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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다시 세계 정상으로!' 한국야구 신화 김인식·김경문 감독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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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인식 전 국가대표 감독과 김경문 대표팀 감독이 3일 서울 송파구 한 카페에서 대한민국 야구 화이팅을 외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 9. 3.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한국야구의 르네상스를 연 두 거장이 한 자리에 모였다. 2008 베이징올림픽 야구 금메달을 이끈 김경문 현 야구대표팀 감독과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2015 프리미어12 우승을 달성한 김인식 전 감독이 추석을 맞아 잠실 모처에서 잊을 수 없는 순간을 공유했다. 1990년대 OB(현 두산)시절부터 스승과 제자로 끈끈한 인연을 이어온 두 감독이 한일전을 비롯한 국제대회 추억과 다가오는 프리미어12 승리전략을 과감하게 털어 놓았다.

◇야구역사 이정표 2008 베이징올림픽, 그리고 2009 WBC
한국야구는 2008년 8월과 2009년 3월을 기점으로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KBO리그 관중수가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야구가 진정한 국민 스포츠로 발돋음했다. 1995년 이후 요원할 것 같았던 500만명 관중 동원을 2008년(525만명) 달성했고, 2009년 592만명, 2011년 680만명으로 매년 관중수가 상승곡선을 그렸다. 흐름에 편승해 10구단으로 리그가 확장됐고,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연속시즌 800만 관중 돌파까지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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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베이징 우커송야구장에서 열린 한국-쿠바의 결승경기에서 3:2 승리하며 김경문 감독을 헹가래 하고 있다. 2008-08-24 공동취재단


무엇보다 의미있는 것은 유소년 야구인구 증가다. 2008 베이징올림픽과 2009 WBC를 보고 수많은 초등학생들이 야구 글러브를 끼고 야구 배트를 잡았다. 이정후(키움), 고우석(LG), 강백호(KT), 정우영(LG) 등 신예들 또한 당시 한국야구가 국제무대에서 승승장구 하는 모습을 보고 야구 선수의 길을 택했다. 김인식 전 감독은 “11년 전 베이징, 10년 전 WBC를 생각하면 지금도 기분이 좋아진다. 최근 우리 야구가 경기력 문제, 도덕적 문제 등이 불거지며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많은데 다시 좋은 시기가 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우리 김경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만큼 그런 시기가 올 것으로 민든다”고 미소지었다. 김경문 감독은 “2008 베이징올림픽에 이어 2009 WBC에서 김인식 감독님께서 대표팀을 맡으시고 좋은 결과를 내주신 게 한국야구 정말 좋은 영향을 가져왔다고 본다. 이제 시간이 많이 흘렀고 이렇게 다시 지휘봉을 잡게 돼 감개무량하면서 부담도 된다. 그래도 이 자리에서 김인식 감독님으로부터 좋은 말씀 많이 들으며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대표팀 향한 우려에 호쾌하게 답한 두 거장
10년 전이 한국 야구의 정점이었을지도 모른다. 당시 한국야구는 프로 입단 2, 3년차에 불과했던 류현진(LA다저스)과 김광현(SK)이 에이스를 맡아 굳건히 마운드를 지켰다. 야수진에선 홈런왕 이승엽이 맏형 구실을 했고 이대호(롯데), 김태균, 이용규(이상 한화)와 같은 중참, 김현수(LG)와 같은 신참이 절묘한 하모니를 이뤘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여전히 김광현이 에이스를 맡고 있고 김현수 또한 이번 대표팀에서 리더 구실을 해야 한다. 좀처럼 수준급 선발투수와 새 얼굴이 나오지 않으며 대표팀은 침체기에 놓였다.

하지만 김인식 전 감독은 위기에서 희망을 응시했다. 그는 “국제대회는 늘 비슷하다. 사실 2015 프리미어12 때도 걱정하는 시선이 참 많았다. 그 때도 투수가 부족하다고 난리였다. 4년이 지난 지금도 비슷한 상황아닌가. 물론 김경문 감독이 많이 힘들고 고민도 될 것이다. 나 역시 우리나라 투수가 점점 약해진다는 우려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선수들은 위기마다 나오는 저력 같은 게 있다. 2015 프리미어12서도 그랬다. 약점이 있지만 그럴수록 잘 뭉치면서 우승을 달성했다”고 4년 전을 돌아봤다. 김경문 감독도 “이번 프리미어12에서는 분명 새로운 스타가 나올 것으로 믿고 있다. 이정후와 강백호 같은 선수들은 이미 기량에 있어서도 대표팀에 승선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예전에 이정후가 ‘우리 베이징키즈 세대가 앞으로 잘 해서 지금 초등학생들이 야구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한 것을 들었다. 정말 흐뭇하더라. 이정후와 강백호 같은 선수들이 프리미어12는 물론 다음 올림픽과 WBC까지 한국야구의 중심에 서서 새로운 흐름을 만들 것으로 믿는다”고 힘줘 말했다.

마운드 전략도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김경문 감독은 “우투수들의 국제대회 경험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이번 대회부터 잘 던지면 그 때부터 국제대회 투수가 되는 것 아닌가. 예비 엔트리에 이영하(두산), 최원태(키움), 배제성(KT), 문승원(SK) 같은 우완 선발투수들을 넣었다. 이들 중 분명 최종 엔트리에 들어가는 선수들이 있을 것”이라며 “다만 운용은 조금 다르게 할 생각이다. 김광현과 양현종은 우리 대표팀의 간판이다. 둘에게는 절대적인 신뢰를 줄 것이다. 평소와 같이 선발투수 역할을 맡긴다. 그러나 둘 외에는 선발투수 1+1 전략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 엔트리에 투수 13명을 넣을 계획인데 자리가 넉넉한 만큼 김광현과 양현종(KIA) 외에 선발투수들은 1+1로 준비시킨다”고 밝혔다.

덧붙여 새 얼굴에게 맡길 국가대표 마무리투수 자리에 대해선 “마무리 투수는 경험이 중요하다. 힘든 순간을 이겨내기도 하고 블론세이브도 하면서 기량이 향상된다. 이번 대표팀 마무리투수는 경험이 적지만 앞으로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을 유심히 지켜보겠다. 투수코치와 계속 상의하면서 포스트시즌 같은 큰 무대에서 어떻게 던지는지 중점적으로 볼 것이다. 큰 무대에서 활약하면 국제무대서도 그 모습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60명 예비 엔트리에 세이브 부문 상위권에 오른 하재훈(SK), 고우석(LG), 문경찬(KIA) 등이 모두 포함된 가운데 조상우(키움)까지 포함해 4명 중 1명이 9회를 책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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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국가대표팀의 김인식(오른쪽 세번째) 감독이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5 프리미어12 한국과 일본의 준결승 경기에서 역전승을 거둔 뒤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2015. 11. 19. 도쿄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지금도 생생한 한일전의 기억
국제대회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게 한일전이다. 야구 또한 수많은 한일전을 통해 환희와 감동을 선물했다. 특히 2015 프리미어12 준결승전과 2008 베이징올림픽 준결승전은 지금도 꾸준히 방영되는 클래식 경기로 자리매김했다. 김인식 전 감독은 9회초 4점을 뽑으며 대역전극을 이룬 프리미어12 준결승전에 대해 “사실 오타니(LA에인절스)가 내려간다고 우리가 바로 뒤집을 거라 생각은 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대타가 적중한 게 크지 않았나 싶다”며 “오재원과 손아섭 중 누구를 먼저 대타로 쓸지 고민이 많았다. 그래도 오재원이 다리가 빠르고 출루하면 주자로도 위력적이니까 오재원을 먼저, 해결 능력이 있는 손아섭을 다음으로 대기시켰는데 그 게 맞아 떨어졌다”며 “오타니는 높은 타점에서 내리꽂는 유형의 투수다. 오타니 다음으로 나온 노리모토도 150㎞를 던지는 투수지만 오타니보다는 타점이 많이 낮았다. 이 부분에서 우리 타자들이 자신감을 갖고 타석에 선 게 아닌가 싶다”고 회상했다.

김경문 감독은 2008 베이징 올림픽 일본과 준결승전을 돌아보며 “당시 가장 많이 질문을 받았던 게 이승엽과 한기주였다. 사실 이승엽은 한일전 하나만 보고 선발했다. 이승엽이 아무리 부진해도 정말 중요할 때 두 번만 쳐주면 우리가 좋은 결과를 낼 것으로 믿었다”며 “그런데 정말 이승엽이 한일전에서 홈런을 쳤다. 그리고 쿠바와 결승전에서도 홈런을 치지 않았나. 당시 이승엽 홈런은 지금도 내 가슴 속에 남아있다. 덕분에 지금까지 감독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껄껄 웃었다.

김인식 전 감독과 김경문 감독은 한국야구가 객관적인 전력에서 일본에 열세임에도 강한 이유를 이구동성으로 답했다. 김인식 전 감독은 “지금까지 한일전을 16번 정도 했던 것 같다. 사실 일본 언론도 내게 ‘왜 한국이 일본에 강한가?’라는 질문을 많이 했다. 답은 간단하다. 지금껏 한일전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특별한 주문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선수들이 먼저 한일전의 중요성을 느끼고 알아서 준비한다. 특별한 것을 지시했으면 아마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보기에는 우리보다는 일본이 오히려 더 한일전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경문 감독은 “베이징 올림픽 때도 그랬다. 한일전을 앞두고 따로 강조한 것은 없었다. 선수들이 연령대에 맞게 자기 역할들을 잘 해줬다. 이 게 우리 한국야구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대표팀도 연령대별로 비율을 맞춰서 구성할 것이다. 박병호(키움), 김현수, 양의지(NC)와 같은 선수들이 맏형이 되고 20대 중·후반 선수들과 아까 말한 이정후와 강백호 같은 20대 초반 선수들이 적절하게 포함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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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 전 국가대표 감독과 김경문 대표팀 감독이 3일 서울 송파구 한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9. 9. 3.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프리미어12, 호주전에 집중하는 김경문 감독
한국은 오는 11월 6일 디펜딩챔피언 자격으로 프리미어12 첫 경기를 치른다. 고척돔에서 6일 호주전, 7일 캐나다전, 8일 쿠바전에 임하며 3연전 결과에 따라 일본에서 열리는 슈퍼라운드 진출과 2020 도쿄올림픽 직행 여부가 결정된다. 프리미어12를 앞두고 김인식 전 감독은 김경문 감독을 향해 조언과 덕담을, 김경문 감독은 김인식 전 감독의 조언에 감사를 표하며 프리미어12 2연속 우승을 응시했다.

김인식 전 감독은 김경문 감독에게 “국제무대에서 상대 전력분석의 한계가 뚜렷하다. 아무리 기록과 비디오를 열심히 봐도 직접 부딪혀 봐야 상대를 알 수 있다. 그래서 우리 선수들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 베스트 멤버를 꾸리고 있어도 2, 3명은 경기 당일 컨디션이 안 좋거나 부상이 있는 경우가 많다. 컨디션 점검을 철저히 하면서 대처법을 마련해 놓는 게 중요하다”고 팁을 건넸다. 김경문 감독은 “얼마전 페루에 가서 캐나다와 쿠바 경기를 봤는데 캐나다에 좋은 투수가 있더라. 하지만 우리 선수들이 이를 이겨낼 저력을 갖추고 있다고 믿는다. 김인식 감독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가 준비 잘하고 코칭스태프가 부담없이 경기에 집중하게 해준다면 다시 한 번 한국야구의 저력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덧붙여 김경문 감독은 “결국에는 시작 테이프를 잘 끊어야 한다. 11월 6일 호주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홈에서 열리고 첫 경기이기 때문에 이 경기에 따라 대표팀 전체 분위기가 좌우된다. 만일 우리가 호주전을 잘 풀어낼 수 있다면 다음 경기도 쉽게 간다고 본다. 그래서 일단은 호주전 승리에만 집중할 계획이다. 호주전이 잘 되면 다음 캐나다전과 쿠바전도 가볍게 풀면서 일본에 갈 것으로 믿는다”고 청사진을 그렸다. 이어 김 감독은 “일본에 가면 한일전에 대한 기대도 많이 하실 것이다. 한일전에선 멋진 야구 보여드리는 것을 목표로 삼겠다. 한일전이 선물하는 특유의 감동을 다시 국민들께 전해드리고 싶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마지막으로 김인식 전 감독은 “김경문 감독이 해온대로 준비하고 실천하면 좋은 결과 있을 것으로 믿는다. 김경문 감독 특유의 굵직하면서도 시원시원한 야구를 하면 아무리 일본이라고 해도 당황하지 않을까. 나는 김경문 감독이 위기에 처한 한국야구를 살릴 적임자라고 믿는다.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덕담을 전했다. 김경문 감독도 “김인식 감독님 밑에서 좋은 야구, 포기하지 않는 야구를 배웠다. 1990년대 나를 다시 두산으로 불러주시고 지도자로 키워주신 분이 김인식 감독님이시다. 이 자리에 함께해 정말 감사드리고 좋은 조언들 가슴 속에 새겨 넣겠다”고 김인식 감독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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