 매너저로, 과장~부장급은 책임매니저로 통합했다. LG는 사원과 대리는 선임, 과장과 차장·부장은 책임이라고 통칭한다. 실제로 임원이나 후배들이 ‘김 책임’ 또는 ‘책임님’ 등으로 부르는데, 예전 직급대로 ‘김 부장님’이라고 불러주는 후배도 아직은 간혹 있다고 한다.

SK그룹 지주사와 이노베이션 등 주요계열사는 지난 8월 사원~부장을 통칭해 ‘리더’라고 부르기로 했다. 프로젝트 리더의 약칭인 PL로 서로 부른다. ‘이 PL님’으로 부르는 식이다. SK하이닉스는 TL(테크니컬 리더)로 통합했다. SK텔레콤에선 오래전부터 ‘매니저’로 통합했고 최근엔 그냥 ‘님’으로 부른다.

롯데그룹은 사원과 대리는 그대로 직급명을 유지하되 과장급은 책임, 차장과 부장을 수석이라고 부른다. 현대차와 LG와 비교하자면 똑같은 ‘책임’이지만, 이들 그룹에선 부장급일 수도 있는 반면 롯데 책임은 과장급이어서 기업 간 직급을 호칭으로만 비교하긴 어려워졌다.

경향신문

주요 대기업이 직급 체계를 개편한 건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 과거 ‘부장님, 차장님’ 식으로 부르기보다 동등한 호칭을 사용하게 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게 1차적인 목표다.

인사적체에 따른 고육책 성격도 있다. 예를 들어 부장급이 아래 직원보다 많아지는 팀도 생기면서, 팀장을 맡은 부장이 직급상 다른 팀원들과 차별화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팀장이나 그룹장 등 관리자는 직함으로 부르는 대신 ‘나머지’는 한 호칭으로 통합해버려 관리 효과를 키운 것이다.

이런 개편은 대부분 2~3년 전부터 이뤄져 주요 대기업에선 아직도 웃지 못할 풍경이 연출된다. 삼성 전자계열사의 한 부장(프린서플 프로)급 ㄱ씨는 “잘 아는 후배들은 원래대로면 차장급인지 대리인지 알고 있지만, 잘 모르는 타부서 후배가 ‘프로님, 저 박 아무개 프로인데요’라고 업무 전화를 걸어오면 ‘얘는 과장인가, 차장인가’ 생각부터 든다”고 말했다. 다른 그룹 주요계열사의 한 차장급 직원 ㄴ씨는 “바로 위의 선배격인 ㄷ은 ‘부장’ 직함이 살아있을 때 진급했는데, 나는 영원히 ‘부장님’이라는 말을 못 듣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임원급 개편에 관한 신조어도 있다. 롯데는 이사-상무 등 복잡했던 첫 임원급 명칭을 상무로 통합했다. 그러나 같은 상무라도 3년씩 3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단계별로 처음 상무가 되면 설상무(설익은 상무), 중간 상무는 가상무(가칭 상무), 마지막 단계의 상무가 진상무(진짜 상무)라는 뒷얘기가 있다. 롯데의 한 직원은 “임원들의 단계에 따라 ‘설상가상’(설상무+가상무)이라는 조어가 나왔다”며 “‘설상가상 땐 조심해야 진상 된다’는 농담이 있다”이라고 했다.

홍재원 기자 jwh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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